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유도탄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와 표적치료제 ‘퍼투주맙’의 병용요법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 특별 구두 발표 세션에서 공개된 DESTINY-Breast09 임상 3상 중간 분석 결과,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요법은 기존 표준치료인 THP 요법(탁산+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했다.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40.7개월로, THP 투여군의 26.9개월보다 약 14개월 길었다. 객관적 반응률(ORR)도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이 85.1%로, THP 투여군(78.6%)에 비해 높았다.
 | 엔허투 제품 모습 (사진=아스트라제네카, 다이이찌산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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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관해(CR) 사례 역시 엔허투 병용군에서 58건, THP 군에서 33건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DOR)은 엔허투 병용군이 39.2개월로 3년을 초과했으며, THP 군은 26.4개월이었다. 전체생존기간(OS)은 아직 데이터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으나, 중간 분석에서 엔허투 병용군이 우월한 초기 경향을 보였다.
책임연구자인 다나 파버 암연구소 사라 톨라니 박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표준 1차 치료를 시작한 후 2년 내 질병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연구에서 무진행생존기간이 3년을 넘긴 것은 새로운 1차 치료 표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 엔허투 경쟁 약물과 특성 (자료=각사, 정리=퍼플렉시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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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허투는 트라스투주맙(허셉틴) 기반의 3세대 ADC로, 암세포 표면의 HER2 수용체에 결합하는 항체와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토포이소머라제 I 억제제)을 링커로 연결해 표적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기존 ADC의 한계였던 낮은 효율과 독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엔허투는 높은 약물-항체 비율(DAR), 안정적이면서 종양 선택적으로 절단되는 링커, 인접 종양세포까지 사멸시키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 등 최신 기술이 집약됐다. 이로써 HER2 고발현뿐 아니라 저발현, 음성 환자에서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경쟁 약물로는 캐싸일라, 트로델비 등과 같은 치료제들이 있다. 다만 엔허투는 기존 표준요법이나 캐싸일라, 트로델비 등 경쟁 ADC 대비 무진행생존기간 및 반응률에서 우월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THP 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4% 줄였으며, 완전관해 비율도 두 배로 높아 글로벌 표준치료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편, 트로델비 등 TROP2 표적 ADC도 임상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으나, HER2 양성 유방암에서는 엔허투가 강력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