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유전자나 이중 항체, 항체약물접합(ADC) 등 차세대 생명공학 기술들이 신약개발에 속속 접목되면서 바이오 산업의 중흥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차세대 생명공학 기술을 가진 이들 바이오텍이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성장세를 리딩하는 형국이다. 2023년 바이오 생태계를 이끄는 최첨단 유망 바이오 섹터로 어느 분야가 떠오르게 될 것인가. 이데일리의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 ‘팜이데일리’는 10대 유망 바이오 섹터를 선정, 세계 시장 동향과 국내외 주요 기업의 개발 현황을 집중 조명한다. 이번에는 암 치료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방사성의약품 섹터다. [편집자 주] | 방사성의약품 전립선암 진단제 FACBC (사진=듀켐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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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당 161.1명’.
지난해 암(악성신생물)으로 인한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률이다. 암은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2위를 차지한 심장질환(10만명당 61.5명) 보다 사망률이 두배 이상 높다. 암 진료 환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통계연보 중 중증질환 산정특례 진료현황을 살펴보면 암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8년 114만명 △2019년 119만 명 △2020년 125만명 △2021년 131만명으로 꾸준히 증가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방사성의약품이 암 치료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신체 조직 일부를 떼어내는 조직검사 없이도 조기에 암 진단을 할 수 있는데다 강력한 암세포 표적 기능으로 정상조직 손상에 의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올 한해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방사성의약품시장 연평균 5.9% 성장방사성의약품이란 진단 혹은 치료용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와 이 동위원소를 질병 부위로 옮기는 ‘물질’이 결합한 의약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립선암에 과발현되는 단백질을 표적하는 펩타이드에 진단용 동위원소를 붙인다. 이 방사성의약품을 몸에 주입하면 암세포에 찾아간 동위원소가 빛을 뿜어내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 CT)를 통해 진단된다.
기존에는 암 진단 때 내시경을 이용하거나 침습적인 방법으로 신체 조직 일부를 떼어냈다. 하지만 방사성의약품은 정맥에 약물을 주사해 영상진단 기기로 확인하기 때문에 신체 조직 일부를 떼어내는 조직검사 없이도 조기에 암 진단을 할 수 있어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준다. 방사성의약품은 의약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사람의 몸 안에서 암 등 목표한 표적이 도달하면 방사선을 방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어떤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구분된다. 병변 부위의 생체표지자(바이오 마커)에 결합 가능한 약물에 투과율이 높고 파괴력이 약한 동위원소를 붙이면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투과율이 낮고 파괴력이 강한 동위원소를 붙이면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이 된다.
현재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로는 반감기가 짧은 △F-18 △C-11 △I-123 등이 사용된다.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로는 반감기가 긴 △I-131 △Lu-177 △Y-90 등이 쓰이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면 빠르고 정밀하게 암 병변을 확인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 가능성이 높아진다. 짧은 반감기로 수 시간 내 소멸하고 일부는 물이 돼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진단 시 몸에 별다른 무리를 주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방사성의약품은 림프절 등 전신으로 전이되는 재발 암 진단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방사성의약품은 생화학적 변화를 세포나 분자 단위로 세밀하게 보여주는 특징이 있는 만큼 일반 영상 진단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위, 발병 초기의 암도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표적물질에만 작용해 부작용이 적고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 CT)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의약품이 작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암 치료·진단이 증가하면서 시장 규모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방사성의약품시장은 2018년 39억4680만달러(약 4조8600억원)에서 올해 52억6180만달러(약 6조4800억원)로 연평균(CAGR) 5.9%의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2018년 32억8380만달러(약 4조500억원)에서 올해 41억2010만달러(약 5조700억원)로 연평균 4.6%성장이 점쳐진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2018년 6억6300만달러(약 8100억원)에서 올해 11억4170만달러(약 1조4100억원)로 연평균 11.5%의 성장이 예상된다.
| (자료: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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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켐바이오·퓨쳐켐, 방사성 의약품 개발·상용화국내의 대표적인 암 진단 방사성의약품으로는 전립선암의 재발·전이를 진단하는 듀켐바이오의 ‘FACBC’와 폐암을 진단하는
퓨쳐켐(220100)의 ‘[18F]FLT’ 등이 있다.
듀켐바이오의 FACBC(제품명 18F 플루시클로빈)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FACBC는 재발 또는 전이가 의심되는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으로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2017년 유럽의약품(EMA) 인증을 받아 현재 전 세계 19만6000명의 전립선암 재발 환자에게 사용됐다.
듀켐바이오는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치매(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대한 신약 허가를 승인받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레카네맙의 개발 과정에서 듀켐바이오의 방사성의약품이 직접 사용됐기 때문이다. 향후 레카네맙에 대한 적응성 확대 혹은 2세대 등의 연구개발이 활성화될 경우 듀켐바이오의 방사성의약품이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레카네맙의 상용화가 이뤄지게 되면 치매 진단을 위해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제약업계는 보고 있다.
퓨쳐켐의 [18F]FLT는 자체 개발한 주력 기술인 핵의학 검사 중 하나인 양전자 단층촬영(PET)에 쓰이는 방사성 핵종 ‘F-18’에 대한 표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 폐암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이다. 퓨쳐켐은 전립선암 진단을 목적으로 한 방사성의약품 ‘FC303’도 개발 중이다. 이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해서 전립선암에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전립선 특이 세포막항원(PSMA) 단백질을 표적해 암세포를 추적 관찰하는 표적조영제다. FC303은 국내와 오스트리아에서 임상 3상 중이고 미국 1상을 완료했다.
퓨쳐켐은 진단을 넘어 직접 암 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도 개발하고 있다. 퓨쳐켐은 진단용 FC303을 치료 목적으로 바꾼 전립선암 치료제 ‘FC705’를 개발 중이다. 국내 임상 2상, 미국 1·2a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바이오벤처기업 셀비온은 캐나다 방사성의약품 제조업체인 씨피디씨(CPDC)와 전립선암 방사성의약품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미국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방사성의약품은 유방·간암, 비호지킨 림프종과 같은 암의 치료와 진단에 많이 사용된다”며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의 발병·유병률의 증가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