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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R&D수장 세대교체 도래…유한·동아·중외서 잇단 사임
  • 등록 2025-12-02 오전 8:40:03
  • 수정 2025-12-02 오전 8:40:03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전통제약사에서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하던 수장들이 연이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저분자화합물 중심이던 기존 제약사들의 R&D 중심축이 바이오 신약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 100주년 준비…R&BD 빅 리모델링 임박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영미 유한양행(000100) 부사장이 최근 회사에 사의를 밝혔다. 이 부사장은 월 초 열린 이사회 후 연차를 소진하며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사장은 한미약품(128940)에 10년 넘게 몸 담다 지난 2023년 유한양행에 합류한 사업개발(BD)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8월에도 오세웅 중앙연구소장과 윤태진 R&BD본부 전략실장이 유한양행을 떠났다. R&D 조직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세 사람이 지난 3개월 사이 잇따라 자리를 떠난 것이다.

지난 1926년 설립된 유한양행은 내년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전사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연초에는 한 컨설팅 업체에 조직개편, 신약개발 전략 등을 포괄적으로 담은 컨설팅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 결과 발표를 앞두고 R&D 주요인력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회사의 R&D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차기 R&D 수장 키워드는 ‘미국’·‘바이오’·‘AI’

R&D 관련 조직에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비단 유한양행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올해 하반기에만 유한양행의 오세웅 연구소장과 이영미 부사장을 포함해 JW그룹, 동아에스티(170900)의 R&D 수장이었던 박찬희 최고기술책임자(CTO), 박재홍 R&D 총괄사장이 각각 사의를 표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후임 인선에 꽤 긴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제약산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통제약사들이 R&D 중심축을 저분자화합물에서 바이오로 옮기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후임은 보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신약개발 트렌드의 중심축이 합성신약에서 바이오신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국내 전통제약사들은 저분자화합물 기반의 연구를 이어왔기 때문에 오너들이 방향타를 바꿀 수 있는 바이오 전문가를 책임자로 선임해 바이오를 강화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의 관심이 바이오로 쏠리고 있다는 것은 여러 지표로 증명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시가총액순 톱3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1일 종가기준 시총 약 76조원) △셀트리온(약 43조원) △알테오젠(약 29조원)이다. 3개사 모두 바이오회사로 전통제약사보다 역사는 길지 않다. 하지만 3개사는 최근 10년 사이 전례없이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다. 반면 전통제약사 중 가장 시총이 큰 유한양행은 9조원에 불과하다.

실제로 통풍치료제 에파미뉴라드, STAT6 단백질 표적치료제 등 저분자화합물 중심 연구를 이어가던 JW그룹은 박찬희 CTO 사임 이후 유전자치료제 전문가인 전 헬릭스미스 창업주 김선영씨를 R&BD 고문으로 내세웠다. 박재홍 R&D총괄사장이 있었던 동아에스티는 동아쏘시오그룹의 바이오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곳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최근 바이오 쪽 인사들을 대거 교체해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인·허가 정책이 많이 바뀔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라며 “변화하는 미국 규제 상황을 발빠르게 읽어낼 수 있으면서 바이오와 AI 분야에 강점이 있는 인물을 R&D 수장으로 앉히려는 오너들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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