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혁신기술 신약개발사 오름테라퓨틱이 시장친화적인 몸값에 상장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공모주 ‘최대어’로 꼽혔던 LG CNS 조차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0%의 낙하를 기록한 상황에 현명한 선택이라는 시장의 의견이 나온다. 오름테라퓨틱은 기대했던 공모밴드 하단보다도 낮은 가격에 상장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작년 바이오 IPO사들과 비교해 볼 때 신약개발사 가운데서 가장 높은 상장 시총을 형성한다. 우선 시장에 입성한 이후 기업가치를 입증해 몸값을 불려나간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최근 자체 진행하는 유방암 치료제 임상에서 ‘부작용’ 암초를 만나 기업가치가 일순 위축됐지만 빅파마에 기술이전한 파이프라인은 임상 1상을 순항 중이며 차차 신규 혈액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자체 임상 1상 계획(IND)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는 더 커질 여지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름테라퓨틱 상장공모가 2만원, 시가총액 4185억6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은 주당 2만원에 14일 상장한다. 기발행주식수 1842만9118주에 공모신주 250만주를 합산하고 확정공모가를 대입하면, 상장 시가총액은 4185억원대를 형성하게 된다. 기존 계획했던 희망공모가액 밴드는 2만4000~3만원으로 5000억~6200억원의 시총을 기대했었다.
그럼에도 오름테라퓨틱은 작년 한해를 통틀어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서 상장한 회사들 대비 가장 우월한 수준의 상장시총이다. 작년엔 디앤디파마텍(347850)이 ‘톱’이었다. 디앤디파마텍은 시가총액 3430억원 수준에 코스닥에 입성해 5일 기준 5443억원까지 몸집을 키웠다.
작년 신약개발사들은 1400억원에서 3400억원 가량의 시가총액으로 상장하는 양상을 보였다. 의료기기,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을 포함한 바이오헬스케어 섹터 전체의 평균 공모가는 1만 5555원이었다.
![](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5/02/PS25020600663.jpg) | 2024년 바이오헬스케어 섹터 IPO 기업가치[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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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디앤디파마텍이 그러한 것처럼 오름테라퓨틱 또한 상장 후 기업가치를 입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밸류업 요인들은 혈액암 치료제 후보인 ‘ORM-1153’의 FDA 임상 1상 계획(IND) 신청과 BMS에 기술이전한 ‘ORM-6151’의 임상 1상 진행 내용이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전임상을 진행 중인 ORM-1153 혈액암 프로그램을 내년 하반기 FDA에 임상 1상 IND를 신청할 예정이다. 임상에 진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 플랫폼을 기반으로 후속 파이프라인을 줄 세워놓고 있는 점이 기업가치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TPD²-GSPT1 플랫폼 기술 ’화수분’…‘중대이상반응’ 이슈는 ‘5029’ 한정오름테라퓨틱은 이미 한차례 기사회생의 역사가 있다. 연간 버닝레이트 400억원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자금이 모자라 중도에 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회사 매각 얘기가 오가던 상황에, 회사는 자구책을 찾았다. 바로 2023년 10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에 전임상단계 파이프라인 ‘ORM-6151’의 기술이전을 이뤄 단숨에 1352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어 2024년 7월에는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에 ‘타깃단백질분해제’(TPD) 플랫폼 기술이전을 이뤄 207억9000만원의 매출을 인식했다. 모두 반환의무 없는 착수금이다.
특히 BMS에 기술이전한 내용은 전임상 단계 물질임에도 빅파마로부터 1000억원대 막대한 금액을 수취해 오름테라퓨틱의 기술력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됐다.
![](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5/02/PS25020600662.jpg) | 오름테라퓨틱 파이프라인 개요(사진=오름테라퓨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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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테라퓨틱의 기술은 ‘DAC’로 불린다. 단백질 분해제(Degrader)와 항체(Antibody)를 결합(Conjugate)시켰다는 뜻이다. 이는 기존의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단백질 표적분해제(TPD)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극복하는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약물을 작용할 표적(타깃)이 되는 암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전달하고 세포 내로 들어간 이후 선택적으로 표적이 되는 단백질만을 분해하는 ‘이중 선택성’을 가지는 게 차별점이다.
요컨대 부작용은 줄이고 약효는 키웠다는 내용이다. 기존의 ADC에 저항성을 보이거나 치료 효과가 낮은 암종에서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단백질 생합성에 필수적 단백질인 ‘GSPT1’을 특이적으로 분해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TPD²-GSPT1’ 플랫폼을 개발했다. HER2, CD33등 다양한 항체에 적용해 FDA의 임상시험계획(IND)을 두 차례 통과, 현재 임상 연구 단계에 있다.
다만 오름테라퓨틱은 가장 연구개발이 앞선 임상 1상 단계 유방암 치료제 파이프라인 ‘ORM-5029’에서 중대한 부작용(Serious adverse event)이 발생해서 FDA의 부분임상보류(partial clinical hold) 통보를 받았고 신규 환자모집은 일시 중단한 상태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GSPT1 플랫폼은 계속 다른 파이프라인들에 진행되고 있다. SAE가 발생한 ‘5029’에 대해 아직 모든 데이터가 다 모인 것은 아니지만, 관련된 다른 프로그램들에 모두 내부적으로 적용해 본 결과 SAE에 해당하는 부작용은 없었기 때문에 이슈는 ‘5029’ 한정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AE 발생 이후 기술이전 파트너사인 BMS와 버텍스에 곧바로 고지했으며, BMS는 고지 후에도 임상사이트를 두 군데 추가 오픈한 것으로 보아 문제없이 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텍스의 경우에는 TPD² 기술을 종양학이 아닌 전처치(preconditioning agent) 쪽으로 연구개발하는 점에서 오름테라퓨틱이 가진 ‘TPD에 항체를 붙이는 플랫폼 기술’의 확장성이 높다는 반증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업개발(BD) 네트워킹을 열심히 진행해 추가적인 기술이전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다른 페이로드를 접목시키는 것도 연구 중이며 가시적인 프레임이 나오면 공개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상장을 준비 중인 바이오텍들은 모두 오름테라퓨틱의 IPO에 주목하고 있다.
한 비상장 바이오텍 대표는 “오름테라퓨틱이 잘 되어야 올해 바이오 IPO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거다. 요즘 분위기에 (공모가를) 무리하게 높게 설정했다가 상장 후 내리막길을 걷는 것 보다는 차라리 낮게 출발해서 상승곡선을 보이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텍 대표는 “연초 거래소 담당자들의 인사이동이 있어서 새로 부임한 이들은 더욱 보수적인 기조로 상장예정 회사들을 깐깐히 검토하는 느낌이다. 오름테라퓨틱이 시장에 잘 안착해야 올해 도전할 나머지 회사들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