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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호 기자]급성 통증에 쓰는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중독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편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하는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국내외 관련 제제 개발 기업들이 일제히 이 소식을 반기는 모양새다.
| 미국 식품의약국이 9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을 줄이고자 비마약성 진통재 개발을 촉진하는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제공=F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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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FDA는 “외상이나 질환으로 인한 수술로 최대 30일 내외로 지속되는 급성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비마약약성 진통제의 개발을 촉진해야한다”며 “이를 시도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허가 지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등 중추성 진통제나 이부프로펜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가 대표적인 비마약성 진통제다. 하지만 이런 약물은 경증의 약한 통증을 완화하는 수준이다. 외과적 수술을 받았거나 암 등 각종 질환의 말기 환자가 겪는 급성 통증을 막기 위해서는 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아편에서 유래하거나 이와 유사하게 합성된 마약성 진통제가 급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널리 처방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1억8000만명 이상 응급실 방문 환자를 분석한 결과,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 사례가 코로나19 이전보다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FDA는 비마약상 진통제 독려 지침 초안을 함께 내놓았다.여기에는 ▲급성 통증 관리 적응증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데 필요한 신약개발 프로그램 유형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경감시킬만한 효능을 뒷받침하는 자료 ▲비마약성 진통제의 신속개발 프로그램의 이용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파트리지아 카바조니 FDA 약물평가및연구센터 총괄은 “아편과 유사한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을 막는 것은 공중 보건을 지탱하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을 독려하면 급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약물 중독 위험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DA 측은 오는 4월 11일까지 여러 개발사의 의견을 수렴한 다음 추가로 최종지침을 마련해 빠른 시일 내로 공표할 방침이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진통제 시장은 연평균 5%씩 고성장해 2024년경 916억달러(한화 약 104조원)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중 급성 통증에 쓰는 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195억달러(한화 약 22조원)를 차지한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FDA의 발표는 국내외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기업에게도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아편과 비슷한 효능을 갖는 비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FDA의 허가 절차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비교적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생명공학기업 헤론 테라퓨틱스(Heron threpeutics)가 개발한 비마약성진통제 ‘진렐레프(성분명 부피바카인 및 멜록시캄)’는 지난해 5월 3번째 시도 끝에 FDA의 승인을 획득했다. 진렐레프는 국소 마취제인 부피바카인과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멜록시캄을 복합요법으로 제공하는 서방형 이중 작용 국소마취제다.
2019년과 2020년 등 두 차례에 걸쳐 FDA가 진렐레프의 승인을 거절한 이유는 추가적인 화학적 특성과 제조, 품질관리(CMC) 및 비임상 등과 관련한 정보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는 아편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비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승인 가이드라인이 확립되지 않았고, 전문가마다 다른 자료를 요구해 평가와 판매승인이 지연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승인 당시 베리 쿼트 헤론테라퓨틱스 대표는 “진렐레프는 수술 후 최대 72시간 동안 급심한 통증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 횟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미국 생명공학기업 헤론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비마약성 진통제 ‘진렐레프’는 지난해 5월 세차레 시도끝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로 부터 판매 승인을 받아냈다(제공= Heron therapeutic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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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미국 내 급성통증에 쓸 비마약성 진통제는 앞서 소개한 진렐레프와 함께 미국 바우닥스바이오(Baudax Bio)가 개발해 2020년 2월 FDA로부터 판매승인을 획득한 정맥주사형 소염진통제 ‘안제소(성분명 멜록시캄)’ 등 두가지 약물이 꼽히고 있다. 이들 약물 역시 시장진입 초기이기 때문에 아직 이 시장을 선점한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급성 통증에 쓰는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하기 위해 발빠르게 나서는 추세다.
먼저 비보존이 주사형 비마약성 진통제 신약후보물질 ‘오피란제린(VVZ-149)’을 발굴해 미국과 한국 등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오피란제린은 중추와 말초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비보존 계열사인
비보존헬스케어(082800) 측은 국내 서울대병원 및 아산병원 등 5개 의료기관과 함께 복강경 대장절제 수술 후 급성 통증을 겪을 수 있는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리보핵산(RNA) 전문 기업 올리패스는 지난해 만성 신경손상성 통증 환자에 장기 투여할 수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 ‘OLP-1002’의 호주 내 임상 1b상을 완료한 바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OLP-1002는 체내 신경 신호 전달에 중요한 나트륨 이온 채널에 관여하는 SCN9A 유전자를 억제해 통증 완화 효과를 유도한다. 올리패스는 현재 이 물질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메디포럼도 비마약성 진통제인 ‘MF018’ 임상 2상을 진행하기 위한 절차를 밞고 있다. MF018는 항암제를 투여받은 암 환자들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말초신경병증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제로 개발됐다.
비마약성 진통제 관련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안전한 관리하에 다양한 비마약성 진통제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각 국가의 의약당국과 개발 기업이 다양한 논의를 수시로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