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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스위스 로슈가 ‘타미플루’ 후속작으로 내놓은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 ‘조플루자’의 투약 연령이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 연합(EU) 등 주요국에서 연이어 대폭 확대됐다. 미국에서는 5세 이상 소아, EU에서는 1세 이상 영유아까지 차례로 넓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국 내 조플루자의 위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타미플루 제네릭의 등장으로 고전하던 로슈가 해당 시장을 재장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뒤, 스위스 로슈가 세계 판권을 갖게된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왼쪽)와 로슈가 직접 개발한 타미플루 후속작 ‘조플루자’(오른쪽). 타미플루와 그 제네릭(복제약)이 주도한 독감 대상 항바이러스제 시장이, 새로운 기전 및 복약 편의성을 갖춘 조플루자의 등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제공=로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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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에 치인 ‘타미플루’, 로슈의 대안은 ‘조플루자’
로슈는 1996년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로부터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의 특허권을 독점적으로 이전받았다.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가 증식을 위해 사용하는 뉴라미디다제를 억제하는 물질이며, 미국 기준 1999년에 독감 치료제로 승인됐다. 하지만 타미플루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서 2016년부터 각국에서 제네릭(복제약)이 대거 등장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데이터 브릿지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타미플루 성분인 오셀타미비르 관련 시장은 지난 2021년 기준 5428억8000만 달러(한화 약 675조5000억원)에서 매년 5.4%씩 성장해 2029년경 총 8628억5000만 달러(약 107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인더스트리 ARC도 올해부터 오셀타미비르 시장이 매년 3%씩 성장해 2027년 경 7440억 달러(약 9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독감의 유행 규모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지만, 거대한 독감치료제 시장이 형성되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타미플루는 제네릭 등장 초기에는 투약 연령면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차츰 제네릭들도 영유아 이상으로 대상 연령층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오리지널인 타미플루 매출은 연평균 20~30%씩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로슈에 따르면 독감 대신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던 2021년에는 타미플루의 세계 매출이 580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775억원)으로 전년(2억 7200만 스위스프랑) 대비 78% 이상 크게 감소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로슈가 직접 개발에 성공한 약물이 조플루자(성분명 발록사비르 마르복실)다. 조플루자는 인플루엔자 복제에 필수적인 중합효소인 ‘산성 엔도 뉴클레아제’를 억제한다. 특히 5일 가량 경구 복용해야했던 타미플루와 달리, 조플루자는 1회만 경구 복용해 편의성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일본 의약당국 등이 지난 2018년 12세 이상 A형 및 B형 독감 치료제로 조플루자를 품목 허가했다. 이 약물은 각국에서 타미플루 이후 20여 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독감 치료제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조플루자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70여 개국에서 같은 적응증으로 승인됐다.
첫 승인 후 4년, 美·EU서 거의 모든 연령에 허용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로슈는 조플루자의 시장 장악을 위해 세부 적응증 확대 시도를 이어왔다.
실제로 미국에서 2019년 합병증이 있는 12세 이상 환자의 급성 단순 독감 치료제로 조플루자의 적응증이 확장됐다. 2020년에는 독감에 걸린 개인과 접촉한 12세 이상 성인에 대한 조플루자의 적응증도 추가 승인됐다. 최초 승인 후 약 4년 뒤인 2022년 8월에서야 FDA가 조플루자를 5세 이상 소아에게 쓸 수 있도록 투약 연령을 확대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로슈는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1세 이상 영유아의 독감 치료를 위해 조플루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거의 모든 연령층으로 조플루자의 사용 가능 범위가 확대되면서, 해당 약물이 타미플루의 진정한 후속작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독감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투약 연령이나 환자군의 합병증 유무 등 독감 치료제의 세부 적응증은 다양하다”며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시장성 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투약 가능한 연령층의 확대다. 미국과 EU 등 주요국에서 조플루자의 투약 범위 확대가 빠르게 실현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 조플루자가 타미플루 시장을 잠식할지, 아니면 타미플루를 포함해 독감 대상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시장 자체를 더 크게 확장시킬지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독감 시장 98% 위축...조플루자, 소아 적응증 확장 시도 中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2019년 12세 이상 독감 치료제로 조플루자를 승인했다.
종근당(185750)이 한국로슈로부터 타미플루와 조플루자의 판권을 각각 2012년과 2020년에 획득했다. 하지만 양사의 유통제휴는 모두 종료돼 현재는 한국로슈가 직접 타미플루와 조플루자의 판매망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타미플루 및 그 제네릭에 기반한 독감 치료제 시장 역시 코로나19 이후 크게 감소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독감치료제 외래 처방금액은 22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 88억원으로 내려앉았고 2021년에는 4000만원대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광범위화됐던 2년 새 독감치료제 시장 규모가 99.8% 축소됐다.
다만 최근 독감 수요 증가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는 상황이다. 한국로슈에 따르면 이런 시장에 대비한 조플루자의 소아 적응증 확장을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한 준비 중에 있는 상황이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독감 치료제를 국내에 도입할 때 미국이나 유럽에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한다. 소아 대상 추가 임상을 국내에선 따로하지 않고 조플루자 관련한 해외 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며 “명확한 계획이나 급여 확대 일정 등은 현시점에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플루자가 신속한 증상 완화 효과와 단회 투여라는 복용편의성을 기반으로 12세 이상 독감환자 대상 국내 출시 이후 이를 처방받은 환자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힘써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