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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 인투셀(287840)이 특허 이슈에 휘말리며 기술사업화 역량이 도마에 올랐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인투셀의 ADC 플랫폼기술 ‘넥사테칸’(Nexatecan)에서 발생한 특허 문제를 이유로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하면서 해당 기술을 적용한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협업도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넥사테칸은 기존 캠토테신 계열 약물보다 세포독성이 뛰어난 페이로드로, DNA 복제를 방해하는 톱오이소머라제 I(Topo I) 저해제 계열 약물이다. 박태교 인투셀 대표는 “(넥사테칸은) 엔허투의 ‘엑사테칸’을 인투셀의 기술에 적용한 것”이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협업 중인 기술이 넥사테칸”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박태교 인투셀 대표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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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 특허 이유로 기술 반환…인투셀 주가 下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10월 23일 넥사테칸을 기술을 도입했으나 지난 9일 해당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인투셀의 넥사테칸 기술에서 발생한 특허 이슈 때문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인투셀이 선급금(upfront)으로 받은 14억원은 반환 의무가 없으며, 위약금도 발생하지 않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해당 기술을 적용해 신물질을 개발할 경우 특허를 확보할 수 없거나 관련 특허를 보유한 제3자의 특허를 침해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므로 더 이상 넥사테칸을 활용한 ADC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함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장 마감 후 이 같은 소식에 인투셀은 애프터마켓에서 하한가로 직행, 정규 시장 종가(3만8800원)보다 1만2350원(29.94%) 하락하며 2만8900원을 기록했다. 전일 주가가 4만125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하루 만에 2만원대로 떨어진 셈이다.
이에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도 인투셀과 공동개발 중인 B7H3 타깃 ADC ‘YBL-015’과는 전혀 무관한 이슈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 확산되기 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를 급히 공지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의 반응이 거셌던 데에는 인투셀의 기술사업화 역량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흔들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투셀은 지난 5월 23일 코스닥 상장 이후 공모가(1만7000원) 대비 2배 수준의 주가를 형성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모아왔다. 인투셀의 핵심 파이프라인이 전임상 단계임에도 상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ADC 플랫폼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특허 이슈는 인투셀의 ADC 플랫폼기술에 대한 신뢰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상장한 지 2개월이 채 안 된 시점에 기술이전 계약이 해지된 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질적 기술이전 실적 無…기술사업화 역량 의구심 증폭 인투셀의 약점은 아직 기술사업화 역량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인투셀이 내세웠던 기술이전 실적으로는 스위스 ADC테라퓨틱스(2022년 12월), 삼성바이오에피스(2023년 12월), 에이비엘바이오(2024년 10월) 등 3건이 있다.
여기서 ADC테라퓨틱스는 2023년 12월 물질이전 계약(MTA)과 옵션 계약을 체결했지만 그 이후 기술이전 계약으로 진전되지 않고 파트너링이 해제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체결한 계약도 공동연구 계약이고, 이번에 에이비엘바이오가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기술이전 실적은 하나도 없는 상태다.
더욱이 이번에 에이비엘바이오가 특허 이슈로 문제 삼은 넥사테칸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협업에 활용된 기술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진행 중인 공동연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양사의 공동연구 계약 체결 이후 1년 7개월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는 점도 이러한 의혹을 키웠다.
여기에 문성주 인투셀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지난 1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퇴사했다는 것도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문 CSO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 개발을 이끌었던 인물로, 인투셀의 핵심 연구개발(R&D) 인력이자 주요 업무로 BD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인투셀의 BD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인투셀 관계자는 “BD 업무는 박 대표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같이 담당하고 있었고, 중요한 계약조건은 이들이 직접 정했기 때문에 (문 CSO의 퇴사로 인한) 실질적인 데미지는 없다”며 “스톡옵션 부분은 3년 후 보호예수가 묶여있다 보니 개인적으로 고민하다 결정한 것으로 회사에 특별한 이슈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협업 무산될 가능성은? 넥사테칸에는 30종 이상의 약물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넥사테칸 기술이 적용됐다고 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협업까지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특허 문제가 불거진 약물은 넥사테칸 시리즈 중 에이비엘바이오가 선택한 ‘NxT3’였다. 따라서 화합물의 범위가 NxT3와 크게 겹치지 않는다면 선행 특허와 충돌 이슈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에 따르면 인투셀은 관련 특허를 출원할 당시 같은 구조의 약물의 중국 특허가 먼저 출원됐지만 국제 규정상 보장되는 18개월의 비공개 기간으로 인해 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에이비엘바이오에 기술이전할 무렵에도 이 기간과 중첩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18개월의 비공개 기간이 끝나면서 특허침해분석(FTO) 과정에 중국의 선행 특허가 공개(Publish)된 것을 발견한 것이다.
류민오 특허법인 세움 변리사는 “넥사테칸 시리즈에 포함된 30여 종의 약물 중 일부는 문제가 있지만 일부는 별개일 수도 있다”며 “화합물의 범위가 중국 특허와 충돌이 있는 약물이 아닐 수도 있어서 바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공동 연구가 중단될 정도의 이슈는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