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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최근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최대 호재라 할 수 있는 기술수출 계약 소식이 발표돼도 주가는 요지부동인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기술수출도 따져봐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한다. 같은 기술수출이라는 포장지 속 내용물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30일
올리패스(244460)는 미국 반다제약에 올리패스 PNA 플랫폼 기술을 300만 달러(약 43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했다. 나스닥 상장사인 반다제약과 올리패스 신약개발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희귀질환 치료제 및 면역항암제 공동개발에 나서는 만큼 호재로 여겨졌지만,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9월 29일 5300원이던 주가는 기술수출 발표 당일인 30일 160원 하락한 5140원으로 마감했다. 그 다음 거래일인 10월 4일에는 180원 오른 5320원으로 마감됐다. 결국 기술수출 앞뒤 3거래일 동안 움직인 주가 폭은 20원(0.38%↑)에 불과했다.
제넥신(095700)은 지난해 3월 24일 관계사인 인도네시아 KG바이오와 계약금 800만 달러(약 98억원) 포함 총 1300만 달러(약 160억원) 규모 지속형 빈혈치료제 ‘GX-E4’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제넥신 주가는 23일 4만 6200원에서 24일 종가는 450원 오른 4만 6650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그다음 날인 25일 250원 하락한 4만 6400원에 그쳤다. 제넥신 역시 기술수출 관련 3거래일 동안 주가 변동 폭은 200원(0.43%↑)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1월 11일 사노피와 퇴행성 뇌질환 이중항체 치료제 ‘ABL301’에 대해 계약금 7500만 달러(약 900억원) 등 총 10억 6000만 달러(약 1조 2720억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던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주가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1월 10일 2만 50원이던 주가는 11일 100원 오른 2만 150원으로 집계됐고, 12일 종가는 6000원 증가한 2만 6150원이었다. 3거래일 동안 주가 변동 폭은 6150원(30%↑)에 달했다.
기술수출도 급이 다르다...전문가 4인이 지목한 알짜 구별 조건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대표 변호사,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기술수출에 대한 시장 반응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퀄리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공개된 계약 조건 중 △계약금 규모 및 비중 △총 기술수출 규모 △계약 상대 제약사 △마일스톤 조건을 꼭 살펴봐야 알짜 계약과 그렇지 않은 계약을 구분할 수 있다고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반면 총액 규모가 작거나 계약금 비중이 낮은 경우, 계약 상대 기업이 관계사 등일때는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승규 부회장은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기술수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주가 등 시장 반응이 각각 다른 이유는 기술수출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무조건 주가가 오르고 기업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위 알짜 기술수출 계약이라고 하면 총액 규모와 계약 상대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인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계약금 규모가 크고 총액 대비 비율이 5% 이상일 경우 가장 베스트 계약이라고 봐야 한다 ”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일스톤 계약도 어떻게 짜여져 있는 지 확인하면 어떤 계약이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성사시킨 계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보통은 임상 단계별로 마일스톤을 받는 조건이 많지만, 일부의 경우 임상 진입, 환자 모집, 데이터 완성 등 세부적인 단계에서도 마일스톤을 지급받는 조건을 첨부하는 계약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해당 계약의 의미와 전략 등을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원희 대표 변호사는 “계약 당시 기업이 받을 수 있는 현금 액수가 크면 뭔가 내용이 있는 계약이라고 판단할 수 있고, 현금이 적고 로열티가 많으면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볼 수 있다. 자회사나 관계사에 기술이전을 한 경우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이승호 대표 역시 “계약금 규모와 비중, 신뢰도 측면에서 계약 상대 기업이 어디인지가 중요하다”며 “계약금 규모와 비중은 딱히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규모가 크고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계약 상대방의 경우도 글로벌 제약사 또는 나스닥 상장사 정도면 베스트”라고 덧붙였다. 정윤택 원장은 “계약금 규모와 총계약 규모 등이 중요한 것은 맞다. 다만 전임상, 임상 1상, 임상 2상 등 개발 단계가 올라갈수록 가치가 높아져 계약금, 총액 규모 등이 높아진다”며 “초기 개발 단계라면 계약금 규모와 비중, 총계약 규모 등이 필연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한미약품-유한양행 알짜 계약 주인공전문가들이 언급한 기술수출 조건들을 적용한 결과 에이비엘바이오(2022년 1월),
유한양행(000100)(2018년 11월),
한미약품(128940)(2016년 9월)의 기술수출 계약이 대표적인 알짜 케이스로 손꼽혔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첫 손에 알짜 사례로 꼽은 것이 바로 에이비엘바이오와 사노피간의 기술수출 계약이다. 이승호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수출 계약은 K-바이오 역사상 역대급 계약금을 받았다. 또한 파트너사가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였고, 규모도 1조원 이상으로 컸다”며 “해당 계약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기술력과 특허권에 대한 입증을 한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 이뤄진 해당 계약은 총 1 조2720억원 규모로 계약금(약 900억원) 비중이 약 7.07%에 달했다.
지난 2018년 11월 얀센에 12억 5500만 달러(약 1조 4000억원) 규모로 계약한 유한양행 렉라자(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기술수출도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계약으로 평가받았다. 해당 계약의 경우 계약금이 5000만 달러(약 560억원)로 총규모 대비 비중이 약 4%였지만, 개발 초기 단계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계약금 규모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한미약품이 2016년 9월 제넨텍과 계약한 벨바라페닙(항암신약) 기술수출 계약도 알짜 계약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계약금 8000만 달러(약 938억원) 포함 총 규모가 9억 1000만 달러(약 1조 10억원)에 달하는 메가톤급 계약이었다. 총액 대비 계약금 비중은 약 8.8%로 반환된 계약 외 K-바이오 역사상 가장 높은 계약금을 받은 사례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