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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뒷걸음…AI 신약개발 투자도, 글로벌 협업도 '실종'
  • 등록 2025-05-14 오전 8:25:02
  • 수정 2025-05-14 오전 8: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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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업계가 좀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 한파와 성과 부진 등으로 오히려 초기 기대감보다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이미지는 OpenAI의 이미지 생성 AI DALLE를 활용해 제작됐습니다.
◇뒷걸음질 치는 국내 AI 신약 개발 업계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NGS) 기업 엔젠바이오(354200)는 2023년 7월 설립한 미국 자회사 엔젠바이오AI의 매각 절차 과정을 밟고 있다. 엔젠바이오AI는 자체 개발한 AI 분석 플랫폼을 통해 단백질체 전문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고성능 질량분석장비를 보유한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엔젠바이오는 당초 엔젠바이오AI를 글로벌 신약 개발사로 키우기 위해 글로벌 빅파마 노보 노디스크 출신 신약 개발 전문가를 영입하고 클리아 실험실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자산을 단백질체 기반 정밀의료 기업인 야트리바이오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해당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구조의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는 자회사 매각과 관련해 “투자를 지속하면 모회사가 위태로울 지경이었다”며 “이번 매각을 통해 연간 약 35억 원 수준의 고정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엔젠바이오 매출은 57억원, 영업손실은 161억원이다.

한때 국내를 대표했던 AI 신약 개발사들 입지도 흔들린 지 오래다. 스탠다임은 누적 8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유망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임직원을 80명에서 27명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진다. 스탠다임은 국내 AI 신약 업계에서 최초로 해외 투자를 받은 사례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싱가포르 해외 투자기관인 ‘파빌리온 캐피탈’로부터 1000만달러(당시 원화가치로 약 112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뚜렷한 글로벌 신약 개발사와 협업이나 해외 자본 유치는 추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첫 AI 신약 개발 회사로 상장해 주목받았던 신테카바이오(226330)도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작년 매출은 약 1억원에 그쳤다. 인건비, 학회·마케팅, 서버 증설 등 고정성 비용 증가와 CRO 위탁 비용이 증가하며 영업비용은 140억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다만 회사는 지난달 미국 프래그마 바이오사이언스와의 최대 45억원 규모 계약을 맺으며 플랫폼 상업화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테카바이오는 이번 계약을 통해 타깃 물질에 대한 신규 화합물 발굴부터 리드 최적화, 동물실험에 이르는 총 5단계의 용역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글로벌과 격차 더 벌어질 듯

국내 AI 신약 개발 업계의 위축은 투자 한파와 맞물려 있다. 스타트업 투자 분석 기업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AI 스타트업 투자금은 19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줄었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도 약 30% 감소했다. AI 신약 개발 기업 수는 2022년 약 52곳에서 최근 30곳으로 줄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부 AI 신약 개발사들이 조정을 겪고 있다. 영국의 베네볼런트AI는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을 축소하고 플랫폼 기술 중심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리커전 파마슈티컬스는 3개 임상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종양학·희귀질환 중심 포트폴리오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런 사례들은 일시적 조정일 뿐,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라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신약 개발을 중심으로 협업과 투자가 활발히 확대되고 있다. 국내는 투자 침체 장기화로 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글로벌 빅파마 사노피는 2022년 영국 엑스사이엔티아에 약 2억2000만 달러(약 2970억원)를 투자하고, 최대 52억 달러(약 7조2000억원) 규모의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엘은 2023년 미국 리커전 파마슈티컬스와 정밀 종양학 분야 협업을 확대하며, 최대 15억 달러(약 2조25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 지급 계약을 맺었다.

화이자도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에는 엑스탈파이와 AI 기반 분자 모델링 공동 연구를 시작했고, 2020년에는 인실리코 메디슨과 머신러닝을 활용한 신약 타깃 탐색 협업에 착수했다.

구글 클라우드는 지난해 리커전 파마슈티컬스와 협업을 확대하며 생성형 AI 기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은 2025년 69억 달러에서 2034년 165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OpenAI와 미국 FDA는 AI 기반 신약 평가 가속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규제 효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시간 필요한데…한국만 ‘투자 역성장’

AI 신약 개발은 초기 막대한 투자와 긴 개발 기간으로 인해 아직까지 영업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사실상 없다. 대부분 기업이 연구 개발 단계에 있으며, 상업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해서다. 실제 성과를 내기까진 사실상 투자로 버텨야 하는데, 국내 시장은 오히려 투자 위축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하게 한국만 유일하게 AI 투자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국내 AI 신약 개발업계 성장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AI 민간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62% 증가한 1090억8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중국도 28% 늘어난 92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4.3% 줄어든 13억3000만 달러로 오히려 ‘투자 역성장’을 나타냈다. 이는 스웨덴(43억 달러), 아랍에미리트(18억 달러), 오스트리아(15억 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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