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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삼천당제약(000250)은개발중인 경구용 치료제가 오리지널 경구용 비만치료제 리벨서스와 비교하는 생물학적 동등성(BE Study)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경구제 전환 플랫폼 S-PASS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주장하면서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거로 제시된 데이터가 극히 제한적이고, 제네릭 개발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 측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 삼천당제약이 공개한 리벨서스 생동성 시험 그래프.(사진=삼천당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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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삼천당제약은 자체 개발중인 경구용 GLP-1 제네릭이 오리지널 약물인 노보 노디스크 리벨서스(Rybelsus)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서 Cmax(최고혈중농도) 및 AUC(약물 노출량) 수치가 오리지널 대비 100% 수준으로 일치해 동등성 입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은 생동성 입증을 위해 실시하는 생체내시험 중 하나다. 주성분이 전신순환혈에 흡수돼 약효를 나타내는 의약품에 대해 동일 주성분을 함유한 동일 투여경로의 두 제제가 생체이용률에 있어서 통계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이다.
특히 회사 측은 이번 결과에 대해 주사제를 경구제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 S-PASS를 이용해 개발한 물질(SNAC Free)을 사용, 다수 오리지널 조성물 특허를 회피하면서 오리지널과 동등한 효능 재현에 성공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SNAC을 그대로 사용하는 개발사들은 이미 등록된 10여 건 이상의 조성물 특허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아, 자사보다 최소 5년 이상 늦게 제품을 출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전체 데이터 공개해야 동등성 확인 가능” 삼천당제약 발표가 있던 23일 주가는 4만8900원(29.71%) 올라 21만3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리벨서스 동등성 시험을 통해 S-PASS 플랫폼의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회사 측 주장이 투심에 영향을 끼친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회사 측이 공개한 데이터만으로는 동등성을 입증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삼천당제약이 보도자료와 함께 공개한 데이터는 Cmax(최고혈중농도) 및 AUC(약물 노출량) 값과 이를 표현한 그래프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은 크게 △대조약 선정 △시험 대상자 △시험 방법 및 평가 방식으로 이뤄진다.
생동성 시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약동학적 파라미터인 Cmax와 AUC가 90% 신뢰구간이 80~125% 범위에 포함되느냐다. 회사가 공개한 Cmax와 AUC 값은 각각 106.78%, 101.12%로 80~125% 범위 내 포함된다. Cmax는 약을 복용한 뒤 혈액 내 약물이 가장 많이 도달했을 때의 농도를 뜻하는데, 약물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흡수됐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AUC는 약을 복용한 뒤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양이 혈액 내에 존재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생동성 시험에 참여 대상자의 평균값이 90% 확률로 유사함을 뜻하는 90% 신뢰도로 증명돼야 한다.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학회 등에서 발표한 바이오의약품 생동성 시험 결과를 보면 모두 Cmax와 AUC 값은 물론 90% 신뢰도 부분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반면 삼천당제약이 이번에 발표한 보도자료와 그래프에는 Cmax와 AUC에 대한 중간값만 있을 뿐 90% 신뢰도 구간에 대한 정보는 빠져있다.
삼천당제약이 공개한 생동성 시험 데이터를 확인한 전문가들은 그래프만 보면 동등성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실제로 입증하기 위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바이오텍 연구원은 “이번 생동성 시험 결과가 정확하고 재현성 있다면 동등성을 입증하는 기술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삼천당제약이 공개한 데이터는 극히 제한적이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했다는 점과 인증받은 CRO 업체를 통한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Cmax와 AUC 중앙값만 공개했는데, 90% 신뢰구간 범위가 80~125% 사이에 들어왔다는 것을 공개해야 제네릭 개발이 가능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벨서스는 복용한 사람마다 체내 흡수량이 크게 차이 날 정도로 고변동성 제제에 속한다. 리벨서스 자체가 흡수율이 매우 낮고, 위장관 내 불안정성과 배출 속도 차이, 식사 영향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천당제약이 몇 명에게 어떤 용량을 투약했고, 중간값이 아닌 전체 데이터가 90% 신뢰도 구간에 속하는지를 공개해야 시장과 투자자들이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생동성 시험 데이터를 극히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텍 연구원은 “90% 신뢰도 범위 안에 데이터가 속한다면 얼마든지 오픈할 수 있는 자료라고 판단된다”며 “삼천당제약 기술과 이번 생동성 시험 성공을 대외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내년 출시 및 제네릭 허가 신청도 물음표 삼천당제약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리지널의 SNAC이라는 흡수 촉진제 대신 자체 개발한 물질을 사용한다. 오리지널 제품의 조성물 특허를 회피해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에 따라 2026년부터 순차적인 진입이 가능하다”며 “이번 BE Study 성공을 바탕으로 특허 회피(Patent-Free) 제네릭에 대한 허가 신청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생동성 시험 외에 S-PASS 플랫폼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을 해야 한다”며 “S-PASS는 자체 개발한 물질을 활용했다고 주장하는데, 기존 물질이 아닌 새로운 물질이라면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을 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 출시가 가능하다면 이미 생산이 완료돼 있어야 해 회사 측이 정확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회사 측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SNAC을 사용하지 않고 BE(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회사는 삼천당제약이 최초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세계 최초 연구 결과를 국내외 학회를 통해 공개할지도 관심사다.
이데일리는 삼천당제약 측에 리벨서스 생동성 시험에 대한 90% 신뢰구간에 대한 데이터, S-PASS 임상 계획, 제네릭 출시 지역, S-PASS 관련 특허 출원 여부, 이번 연구 결과 국내외 학회 발표 계획 등에 대해 문의했지만 “추후 보도자료나 IR 등을 통해 알려주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