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파이프라인 쪼개기’ 상장 막힌다…제2 LG엔솔 제동[바이오 스페셜]
  • 기관투자자 “LG엔솔이 마지막 분할상장 예상”
  • 바이오텍, 자회사에 파이프라인 넘겨서 상장
  • 모회사 주주 기업가치 뺏기는 것과 마찬가지
  • 거래소 “분할상장 못 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 대선후보들 분할상장 대폭 손질하는 공약 일치
  • 등록 2022-01-27 오전 8:45:24
  • 수정 2022-01-28 오후 2:10:22
이 기사는 2022년1월27일 8시4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바이오회사들의 이른바 ‘파이프라인 쪼개기’ 상장이 앞으로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선후보들이 제2 LG에너지솔루션을 방지하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고 있으며, 한국거래소도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바이오회사들의 전형적인 쪼개기 상장은 LG화학(051910)이 핵심 사업부를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을 상장한 방식과는 다르다. 바이오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설립해 모회사의 파이프라인 일부를 떼어주는 형태다. 이후 자회사의 지분을 투자자에게 조금씩 넘겨주면서, 대규모 투자를 받은 다음 상장까지 시키는 방식이다.

파이프라인 돌려막기, 자회사 투자금 유치에 상장까지

파이프라인 쪼개기를 통해 이미 상장까지 성공한 곳은 네오이뮨텍이다. 네오이뮨텍은 2015년 T세포 증폭제인 NT-I7을 최대주주 제넥신(095700)(지분 25% 보유)으로부터 들여왔다. 북미와 남미, 중미, 유럽의 전용실시권을 확보했다. 한국 판권을 보유한 제넥신은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며, 물질 이름을 GX-I7이라고 부른다. 즉 NT-I7과 GX-I7은 같은 물질이다. 바이오시장 70% 이상에 대한 판권이 네오이뮨텍에 넘어가면서, 제넥신 일부 주주들은 기업가치 하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알테오젠(196170)은 2020년 10월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를 설립, 그해 12월 핵심 파이프라인의 사업권을 나눠줬다. 알테오젠은 알토스바이오로직스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의 임상과 판매에 대한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했다.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모회사에 20억원을 지급하고 ALT-L9 임상 수행 및 시장개척, 수입, 판매에 대한 독점적 실시권을 갖게 됐다. 알테오젠은 ALT-L9의 생산과 공급을 담당한다.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모회사 파이프라인만으로 29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605억원 규모의 시리즈A 등을 통해 총 9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일동제약그룹의 지주사 일동홀딩스(000230)는 2019년 5월 자회사 아이디언스를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형태로 설립했다. 일동홀딩스가 아이디언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가,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57.1%로 줄어들었다. 42.9%는 키움-유안타2019스케일업 펀드 등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아이디언스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IDX-1197의 가치 때문이다.

2019년 8월 일동홀딩스는 또다른 자회사 일동제약(249420)의 핵심 파이프라인 IDX-1197을 아이디언스로 넘겼다. 일동제약과 아이디언스 간의 IDX-1197 매각 절차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당초 IDX-1197은 일동제약이 2019년 6월만 하더라도 기업설명회(IR)에서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하며 상업적인 성공까지 기대한 파이프라인이다. 일동제약이 직접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이전하고 후속 개발단계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결국 일동제약의 주력 미래 성장 가치였던 표적항암제는 모회사의 또다른 자회사 아이디언스에게 돌아갔다. 특히 일동제약과 아이디언스는 지분관계가 1%도 없다.

유틸렉스(263050)는 가장 많은 자회사를 설립했다. 판틸로고스, 유틸론, 렉소티, 포트노바 등 총 4개의 자회사가 있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유틸렉스가 개발하고, 후순위 파이프라인은 자회사에 권리를 이전할 계획이다. 유틸렉스는 권리 이전에 따른 수익도 창출하고, 자회사마다 투자 유치까지 받을 수 있다. 판틸로고스는 유틸렉스 파이프라인을 들여오는 계획만으로 시리즈A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데일리파트너스 외 8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투자 규모는 총 130억원이다.

거래소 제동, 대선후보 앞다퉈 대책 마련 공약 발표

바이오텍의 이 같은 행태는 사실상 파이프라인 돌려막기이며, 향후 거래소의 제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바이오회사가 모회사의 파이프라인을 자회사에게 헐값에 넘겨버리는 건 모회사 주주들의 기업 가치를 뺏는 거나 마찬가지다. 미국이었으면 소액주주가 소송을 할 만한 사안이다”며 “거래소에서 이런 방식으로 자회사 가치를 키워 상장하는 방식에 제동을 건다고 얘기가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분할 상장의 마지막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25일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쪼개기 상장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제일 하드한 방안은 물적 분할 상장을 못 하게 하는 방안이 언급됐고, 거래소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으로는 상장 심사할 때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 관련한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는 방안이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시 앞다퉈 분할상장 관련 규정을 대폭 손질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이중 상장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 상장하는 것과 관련된 규정을 정비하고,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윤 후보는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 비율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다.

김유림 기자 u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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