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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루닛 CSG그룹장 “의료 AI 수용도 높은 일본, 기회 충분”
  • 등록 2025-10-09 오후 3:00:00
  • 수정 2025-10-09 오후 3:00:00
[도쿄(일본)=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일본에서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서 일본법인 설립이라는 결정을 하게 됐다. 일본은 의료 인공지능(AI)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높고 미래사업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극적이라 기회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기환 루닛 CSG 그룹장 (사진=루닛)
김기환 루닛 CSG 그룹장은 이데일리와 만나 일본법인 설립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루닛은 2013년 딥러닝 기반 의료 AI 스타트업으로 설립돼 2014년부터 의료 영상 분야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1세대 의료 AI 기업으로 자리잡은 업체다. 인간의 시각적 한계를 보완하는 판독 보조 솔루션을 개발해 상용화하며 의료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앞서 루닛(328130)은 지난 5월 도쿄에 일본 법인(Lunit Japan Inc.)을 설립한 뒤 일본 시장에서 직접 판매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루닛 일본법인은 단순한 영업 창구가 아닌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직판 허브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루닛은 그간 후지필름과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 시장을 공략해왔다. 일본 의료기기업체 후지필름의 강력한 영업망을 활용해왔던 루닛이 일본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직접 판매에 나서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일본 시장에서 후지필름과 협업과 직판을 병행하는 모델로 변경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김 그룹장은 “일본 시장에서 기존 후지필름과 파트너십 하에서 ‘루닛 인사이트 CXR3’(Lunit INSIGHT CXR3) 제품을 곧 출시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이 제품을 루닛도 같이 판매를 하자는 내용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후지필름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고객군을 구별해 영업 채널을 조율하는 중이다.

그는 “루닛의 일본법인도 특정 고객군에게 제품을 판매하면서 일본 시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 것”이라며 “자체 판매와 협업을 통해 전체적인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게 일본법인의 단기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후지필름에 의존하는 현재 일본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루닛이 APAC 지역 거점으로 일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시장 구조가 적합했다는 게 루닛의 판단이다. 김 그룹장은 “판독을 보조하는 AI 소프트웨어에 좋은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Market Fit)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일본이기도 하다”며 “일본의 의료진 부족 문제,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의료 영상을 판독하는 환경에서 루닛이 판독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고령화로 검진에 대한 수요가 높으면서 의료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국가이다. 또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보급률이 높은 한국과 달리 흉부 엑스레이(X-ray) 사용률이 여전히 높은 나라다. 일본에서는 흉부 엑스레이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주로 판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AI의 판독 보조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일본의 의료 AI 제품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전향적인 제도적인 환경도 한몫 했다. 일본은 일부 내시경 관련 AI 제품에 대해 수가를 지급하는 등 의료AI 제품에 보험 수가를 인정하고 있다. 김 그룹장은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도 의료 AI 솔루션에 대해서 보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국가”라며 “루닛도 일본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이러한 보험 수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환경에는 일본의 AI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인 수용도가 높다는 게 바탕이 됐다. 그는 “의료 AI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업 기회를 여러 국가에서 탐색하다 보니 제품도 좋아야 하고 가격도 맞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게 사회적인 수용도라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기술에 대해 시장에서 열린 마음을 갖고 도입하려는 사회적인 움직임도 중요한데 일본에서는 의료AI 제품에 대한 별도의 인센티브가 있고 실제로 이걸 구매하는 고객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본의 규제 장벽은 넘어야 할 과제이다. 김 그룹장은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인허가를 받기 위한 과정 자체가 큰 허들”이라며 “일본의 규제는 상당히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고 짚었다. 현지인 대상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해야 하고, 일본어 중심의 철저한 현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루닛은 일본인 직원을 채용하고 현지 의료진과 임상 근거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루닛 일본법인에는 법인장 포함 3명이 근무 중이며, 내년까지 사업계획 수립에 집중하고 2027년부터 실제 판매와 고객관리를 위해 조직을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 시장 직접 판매에 도전할 루닛의 제품은 ‘루닛 인사이트 CXR’(Lunit INSIGHT CXR)과 ‘루닛 인사이트 MMG’(Lunit INSIGHT MMG)이다. 흉부 X-ray 영상에서 흔히 나타내는 주요 이상 소견을 검출하는 루닛 인사이트 CXR은 후지필름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주목 받았던 제품이다. 김 그룹장은 “의료진이 놓친 폐암을 AI가 찾아준 사례가 일본 내에서도 좋은 사용 사례로 일본 내 학회 등에서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며 “루닛 인사이트 MMG의 경우 아직 상용화된 유방촬영술 AI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전문의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루닛 일본법인은 2027년부터 가파른 매출 성장을 보이면서 본사 매출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 쌓은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아시아 지역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김 그룹장은 “상징적으로는 ‘메디컬AI=루닛’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게 목표”라며 “아시아의 교두보를 일본 시장으로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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