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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의 생사 가른 M&A 전략?
  • 등록 2025-01-08 오전 9:28:49
  • 수정 2025-01-08 오전 9:28:49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롯데지주(004990)가 롯데헬스케어를 청산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만 남긴 데에는 인수합병(M&A) 전략이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통 큰 M&A를 추진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험난한 바이오 산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았지만 비교적 미온적이었던 롯데헬스케어는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롯데헬스케어, 2년 만에 법인 청산 결의

7일 헬스케어업계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지난달 31일 서비스를 일괄 종료했다. 앞서 롯데지주가 지난달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100% 자회사 롯데헬스케어의 법인 청산을 결의한 데 따른 수순이다. 롯데헬스케어는 내년 상반기 중 청산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롯데헬스케어 서비스 종료 공지 (사진=롯데헬스케어 홈페이지 갈무리)
롯데가 롯데헬스케어 청산을 결정한 데에는 투자 대비 성과가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2022년 4월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자본금 700억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설립 첫 해인 2022년 말부터 롯데헬스케어는 자본금 700억원, 자본총계가 588억원이 되면서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2023년 말에도 자본금 1000억원, 자본총계가 779억원으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자 롯데지주는 2023년 11월 300억원, 2024년 4월 200억원 등 총 5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롯데헬스케어는 2023년 9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출시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2023년 매출 8억원에 영업손실 229억원으로 전년(112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캐즐 출시 이전에 알고케어의 영양제 디스펜서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해당 사업을 철수하면서 발생한 비용도 적자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안팎에선 롯데헬스케어가 캐즐로 어떻게 돈을 벌고 흑자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결국 롯데도 롯데헬스케어를 청산하면서 ‘돈 안되는 사업’을 정리했다. 2년 만에 롯데헬스케어를 청산한 데에는 롯데그룹이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질 정도로 위태로워진 영향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오죽하면 2022년 신사업으로 꼽은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2년 만에 접었겠나”라며 “롯데그룹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게 제일 큰 원인일 것”이라고 지목했다.

M&A에 235억원 들인 롯데헬스케어…“수천억원은 투자했어야”

일각에선 롯데헬스케어가 M&A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지주사에서 빠르게 청산 결정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헬스케어가 증자해서 확보한 1200억원 중 한 800억원 정도는 쓰지 않고 남아있었다”며 “테라젠헬스 인수에 235억원 쓰고 사업 확대를 위한 후속 투자 없이 2년 정도 어플 하나만 쥐고 있다가 청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차라리 이 자금으로 빨리 M&A를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자금은 그대로 두고 갖고 있던 테라젠헬스와 캐즐은 돈이 안 되다 보니 롯데헬스케어가 존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너무 적었다”고 했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롯데헬스케어의 2023년 말 자본총계는 779억원이었지만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은 505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롯데헬스케어의 판매관리비가 2022년 118억원, 2023년 231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년 운영하기도 빠듯한 자금이었다. 따라서 실제로 M&A를 하려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 돈으로는 살 수 있는 쓸만한 헬스케어업체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돈 잘 버는 헬스케어 상장사는 살 수 없고 비상장사 중에서 될성 푸른 업체를 잘 골라야 하는데 그 돈이면 차라리 그룹을 지키는 게 낫다고 윗선에서 결정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헬스케어업계에선 대기업이 ‘돈 되는’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M&A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처럼 과감한 M&A가 이뤄지기엔 롯데그룹의 상황이 녹록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계속 자금을 지원해서 헬스케어 사업을 일으켜야 하는 상황인데 비상 경영 상황에서 그게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2000억원 규모 해외 M&A로 CDMO 사업 진출

반면 롯데그룹이 2년간 약 8000억원을 쏟아부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약 2000억원을 해외 M&A에 투자하며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롯데지주는 2022년 5월 미국 뉴욕 시러큐스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의 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했다.

다만 이후 시러큐스 공장 매출 외 자체적으로 확보한 수주가 없는 상황이라 신규 수주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자체 공장 건설뿐 아니라 추가적인 M&A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시러큐스 공장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실제로 글로벌 헬스케어업계에서는 의약품 CDMO 관련 M&A가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실제로 글로벌 헬스케어업계에서는 의약품 CDMO 관련 M&A가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가 각각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시설과 아일랜드 백신 생산시설을 미국 알타리스(Altaris)와 미국 머크(MSD)에 매각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선 SK그룹이 2017년부터 글로벌 M&A 4건을 성사시키면서 단기간에 SK팜테코를 글로벌 5대 합성의약품 CDMO이자 CGT CDMO 업체로 성장시켰다.

SK팜테코의 국내 생산기지인 SK바이오텍은 2017년 BMS의 아일랜드 공장(현 SK바이오텍아일랜드) 인수를 시작으로 2018년 미국 합성의약품 CDMO 앰팩의 지분 100%를 사들이면서 유럽과 미국의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2021년 3월에는 SK팜테코가 프랑스 유전자·세포치료제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업체 이포스케시를 6000만유로(약 849억원)에 인수하면서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SK팜테코는 2022년 1월에는 CBM에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해 2대주주가 되고 2023년 9월 콜옵션을 행사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신약개발보다는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의약품 CDMO업체 관련 M&A가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SK팜테코 사례 말고는 드문 실정”이라며 “CDMO 사업에서 중요한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자체 공장 건립뿐 아니라 해외 CDMO M&A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해외 CDMO 시설을 추가 M&A할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지금 확실한 계획은 없다”며 “지금은 송도 공장 짓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12만ℓ 규모의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을 내년 1분기 완공해 2027년 1월 가동할 예정이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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