[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일동제약(249420)이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를 선택했다. 일동제약은 올해 영업손실만 400억원에 이를 전망이지만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약 1000억원의 지출을 예고했다.
| 일동제약 신약 연구개발 모습.(제공=일동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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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일동제약의 연구개발비는 960억~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일동제약은 올 상반기에만 484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이는 2018년 546억원, 2019년 547억원, 지난해 786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크게 뛰어넘는 규모다.
일동제약의 매출액은 지난 2018년 5039억원, 2019년 5175억원, 지난해 5618억원 순으로 기록했다. 기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0~11%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는 18% 내외로 점쳐진다.
이날 금융투자업계는 일동제약이 올해 매출액 5521억원, 영업적자 400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내년 283억원, 2023년 286억원의 영업적자 전망도 곁들였다.
일동제약의 연구개발비 확대는 신약개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일동제약은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시간 싸움”이라면서 “연구개발 비용 문제로 경쟁사보다 개발속도가 뒤처지는 걸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은 경쟁사보다 빨리 내놔야 시장 가치가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한번에 여러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신약개발비 증가 이유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현재 신약 파이프라인이 10여 개에 이른다”면서 “예전에는 회사 형편과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신약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린 파이프라인은 개발 속도가 뒤처지기 십상이었다.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동시다발적인 후보물질 개발과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더 키울 파이프라인과 드롭(폐기)할 파이프라인을 구분하자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현재 2형 당뇨, 비알콜성 지방간염, 급성호흡곤란증후군, 습성 황반변성, 안구건조증, 녹내장, 고형암 등의 적응증에서 9개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 (제공=일동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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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임상이 늘어난 것도 연구개발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제약사 입장에서 신약개발 수익모델은 다국적 빅파마에 기술수출(라이센스 아웃) 정도”라면서 “이를 위해선 국내 임상보단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 기술 수출하려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CRO(임상수탁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국내 임상에선 글로벌 빅파마가 원치 않는 임상 데이터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며 “해외 임상을 늘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임상 비용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2형 당뇨치료제 ‘IDG-16177’은 지난 6월 독일에서 임상 1상 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일동제약은 현재 9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을 시작하고 현지 임상에 들어갔다. 계열사 아이디언스는 지난해 12월 표적항암제 ‘베나다파립’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위암을 적응증으로 해 임상 1상 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현재 미국 현지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일동제약은 오는 4분기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IND를 미국 FDA에 신청할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내년 1분기부터 미국 현지 NASH 치료제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구개발비 조달엔 문제없단 입장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일단은 기존 사업을 통해 확보되는 자금으로 연구개발비를 충당할 계획”이라면서 “부족한 연구개발비는 전환사채(CB) 등의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동제약 신약개발 계열사 ‘아이디언스’는 지난해 4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