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색한 정부지원에 백신·치료제 난항…갈길 먼 ‘위드코로나’
- 美, 11조원 천문학적 지원액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앞당겨
- 韓, ‘21년 8월에야 5개년 백신 지원금 2.2조원 계획 밝혀
- ‘위드 코로나’ 시대 더 필요해진 백신·치료제 개발…정부 지원 늘려야
- 등록 2021-10-08 오전 10:52:11
- 수정 2021-10-08 오전 10:52:11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지난 2020년 3월.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초반에 백신 개발 계획을 신속하게 세웠다. 백신 전문가들을 소집, 의견을 청취한 뒤 18개월 가량 예상됐던 개발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 OWS)를 곧바로 수립했다. 두 달 뒤인 5월15일 작전 실행을 공식 발표했다.
OWS에 따라 백신 개발에만 무려 10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됐다. 가능성만 보이던 모더나에 15억3000만 달러(약1조8000억원)의 지원금이 투자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사노피에 21억 달러, 노바백스에 16억 달러, 얀센에 10억 달러가 지원됐다. 화이자는 개발도 되지 않은 백신 2억 달러를 선판매했다.
막대한 규모의 지원 덕에 개발 기간은 크게 단축됐다. 임상시험과 동시에 백신 생산이 시작됐다. 개발이 실패할 때 발생하는 재정적 위험을 정부가 짊어진 것이다. 민간 제약회사는 물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식품의약국(FDA),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원에 국방부까지 동원돼 백신 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 가장 이르게 화이자 백신이 2020년 11월에 임상 결과를 발표했고 12월 FDA의 긴급 사용 허가가 떨어졌다. 1년이 채 걸리지 않아 백신을 만들어내고 접종에까지 돌입한 것이다. 코로나 첫 국내 발생 뒤 1년 7개월이 지난 상황에서야 임상 3상 시험에 돌입한 한국과 속도 차이가 크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지원에 나선 것은 2020년 2월18일이다. 당시 국무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10억원’을 책정했다. 사태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관성적으로 정한 지원금일 가능성이 높다.
두 달 뒤인 4월9일에는 산·학·연·병 합동 회의를 통해 ‘2100억원’의 투자액을 약속했다. 이 역시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터무니 없이 적은 비용이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수가 46% 가량 급감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추산 손실만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8월 정부가 내놓은 ‘2026년까지 백신 개발에 2조2000억원 투입’ 하겠다는 계획도 충분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 유행 속에 오는 11월 ‘위드 코로나’를 예고했다. K백신과 K치료제를 손에 쥐지도 못한 채 경제 논리에 쫓겨 내린 결정이다. 코로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더욱 절실해졌다. 그럼에도 코로나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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