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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328130)이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최대 영상의학 네트워크 스타비전과의 대형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유럽 인증 획득까지 연이어 성과를 내며 유럽 의료AI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 서범석 루닛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유럽 지역 담당자들 모습 (사진=루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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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스타비전 계약, 루닛 유럽 공략의 전환점 되나 루닛이 지난달 발표한 독일 스타비전 서비스와의 공급 계약은 단순한 고객 확보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스타비전은 독일 7개 연방주에 걸쳐 79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민간 최대 규모의 영상의학 네트워크로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등 독일어권 헬스케어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5년 장기 계약을 통해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유방촬영술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3차원 유방단층촬영술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 등 총 3종의 AI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계약 규모나 구체적인 매출 전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간 약 12만 건의 유방암 검진과 진단에 루닛 솔루션이 활용될 예정이어서 상당한 수익 기여가 예상된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스타비전과의 계약은 유럽 시장에서 루닛 기술의 신뢰를 의미한다”며 “암 조기 진단의 효과를 더 많은 환자에게 전달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베 파이퍼 스타비전 대표도 “루닛 솔루션은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의료진이 환자 개개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평가했다.
 | 도미닉 권젤 루닛 북유럽 담당 매니저 (사진=루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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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의 유럽 진출 전략은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네덜란드에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루닛 유럽 홀딩스’ 설립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독일에도 법인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현지 지사를 거쳐 유럽 내 의료기관과 협력했으나, 이제는 법인을 통해 사업 구조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시장에서의 계약 성사가 특별한 이유는 이 나라가 가진 의료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독일은 유럽 의료기기 시장의 약 25%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 시장으로, 국가별 기준으로도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네 번째에 해당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독일이 의료 기술에 대한 엄격하고 체계적인 평가 기준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많은 의료 기업들이 독일 시장 진출을 유럽 전체로의 확장을 위한 기준점으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유럽 지역을 담당하며 이번 계약을 이끈 루닛의 도미닉 귄젤(Dominik Guenzel) 매니저는 “이번 계약은 5년간의 장기 계약이다. 하지만 이미 5년 후 재계약에 대한 구두 논의가 이뤄졌고, 스타비전의 유럽 내 확장 전략과 맞물려 다른 기관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며 “이번 계약은 앞으로의 협력을 위한 강력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닛의 신제품 ‘루닛 인사이트 CXR4’가 유럽 의료기기 규정 ‘CE MDR’ 인증을 획득한 것도 유럽 시장 확장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제품은 120만 장의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되었으며, 정상 사례 자동 분류, 과거 영상과의 자동 비교, 급성 골절 탐지 등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새로 탑재했다. 정상 분류에 대한 정확도가 99.5%에 달해 높은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유럽 진출 경쟁사와 기술적 차별점은 루닛과 경쟁하는 유럽 AI의료 기업을 살펴보면 루닛의 강점은 더 뚜렷해진다. 주요 경쟁사로 AI 엑스레이 및 의료영상 분석·진단 기업인 케어봇(Carebot), 데이틀로우 등이 경쟁사로 꼽힌다.
체코 프라하에 본사를 둔 케어봇은 흉부 엑스레이(CXR)와 유방촬영술(MMG) 영상 분석 솔루션을 출시해 여러 병원 방사선 진단과에서 활용 중이다. AI 기반 감염관리 및 약물 위험 분석 기업인 데이틀로우(Datlowe), AI 내시경 영상 분석 기업 마이아 랩스(MAIA Labs) 등도 유럽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 루닛의 유럽 시장 확대 계획(사진=루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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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루닛은 이들과 차별점이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꼽힌다. 먼저 포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가 강점으로 언급된다. 실제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 유방촬영술, 3D 유방단층촬영술 등 다양한 영상 분석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어 의료기관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글로벌 파트너십도 경쟁사보다 앞선다. 루닛은 미국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가던트헬스와 협업해 AI 기반 병리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로는 기술의 검증된 성능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루닛 인사이트 CXR4의 경우 120만 장의 대규모 데이터로 학습되었으며, 정상 분류 정확도 99.5%를 달성했다. 이는 업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성능이다.
독일 의료기기 시장의 구조적 특성도 루닛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GTAI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전체 의료기기 기업의 약 93%는 25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2023년 기준 약 1만3500개의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있으며, 이 중 직원 수 20명 이상인 기업은 1480개사로, 다수는 10인 미만의 소기업이다. 이는 루닛과 같은 혁신적인 AI 솔루션 기업에게 시장 진입 기회가 풍부함을 의미한다.
도미닉 귄젤 매니저는 “루닛 인사이트는 정확도와 민감도, 특이도 모두에서 일관된 성능을 보였다”며 “5년간의 안정적인 수익뿐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의 확장 기회까지 포함된 전략적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