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씨젠(096530)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코스피 이전 상장 계획을 잠정 중단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벗어나고, 올해 호실적을 달성한 재무제표를 확보한 이후 재검토할 계획이다.
| 씨젠 최근 1년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금융) |
|
27일 씨젠에 따르면 코스피 이전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씨젠 관계자는 “검토 결과 현시점보다 향후에 재검토해 추진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코스피 이전상장 평가요소 중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된 사항을 최근 엄격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시점에 무리하게 이전 상장을 추진할 경우, 평가상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씨젠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1년 4분기 정기 평가에서 ESG 종합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D’를 받았다. 사실상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지 못했으며, 비재무적인 리스크로 인해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등급이다. 특히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ESG D등급 기업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씨젠 측은 “먼저 ESG 개선 활동과 평가개선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겠다. ESG 전담팀이 새로 생겼다. 2022년 한해 견실한 실적 흐름을 드라이브해 보다 충실한 재무제표도 겸비하고, ESG 등 개선 사항과 변화 요인들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다시 받아서 이전 상장을 도모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고 불필요한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게 돼 일정 연기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씨젠의 코스피 이전 상장은 지난해 4월 처음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이는 주주들이 요구한 데 따른 결정이다.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이상 급락하자 씨젠 소액주주 연합회는 주주친화적 IR 공시와 적극적인 PR, 전문경영인 도입, 정관변경을 통한 코스피 이전 추진 및 분기별 배당 등을 요구했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씨젠의 시가총액은 2조1000억원을 횡보하고 있다. 2020년 8월 주가가 고점이었을 당시 8조1000억원대와 비교하면 4분의 1토막난 상태다. 시장에서는 씨젠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준비 없이 코스피로 갈 경우 주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아직 진단키트주의 실적이 잘 나와도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은 안 사는 추세다. 코스닥, 코스피 상관없이 씨젠을 담으려고 하는 기관들은 없을 거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전 상장을 하더라도 주가적으로 이득을 볼 건 없다고 본다”면서 “셀트리온도 오히려 지금 주가가 코스닥에 있을 때보다 안 좋다. 결국 실적 성장을 증명해야만 투심이 좋아지게 된다. 언젠가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셀트리온은 코스닥 시장에서 27만원대에 거래됐다. 2018년 2월 코스피에 이전 상장되고 1년 만에 14만~19만원대로 내려앉았다. 현재 주가는 16만~17만원대를 횡보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기 전인 2019년 글로벌 체외진단기기 시장 규모는 5조원대이며, 국내 진단키트 시장 규모는 5000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2019년 씨젠의 연결기준 매출액 1220억원, 영업이익 224억원이다. 코로나19 이후인 2021년 연결기준 씨젠의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인 1조370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667억원이다.
씨젠은 아직 포스트 코로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계획은 없는 상태다. 씨젠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 및 지분투자를 지속 검토 중이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분자진단 시장인 미국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미국 법인의 CEO로 수십년의 미국 분자진단 시장 경험을 갖춘 인물도 영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