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특발성 두개 내 고혈압(Idiopathic Intracranial Hypertension, 이하 IIH) 치료제에 대해 호주 인벡스가 세계 최초로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IIH는 현재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는 희귀질환이지만, 잠재 치료제 시장 규모가 2조에 이를 정도로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다.
6일 업계에 따르면 IIH는 기질적 뇌병변 없이 두개내압(두개골 내 압력)이 상승해 부종(papilledema)이 생기는 질환으로, 심한 두통, 메스꺼움, 시력감퇴 또는 복시, 이명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안구 주위의 시신경 부종으로 인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재발률도 10-20%로 높다.
|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교실이 대한가정의학회지(KJFM)에 기고한 ‘특발성 두개 내 고혈압으로 인한 박동성 이명’ 예시.(사진=KJF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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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환은 10만 명 중 4.7명 꼴로 발생한다. 대체로 가임기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젊은 과체중 여성의 경우 20배가 넘는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영국 스완지(Swansea)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윌리엄 피크렐 교수 연구팀은 웨일스에서 비만 인구 증가와 함께 IIH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해당 질환을 타깃로 하는 치료제는 없다. 현재는 △두개내압을 낮추는 약물 또는 수술 △두통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진통제 △필요에 따라 체중 감량 등의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약물은 이뇨제 및 편두통 치료제, 녹내장 치료제가 주로 사용된다. 수술은 뇌척수액을 줄여 두개내압을 완화하기 위한 척추 천자 시술(주삿바늘을 삽입해 뇌척수액을 뽑는 방식)이 이뤄진다. 하지만 약물은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 증상 완화에만 초점이 맞춰져있고, 수술은 수술부위 감염 위험이 있는데다 회복기간이 필요해 치료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IIH 환자수는 급격하게 늘어 최적화된 치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만9806명인 환자 수는 2030년에는 5만5000명 규모로 38%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해당 질병의 치료제 시장 규모(유병률 기준)도 미국과 유럽에서만 16억달러(약 1조83000억원)로, 향후 연간 3.4%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특발성 두개 내 고혈압은 비만 및 과체중과 관련있다는 연구가 보고됐다.(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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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인벡스는 전 세계에서 IIH 치료제를 개발 중인 거의 유일한 회사다. 현재 영국에서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임상 3상 추진을 위해 준비 중이다.
인벡스가 개발 중인 IIH 치료제인 ‘프리센딘(Presendin)’은 당뇨병 치료에 주로 활용되는 GLP-1 계열 약물 엑세나타이드(Exenatide)를 사용한 의약품이다. 엑세나타이드는 혈당 조절, 체중 감소, 혈뇌장벽(BBB) 투과율, 신경세포 재생 등에서 높은 효능을 보이는 물질로, 최근 당뇨, 비만, 파킨슨병 치료제 등으로의 연구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벡스는 임상 2상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명확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면서 두개내압, 두통, 시력 등 각 질환적 증상의 완화에 대한 강력한 임상적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벡스는 프리센딘에 대해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희귀의약품(ODD, Orphan Drug Designation) 지정 승인을 받음으로써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7년과 10년의 독점판매 자격을 획득하는 등 중요한 경쟁우위를 확보했다.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는 일정 인구 미만에서 발생하는 희귀 질환의 치료법 및 진단법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임상기간 및 비용, 독점판매 기간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인벡스는 올해 하반기 유럽 5개국 및 미국, 호주에서 프리센딘의 임상 3상을 개시한다는 목표다. 이미 임상 3상을 위한 사전임상시험계획(pre-IND) 미팅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와 마무리 지었다. 치료제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미국, 유럽을 비롯해 글로벌 IIH 치료제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IIH 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치료제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았지만 실제 연구에 뛰어든 회사는 거의 없었다”면서 “인벡스가 개발에 성공한다면 2조원 이상의 시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