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비만치료제 장기지속형 기술 도입을 위해 지투지바이오와 손을 잡으면서, 인벤티지랩에 대한 투심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이미 인벤티지랩(389470)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악재로 인식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파마가 유망 기술 도입을 위해 동시에 여러 기업과 공동개발에 나서는 것은 보편적인 형태로, 인벤티지랩에 악재이기보다는 두 기업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지투지바이오는 독일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지속형 주사 치료제(펩타이드 주사제형) 개발을 위한 제형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베링거인겔하임은 자사 펩타이드 약물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투지바이오는 장기지속형 플랫폼 이노램프 기술을 활용해 펩타이드 장기 지속형 주사제형을 개발하게 된다.
다만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9월 인벤티지랩과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여러 의문과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인벤티지랩은 그동안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공동개발이 순항 중이고, 최근 백신 개발 및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큐라티스를 전격 인수하면서 글로벌 수준의 GMP 생산시설까지 확보해 상업화 계약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5/02/PS25021100379.jpg) | 인벤티지랩 주가 추이.(자료=네이버페이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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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투지 계약에 주가 흔들...지목된 펩타이드 물질은 오리무중베링거인겔하임과 지투지바이오 공동개발 계약 소식이 공개된 7일 인벤티지랩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때 전일(1만7970원) 대비 17.58% 급락한 1만4810원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다가 결국 990원 내린 1만6980원에 머물렀다.
인벤티지랩 측은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에 따른 공동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올해 상반기 내 공동개발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에 따라 고객사의 신약물질에 대한 장기지속형 제형개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상호 간 연구협력 수준이 더욱 고도화됐다. 공동개발 최종 결과 및 검증용 시료는 올해 상반기 내 완성돼 고객사에 전달될 계획이고, 하반기 후속 계약으로 연결되는 사업적 목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 내에서도 인벤티지랩에 악재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대세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도 “베링거인겔하임이 지투지바이오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이 인벤티지랩과의 공동개발 결과가 안 좋아서도 아니고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는 하나의 기술 도입을 할 때 복수 이상의 기업 기술을 들여다보고 공동개발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도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글로벌 빅파마는 동시다발적으로 다수 기업과 공동개발을 통해 기술을 도입한다. 이는 일반적인 현상이고, 베링거인겔하임은 그런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공지하고 있다”며 “다른 바이오 기업과 베링거인겔하임의 공동개발 소식에 주가가 하락한 것은 시장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벤티지랩과 베링거인겔하임간의 공동개발은 순항 중”이라고 강조했다.
![](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5/02/PS25021100380.jpg) | 베링거인겔하임이 진행 중인 주요 펩타이드 임상 현황.(자료=베링거인겔하임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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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티지랩·지투지바이오 동시 기술이전 가능성도베링거인겔하임은 현재 펩타이드 물질을 활용해 다수 적응증에 대한 임상 개발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덴마크 질랜드 파마(Zealand Pharma)로부터 GLP-1/GCG(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작용기전 물질 서보두타이드(Survodutide)를 도입해 비만 임상 3상을 완료했고,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임상 2b상도 진행중이다. 덴마크 구브라(Gubra)와는 차세대 펩타이드 삼중작용제 후보물질(BI3034701)을 공동 개발해 비만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 외도 다수 펩타이드 물질로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인벤티지랩과 지투지바이오와 계약한 공동개발 펩타이드 물질이 서로 상이할 수도 있고, 적응증도 다를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김 대표와 이 대표 역시 공통적으로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한 상대 기업이 어떤 물질로 공동개발을 하는지 비밀유지계약이 걸려있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투지바이오는 비만치료제 강자인 또 다른 글로벌 기업과 독점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베링거인겔하임과 하나의 물질에 대한 공동개발 연구 계약을 논의했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링거인겔하임과 공동개발을 논의했던 시기는 인벤티지랩과 논의를 시작했던 시기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장기지속형 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글로벌 비만치료제 양강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모두 국내 기업들과 공동개발 또는 기술이전을 타진하고 있고, 펩타이드 물질에 가장 효과가 좋은 마이크로스피어 기술력에서 펩트론(087010)과 인벤티지랩, 지투지바이오 기술을 따라올 기업이 없다는 사실 역시 이런 평가에 힘을 더한다.
특히 인벤티지랩과 지투지바이오가 공동개발 연구에서 상업성을 인정받으면 각각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보노디스크의 경우 경구제 개발을 하면서 두 개의 기업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각각 임상까지 진행한 적도 있다”면서 “타깃하는 물질이 다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인벤티지랩과 지투지바이오가 공동개발에서 성과를 낸다면 두 기업 모두 기술이전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