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코오롱(002020) 그룹이 대웅제약 24년 재직 경력의 전문경영인을 지주사 제약바이오 부문 총괄로 영입했다. 내년 미국 임상 3상을 완료할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의 현지 마케팅 뿐 아니라 앞으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그룹의 존재감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내년 7월 美 임상 3상 마무리 분수령4일 코오롱으로 출근을 시작한 전승호 대표는 코오롱티슈진에서 기존 노문종 대표와 각자대표, 지주사 코오롱에서 제약바이오부문 총괄을 각각 맡는다. 앞으로 그룹의 제약바이오 로드맵을 짜는 중책이다.
 | 전승호 대표(사진=대웅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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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표는 197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약학 학사, 동 대학원 제약학 석사를 졸업했다. 대웅제약에 2000년 입사해 글로벌사업본부장을 거쳐 2018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대표를 지냈다. 특히 대웅제약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보툴리눔톡신 주름개선제 ‘나보타’의 미국 마케팅을 이끈 이력이다. 그가 임기를 시작한 2018년부터 대웅제약은 매출 ‘1조 클럽’에 입성했고 대표직에 있던 6년 동안 대웅제약 매출은 4.91%의 연평균성장률을 기록하며 성큼 성장했다.
코오롱 그룹이 전 대표를 영입한 배경에는 그의 글로벌 사업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코오롱티슈진의 무릎골관절염 치료제 ‘TG-C’의 미국 임상 3상이 내년 7월 완료를 앞두고 있으며 신약허가 획득 시 현지 마케팅 및 상업화를 진행해야 한다. 이에 선제적으로 미국시장 이해도를 갖춘 전문경영인을 발탁했다.
나아가 작년 5월 한성수·노문종 각자대표 체제에서 한성수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 공백을 채우는 것이기도 하다.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노 대표와 2인 3각을 이룰 경영인이 필요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총 52명의 재직인원 중 27명이 연구원이다. 그 중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노 대표는 카이스트 생명과학 박사를 졸업하고 1995년 코오롱중앙기술원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해 2001년부터 코오롱티슈진 TG-C 연구개발에 파견, 2019년부터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약 30년간 코오롱의 신약 R&D 전반을 지켜본 핵심인물이다.
이 외 주요 임원인 김선진 임상총괄(CMO)은 서울대학교 의학박사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MD앤더슨암센터, 한미약품 부사장을 지낸 인물로 2018년 플랫바이오를 창업하고 2021년 코오롱티슈진 CMO로 발탁됐다. 2023년부터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제약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여기에 이어 마케팅 및 전체적인 전략기획을 담당할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신임 전승호 각자대표가 맡게 될 전망이다.
‘신약’ 오너 드라이브코오롱 그룹은 1999년 미국에 코오롱티슈진(950160), 2000년 국내에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을 차리며 제약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룹의 출발이 비(非)제약업이었지만 드물게 차세대 신약 영역인 유전자치료제에 발 빠르게 진입했고 2017년 7월 국내 식품의약처(식약처)에서 ‘인보사’를 허가받았다. 당시 국내 29번째 신약의 위치였다.
인보사는 뒤늦게 밝혀진 성분 오기재를 이유로 2019년 5월 국내 허가가 취소됐지만, 미국에선 식품의약국(FDA)의 허가하에 ‘TG-C’라는 코드명으로 임상 3상을 계속했다. 내년이 글로벌 신약허가에 도전하는 분수령이다.
코오롱 그룹은 오너의 신약개발 의지가 큰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직접 코오롱티슈진 창업을 주도했고 넥스트 경영인인 아들 이규호 부회장도 의지를 이어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 그룹이 앞으로 인보사에 제한되지 않고 그간 쌓아온 유전자치료제 방면에서의 강점, 그리고 후속으로 새로운 모달리티를 검토해볼 것으로 보인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아들 이규호 부회장도 이 방면으로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은 1956년생으로 올해 69세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로, 조금씩 무게중심은 이규호 부회장에 쏠리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은 1984년생으로,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을 졸업 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전무,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부사장,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를 거쳐 2024년부터 코오롱 대표(전략) 및 부회장을 맡고 있다.
사안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규호 부회장이 코오롱의 신약 등 신사업 지휘를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TG-C’ 상업화 자금 1000억 마련코오롱티슈진은 ‘TG-C’의 미국 품목허가 및 상업화를 위해 올초 1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1월 중 지주사 코오롱 대상 3자배정 유상증자로 440억원을 마련했고, 이어 2월 유진투자증권 등을 대상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565억원을 유치했다.
든든한 모회사 덕에 자금 우려는 적은 상황이다. 최근 5년간 코오롱티슈진이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은 도합 32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코오롱이 투입한 자금이 도합 1960억원, 이웅열 회장 개인이 투자한 규모가 100억원이다. 코오롱이 39.84%, 이웅열 회장이 14.52% 지분을 가져 각각 최대주주와 2대주주 위치를 지키고 있다.
오너와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자 기관투자가들도 신뢰를 보내는 상황이다. 특히 유진투자증권, GVA자산운용은 코오롱티슈진이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할 때마다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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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22년 330억원 규모의 1회차 CB를 발행할 때 만기일을 30년 후인 2052년으로 설정했다. 보통의 CB 만기가 4~5년인 것을 감안했을때 상환의무가 없는 셈으로 간주해,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당장 편입 가능한 ‘영구CB’로 분류된다. 1회차 CB에는 블리츠자산운용이 100억원, 유진투자증권과 GVA자산운용이 각각 70억원을 투자해 가장 큰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외 한양증권이 50억원, 신한투자증권이 40억원을 투입했다.
작년 진행한 2회차 CB와 올초 진행한 3회차 CB는 모두 표면과 만기금리를 0%로 설정한 ‘빵빵채권’으로 눈길을 끌었다. 투자자들은 상환을 통한 수익보다 사채의 보통주 전환 후 주가상승을 통한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회차 CB에는 유진투자증권이 90억원, GVA자산운용이 50억원을 투자했고 이 외 한양증권, 신한투자증권이 투자했다.
올 2월 진행한 3회차 CB는 유진투자증권이 170억원을 투자했고 인터레이스자산운용이 160억원, 한양증권이 60억원을 투자했다. GVA자산운용은 이번에 20억원을 투자집행했다. 금번 발행한 CB의 전환기간은 2026년~2030년이고, 전환가액은 19만2210원이다. 이는 코오롱티슈진 보통주 1주당 5KDR(증권예탁증권)이 발행된 것을 감안해 5배를 곱한 것으로, 실제로는 주당 3만8442원인 것으로 계산하면 된다. 4일 코오롱티슈진 시작가는 3만6300원이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이 TG-C 상업화 시 연 4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