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희수 모더나코리아 의학부 부사장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모더나코리아 사무실에서 mRNA 플랫폼에 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했다. (사진=모더나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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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메신저리보핵산(mRNA)으로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질환에서 어떤 단백질을 만들어야 실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느냐입니다. 결국 질환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타깃을 제대로 선정하느냐가 (mRNA 신약 개발의) 성공을 좌우합니다.”
김희수 모더나코리아 의학부 부사장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모더나코리아 사무실에서 mRNA 플랫폼의 다음 과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플랫폼의 설계·생산 역량을 입증한 만큼 암과 희귀질환 등 치료제 영역에서는 기술 자체보다 질환 생물학과 면역반응에 대한 이해, 적절한 표적을 선별하는 역량이 성패를 가를 것이란 설명이다.
설계는 수시간이면 끝…mRNA 신약 성패 가르는 건 질환 이해도 mRNA는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세포에 일종의 ‘설계도’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모더나는 mRNA 설계와 전달, 생산에 이르는 과정을 플랫폼화해 감염병 백신에서 항암·희귀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김 부사장은 “백신에서도 어떤 에피토프와 항원을 표적으로 할지를 잘못 정하면 원하는 단백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며 “타깃 질환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치료제나 백신의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mRNA 플랫폼의 장점은 후보물질을 만드는 속도다. 김 부사장에 따르면 코로나19 당시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확보한 뒤 표적 설계에 약 이틀, 아미노산 정보를 최적화된 mRNA 서열로 변환하는 데 수시간이 소요됐다. 임상시험용 백신 생산과 품질시험을 거쳐 첫 투여까지는 약 42일이 걸렸다.
그는 “mRNA 플랫폼이 한번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되면 이후에는 어떤 단백질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정보만 바꿔 빠르게 후보를 만들 수 있다”며 “그 단백질이 실제 치료 효과를 내느냐는 결국 해당 질환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외부 기술 도입보단 ‘선택과 집중’…누적 데이터엔 자신감 모더나는 현재 특정 원천기술의 공백을 외부 기술 도입으로 메우기보다는 내부 R&D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오히려 진행 중인 연구개발(R&D) 과제가 많은 만큼 한정된 자본과 연구인력을 어디에 집중할지를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은 “현재 진행하는 연구만으로도 너무 많은 일이 있어 최근 1~2년 사이 많은 프로그램을 일단 멈췄다”며 “투자할 자본도 필요하지만 실제 일을 하고 연구할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자본과 연구인력에서 병목이 생기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많이 조정했다”며 “외부와 연계한 공동연구 역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선별해 협력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mRNA 분야의 경쟁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축적한 방대한 임상·허가·실사용 데이터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꼽았다.
김 부사장은 후발 mRNA 제품이 앞으로 축적할 임상·실사용 데이터와 모더나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확보한 데이터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여러 회사가 mRNA 신약 개발에 성공해 새로운 제품이 데이터를 수만 명 규모로 쌓는다고 해도 이미 모더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수십억 명의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며 “그 격차는 쉽게 메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mRNA 경쟁력이 단순히 서열을 설계하거나 지질나노입자(LNP)를 만드는 원천기술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설계부터 전달, 생산, 임상, 허가, 대규모 실제 접종까지 플랫폼 전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한 경험 자체가 진입장벽이라는 것이다.
항암으로 넓어진 mRNA 플랫폼…개인맞춤 치료제 제조 속도는 과제 모더나가 플랫폼의 다음 검증 무대로 주목하는 분야는 항암이다. 미국 머크(MSD)와 공동개발 중인 개인맞춤형 신생항원 치료제 ‘인티스메란 오토진’(intismeran autogene·INT)은 최근 흑색종 3상에서 톱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INT는 환자의 종양과 정상세포를 비교해 암세포에 특이적인 돌연변이를 찾고 최대 34개의 신생항원을 선정해 환자 1명을 위한 mRNA 치료제를 만드는 방식이다. 김 부사장은 INT의 최근 임상 성과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을 넘어 항암 분야에서도 mRNA 플랫폼이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를 뒀다.
다만 개인맞춤형 치료제 특성상 제조 속도는 풀어야 할 과제다. 환자 종양 조직을 확보해 개인별 치료제를 만든 뒤 다시 투여하기까지 현재 약 6~8주가 걸린다.
김 부사장은 이를 ‘니들 투 니들’(needle-to-needle) 시간이라고 표현하며 “한 사람을 위한 약을 한 배치씩 만드는 데 1년이 걸린다면 암 환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현재 6~8주까지 왔고 앞으로 이 기간을 더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희귀질환에서도 같은 플랫폼의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 프로피온산혈증(PA), 메틸말론산혈증(MMA)처럼 특정 효소를 만들지 못하는 선천성 대사질환에서 외부에서 만든 효소를 반복적으로 투여하는 대신 mRNA를 통해 환자의 몸이 직접 필요한 효소를 생산하도록 하는 접근이다.
김 부사장은 “사실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에서 성공한 뒤 항암이나 희귀질환으로 연구 영역을 넓힌 것은 아니다”며 “모더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항암과 희귀질환을 비롯해 mRNA로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질환을 연구해왔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모더나는 2010년 설립 당시부터 mRNA 의약품 개발에 집중해왔으며 팬데믹 이전부터 감염병 백신뿐 아니라 항암·희귀질환·심혈관질환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왔다. 2018년 초엔 19개의 mRNA 후보물질을 확보해 이 중 10개를 임상 단계에 진입시켰다. 현재 INT로 이어진 개인맞춤형 암백신 ‘mRNA-4157’도 2017년 임상 1상에 들어갔으며 메틸말론산혈증(MMA)·프로피온산혈증(PA) 등 희귀질환 치료제 연구도 이미 진행 중이었다.
김 부사장은 “코로나19 백신은 그 과정에서 mRNA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라며 “앞으로도 기존 기술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질환에서 mRNA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계속 찾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