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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라클-보령 CU01 공동개발은 냉정과 열정사이…'입도선매 Vs. 일상적 MOU'
  • 등록 2025-09-18 오전 8:09:05
  • 수정 2025-09-18 오전 8:09:05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큐라클(365270)과 보령(003850)의 CU01 공동 연구개발을 놓고 한쪽에선 ‘기술이전을 전제로 한 입도선매 전략’으로 보지만, 다른 쪽에선 ‘법적 구속력 없는 업무협약(MOU) 중 하나’라는 시각이다.

앞서 큐라클은 지난 10일 보령과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CU01의 공동 연구개발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점이 묘하다. 큐라클이 CU01 임상 2b상 막바지에 공동개발 MOU를 발표하면 외부에서는 ‘기술수출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읽힐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임상 2상 데이터 확보 후는 글로벌 빅파마에게 기술수출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처럼 2b상 막바지에서 국내 제약사와 공동개발 제휴를 체결하면, 시장은 ‘빅파마와 기술수출 논의가 잘 안 풀려 국내 공동 개발로 선회했다’고 받아들인다.

17일 큐라클에 따르면, 회사는 CU01에 대해 신증 환자 240명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투약 환자는 238명으로 2명을 제외하고 모두 투약을 끝낸 상태다. CU01 2b상 임상결과보고서(CSR)도 내년 1월 예정돼 있다.

이데일리는 CU01 공동개발 발표와 관련해 큐라클·보령 관계자 및 업계 인사들을 취재해 MOU 의미를 짚어봤다. 사안의 민감도가 높아, 모든 답변자는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큐라클 측 답변에는 큐라클 소속이 아닌 업계 인사가, 보령 측 답변에도 보령 소속이 아닌 업계 인사가 일부 포함돼 있음을 밝힌다. 다음은 익명을 전제로 한 일문일답이다.

열정의 큐라클: CU01은 긁지 않은 복권

Q; 임상 3상을 큐라클, 보령이 공동으로 하겠단 의미인가.

A: 절대 아니다. CU01 임상 2b상 결과 나오기 전, 보령이 큐라클 CU01을 입도선매하는 전략이다.

Q: 보령에게 CU01이 왜 필요한가

A: 카나브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카나브는 고혈압 치료제지만, 당뇨병성 신장질환에서 ‘알부민뇨(단백뇨) 감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임상에서 확인됐다. 그 효과는 경쟁약인 로사르탄보다 우월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카나브는 단백뇨 지속감소·신장보호를 관찰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Q: 카나브 특허만료에 따른 방어막 전략에 CU01을 활용할 수 있단 얘긴가.

A: 카나브 단일제는 2023년 특허가 만료됐고, 최근 제네릭 4종이 출시됐다. 보령은 조합·제형 특허와 적응증 확장으로 성장세 유지를 공언해 왔다. 카나브 복합제가 단일제 특허 만료 이후에도 방어막 역할을 하는 것처럼, 신장질환 적응증도 방어막 역할을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CU01 임상현황. (제공=큐라클)


Q: 시장 규모는.

A: 국내 당뇨병성 신증 환자는 약 130만 명으로 추정된다. 30세 이상 당뇨환자의 25.4%가 당뇨변성 신증을 동반한다. 당뇨가 있는 사람은 당뇨가 없는 사람보다 신장병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다.

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매년 한 번씩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로 신장 기능을 확인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즉, 당뇨 환자에게는 소변에 단백이 빠져나오는 걸 줄여주고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기본적으로 존재한다.

Q: 왜 MOU인가.

A: CU01 2b상 임상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MOU 이상의 계약을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

Q: 임상 중 기술수출 하는 경우도 흔한데.

A: 큐라클 입장에선 2b상 결과를 자신해, 이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 보령 입장에선 현재까지 데이터로는 큐라클이 원하는 값을 쳐줄 수 없는 것으로 보면 된다.

Q: 이번 MOU로 기술수출 포기 시각이 있는데.

A: 전혀 아니다. CU01 임상 2b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앞날을 단정할 수 없다. 결과에 따라 국내외 판권을 분리해 이전하거나, 기존 약물과의 복합제를 개발하거나, 국내 상업화를 먼저 진행한 뒤 해외 수출 시 수익을 배분하는 등 여러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기술수출 포기라기보다는 다양한 옵션을 열어둔 단계라고 보는 게 맞다.

냉정의 보령: 쌓여가는 MOU 중 하나

Q: 큐라클과 CU01 공동개발 MOU는 왜 했나.

A: 법적 구속력 없는 MOU일 뿐이다.

보령 본사(사진=보령)
Q: 꽤나 화제가 된 것 같은데.

A: 보령은 MOU 체결을 굉장히 많이 한다. 수많은 MOU 중 하나일 뿐이다.

Q: 카나브 특허만료에 따른 적응증 확대 전략으로 해석하던데.

A: 금시초문이다.

Q: MOU 체결치곤 사안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닌가.

A: 말이 나왔으니깐 하는 얘긴데, 우리는 원래 MOU 같은 건 보도자료로 내지 않는다. 큐라클 측에서 굳이 (보도자료)를 내겠다고 해서 내라고 했을 뿐이다. 실제 보령에선 보도자료 안 냈다.

보령이 체결하는 MOU가 정말 많다. MOU 체결에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깊은 의미를 부여할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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