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뉴스(리투아니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유럽의 정중앙에 위치한 리투아니아가 적극적으로 한국과의 바이오 기술 협업에 나서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한 호텔 카페에서 만난 예카테리나 칼리니에냐(Jekaterina Kaliniene) 리투아니아 혁신청(Innovationa Agency Lithuania) 바이오텍 부문 총괄은 “한국은 빠르고 성실한 국민성으로 전세계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리투아니아도 머지않아 이처럼 알려지고 싶다”며 “우리에게도 강한 ‘헝그리 정신’이 있다. 리투아니아와 일하면 시간엄수, 기대 이상의 업무 퀄리티와 태도에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 예카테리나 칼리니에냐(Jekaterina Kaliniene) 리투아니아 혁신청 바이오텍 부문 총괄(사진=임정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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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적극’ 유럽 거점 지난 2022년 4월 설립한 리투아니아 혁신청은 경제혁신부 산하의 비영리기관이다. 해외기업이 리투아니아에 발을 내딛고 싶다면 첫 소통을 하게 되는 곳이 바로 혁신청이다. 혁신청은 이름 그대로 혁신 활동을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리투아니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를 연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연간 예산은 약 1조원이며 작년에는 7억7400만 유로(약 1조 26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아이디어 단계부터 스타트업, 성장기, 성숙기 기업이 모두 투자 대상이다. 목표는 리투아니아의 부가가치 산업의 팽창이다.
혁신청 본청은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뉴스에 위치해있으며, 지역사회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국내 13개 도시에 공유 업무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칼리니에냐 총괄은 “한국기업이 리투아니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바이오 기업 간 기술협력 △임상시험 △물질생산 의뢰 △유럽지역 진출을 위한 거점 마련 등”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과는 주로 학계 차원에서 소통해왔고 점차 비즈니스로 보폭을 넓혀가고 싶다”며 “리투아니아에서 인증 받으면 27개 유럽연합(EU) 국가에 모두 진출할 수 있어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칼리니에냐 총괄은 리투아니아의 차별성으로 빠른 업무속도를 꼽았다. 그는 “리투아니아에는 두 다리만 건너면 대통령을 안다는 말이 있다”며 “작은 나라인 만큼 모두가 서로 잘 알고, 신속한 일처리를 위해 업무적인 도움을 구하기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는 현지 임상시험에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서류를 제대로 갖췄다는 전제하에 임상시험 신청부터 허가까지 60일이면 가능하다.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 BMS, 일라이릴리, 머크(MSD), 노보노디스크, 화이자, 로슈, 사노피, 노바티스 등이 리투아니아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 빌뉴스 대학교(왼쪽)과 나란히 위치한 리투아니아 대통령실(오른쪽)(사진=임정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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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개인맞춤형 의약품·AI진단 칼리니에냐 총괄에 따르면 리투아니아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생명과학 분야는 의약품 물질생산, 유전자 편집, 인공지능(AI), 진단 등이다.
그는 “리투아니아의 생명과학 역량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과거부터 효소(enzyme) 생산에 차별화된 역량을 인정받아 테바와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이 각각 시코르 바이오테크(Sicor Biotech, 2004년)와 페르멘타스(Fermentas, 2010년)를 인수한 바 있다”며 “써모 피셔의 경우 고객사들 대상으로 생산시설을 소개할 때 꼭 리투아니아 시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재 자국기업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위탁개발 및 생산(CDMO) 기업은 노쓰웨이 바이오텍(Northway Biotech)이다. 단백질의약품을 비롯해 바이럴벡터, 플라스미드DNA와 같은 유전자치료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시설 확충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개인맞춤형 의약품 영역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이 각광받는다. 지난 2012년 리투아니아는 비르기니유스 식슈니스(Virginijus Siksnys) 교수가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척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리투아니아의 첫번째 노벨상 수상이 될 것으로 크게 기대됐으나 공은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미국 버클리대학 화학부 제니퍼 더드나 교수와 막스플랑크 연구소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에 돌아갔다. 실망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식슈니스 교수는 연구내용을 기반으로 캐스자임(CasZyme) 회사를 설립해 유전자치료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회사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칼리니에냐 총괄은 나아가 “리투아니아는 생명과학 발전을 위해 전략적 인프라 투자에 힘쓰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2016년 개관한 빌뉴스대학교 생명과학센터(Life Sciences Center), 그리고 민간 부문에서 진행되는 바이오시티(BioCity) 개발 사업은 70억 달러(약 9조 6513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주목받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