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제발 이번만큼은 흐지부지하지 말고 제대로 된 활동을 해줬으면 한다.”
한 바이오텍 대표가 최근 닻을 올린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바이오혁신위)에 바라는 점을 묻는 기자의 말에 한 대답이다. 국가 바이오산업의 정책컨트롤 타워인 바이오혁신위가 지난 5월 22일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 |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지난 5월 19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바이오데이터 협의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사진=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
|
지난 4월 16일 공식 출범한 바이오혁신위는 최근 3개 분과위원회와 2개 특별위원회를 잇따라 가동했다. 바이오혁신위는 지난 5월 둘째 주에 투자전략·산업진흥·기술혁신 등 3개 분과위원회 1차 회의를 차례로 개최했다. 바이오혁신위는 지난 21일 뷰티산업 특별위원회와 규제 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바이오혁신위란 바이오 분야 정책과 규제, 투자 등 중장기 국가 전략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를 말한다. 바이오혁신위는 부처별로 중복·산재했던 바이오 정책을 조정해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보건복지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바이오와 관련된 부처가 모두 바이오혁신위에 참여한다. 바이오혁신위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당연직 위원장을, 원희목 서울대 특임교수가 부위원장을 각각 맡았다.
특히 바이오혁신위는 지난 정부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와 국무총리 산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기능을 합쳐 눈길을 끈다. 두 위원회는 각기 다른 역할을 표방했다. 하지만 중복되는 민간위원이 6명일 정도로 업무가 중첩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두 위원회를 통합한 만큼 단일 의사결정 구조로 국가 바이오 정책 추진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바이오업계는 정부가 분산된 정책 기능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바이오혁신위가 3개 분과위원회와 2개의 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는 만큼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표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바이오혁신위가 표류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크게 뒤쳐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경쟁국들은 이미 바이오 산업을 국가 안보 및 공급망 주권과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삼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바이오혁신위가 중점 과제로 제시한 바이오 클러스터 혁신과 현장 중심 규제 합리화라는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나열한 과제 수가 아니라 얼마나 발빠르게 이를 실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 산업의 발목을 잡은 주된 원인은 정책 부재가 아닌 행정 병목 현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비롯해 보건의료연구원평가, 심사평가원 보험 등재, 병원의 임상시험심사위원회가 각기 다른 잣대로 돌아갔다. 명확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통해 실행력을 평가해야 한다.
경쟁국과 비교해 신약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미국 제약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신약이 공공 의료 보험 적용을 받는 비율이 20%로 20개국 중 최하위였다. 우리나라는 품목 허가까지 평균 24개월, 허가 후 보험 적용까지 다시 23개월이 걸려 환자가 신약을 접하기까지 총 4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험 적용률 51%, 허가 기간 13개월인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신약 지출 비중도 우리나라는 0.09%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 육성 경쟁은 이미 1분 1초를 다투는 속도전에 돌입했다. 골든타임은 얼마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