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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신제품 개발은 어느 업계나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까지는 말 그대로 ‘천운(天運)’이 따라야 한다. 특히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제품 개발은 평균 10년가량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다. 그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제약·바이오 강국에 대한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 국내 26번째 신약
동아에스티(170900)의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성분: 에보글립틴)’이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성장을 위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당뇨병뿐만 아니라 대동맥심장판막석회증 등에서도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며, 대변신을 예고한 상태다. 국내 최고 수준의 당뇨병 치료제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활동 영역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의 관계사 레드엔비아는 이달 슈가논을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미국 임상에 들어갔다.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에서 ‘에보글리핀(DA-1229)’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2/3상이다. 2025년 12월 완료를 목표로 한다.
◇신약 개발 정석..업계 신뢰 커
레드엔비아는 동아에스티와 바이오엔비아가 2018년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설립 후 동아에스티로부터 슈가논의 물질특허를 이전받았다.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는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 치료제 용도특허도 넘겨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레드엔비아는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2/3상을 승인받은 바 있다.
동아에스티가 2005년 당뇨병 치료제로 처음 개발에 나선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검증한 안전성과 2016년 정식 출시 이후 시장의 호평을 기반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다. 업계에서도 슈가논을 통해 신약 개발의 정석을 보여줬던 동아에스티에 신뢰를 보낸다.
실제 동아에스티는 슈가논 개발에 앞서 당뇨병 치료제로 전임상 평가까지 간 많은 다른 후보물질도 있었으나, 개발 중단을 마다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수없이 반복한 것이다.
시행착오를 수없이 반복하며 완벽하다고 찾아낸 에보글립틴도 면역독성의 문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화합물 합성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역발상으로 오히려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타깃에 대한 활성도도 선도물질보다 10배 이상 우수한 에보글립틴을 얻을 수 있었다. 진화를 뜻하는 ‘에볼루션(Evolution)’과 글립틴(Gliptin)의 합성어로 성분명을 정한 배경이다.
에보글립틴은 현재까지 승인받은 DPP-4저해제의 장점을 고루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DPP-4는 혈당을 낮춰주는 ‘GLP-1’을 분해하는 효소다. 슈가논은 이를 억제해 당뇨를 치료하는 방식이다.
| (사진=동아에스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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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SCI급 국제학술지 게재..시장 신뢰 커
효능은 임상과 현장에서 입증됐다. 에보글립틴 단독요법과 메트포르민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시험에서는 효과적인 혈당강하와 우수한 목표혈당 도달률이 확인됐다. 특히 DPP-4에 대한 선택성은 높지만, 피부감염이나 면역반응 등과 같은 부작용 발생 우려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증·중증 신장애를 동반한 당뇨환자가 복용 시 용량조절이 필요 없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하루 한 번 복용만으로도 혈당조절이 가능하다.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고혈압, 고지혈증 치료제 등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어 그 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슈가논의 안전성 연구 결과는 올해도 SCI급 국제학술지인 ‘DOM’에 게재됐다. 에보글립틴이 설포닐유레아 제제인 글리메피리드 대비 심혈관계 33%, 뇌혈관계 59%로 사건 누적 발생률이 유의성 있게 낮다는 연구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슈가논은 레드오션인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출시 첫해 36억원이던 슈가논의 실적은 2017년 66억원, 2018년 9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성공적인 신약의 매출액 지표인 100억원(142억원)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이보다도 67.6% 성장한 238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300억원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동아에스티 본사 전경.(사진=동아에스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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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러시아 등서도 출시 이어져..‘영역 확장’
글로벌 제약업체들도 슈가논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일찍부터 동반자로 합류했으며, 지금도 그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2012년 12월 인도, 네팔을 시작으로 2014년 브라질, 2015년 중남미 17개국, 2015년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3개국 등 슈가논의 해외 지역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슈가논은 2019년에 인도에서 정식 발매됐으며, 지난해에는 러시아에서도 지역 판매가 시작됐다.
하지만 동아에스티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만으로는 슈가논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DPP-4저해제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5900억원 규모다. 동아에스티가 슈가논을 기반해 새로운 신약의 도전에 나서는 배경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현재 동일 기전으로 많은 약물이 개발됐지만, 슈가논은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진화된 약물”이라며 “슈가논이 성공한 국산 신약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도전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