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툴젠의 주력 플랫폼기술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은 일명 3세대 유전자가위라고 부른다. 가위처럼 DNA 염기서열을 자르고 교정해 유전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기술이다.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아제, 2세대 탈렌, 3세대 크리스퍼 캐스까지 진화했다. 원하는 부위를 교정할 수 있는 정확도는 99.9%까지 올라갔다. 인체 유전질환의 치료, 의료 진단, 동물과 농작물의 개량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캐스9 사업 분야. (자료=툴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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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존에는 정복하지 못했던 난치성 질병 및 불치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평가받는다. 크리스퍼 캐스9을 활용한 유전자교정 치료제는 한 번 표적기관이나 적용 전략이 임상적으로 증명되면 단순하게 유전자가위 구성품만 교체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의약품 개발이 가능하다. 구성품 교체는 분자 수준에서 면밀히 검증된 후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낮다.
신품종의 작물을 개발하기 위한 혁신 기술로도 작용한다. 기존 육종의 방식은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다양한 표현형 중 원하는 개체만을 오랜 시간에 걸쳐 선별해왔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원하는 표현형을 가진 암수 개체를 교배시키고 선별과 역교배를 반복하는 작업으로 시간과 비용 투자가 많이 필요했다. 반면 유전자교정 기술은 유전정보를 활용해 유용하고 가치 있는 동식물을 유전자 단위에서 직접 교정할 수 있다. 단기간, 저비용으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혁신적인 분자 육종 기술이다.
현재 툴젠의 크리스퍼 캐스9 원천특허는 유럽과 한국, 중국, 일본 등 세계 12개 관할국에 출원됐다. 세계 최대 종자기업인 미국 몬산토(현 바이엘) 유전자교정 종자개발, 네덜란드 키진은 연구용 제품 분야에서 생명과학 연구·서비스, 미국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에게 유전자가위 연구용 제품 분야 생명과학 연구·서비스 등 총 18건의 크리스퍼 캐스9 기술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이 이뤄졌다.
◆글로벌 경쟁사 이미 임상, 툴젠 내년 진입 목표 툴젠은 눈, 간, 신경이라는 대표적 기관에 대한 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빠르게 동일 표적 기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전질병 및 난치병에 대한 치료제 개발로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황반변성 치료제 프로그램은 같은 유전자를 겨냥하는 당뇨성 망막병증 치료제로 적용시킬 수 있고, 눈 유전자교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각 관련 유전병에 대한 치료제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수 있다. 아직 임상 단계에 착수한 파이프라인은 없는 상태다. 차세대 CAR-T 치료제의 경우 호주 카테릭스와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내년 중 고형암에 대한 미국 임상 1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치료제는 내년 임상시험계획서(IND) 신청을 완료할 계획이다.
| 툴젠 글로벌 경쟁 3사. (자료=툴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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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사는 스위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 미국 인텔리아 테라퓨틱스(Intellia Therapeutics), 미국 에디타스 메디슨(Editas Medicine)이 있으며, 이들 회사 모두 나스닥 상장사다. 시가총액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7조5000억원, 인텔리아 테라퓨틱스 11조9000억원, 에디타스 메디슨 2조9000억원에 이른다. 다만 유전자가위는 툴젠이 유일하게 자체 원천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와 인텔리아 테라퓨틱스는 CVC, 에디타스 메디슨은 브로드연구소로부터 인간 치료제에 대한 전용실시권을 들여왔다.
경쟁사들은 모두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임상에 착수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리아 테라퓨틱스는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 임상이 주목받고 있다. 리제네론(Regeneron)과 유전성 아밀로이드증 NTLA-2001 임상 1상, 노바티스(Novartis)와 낫적혈구병 QTQ923/HIX673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는 이상혈색소증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관련 5개 적응증이 임상 1/2상 단계다. 에디타스 메디슨은 레베르 선천성 암시증 EDIT-101 임상 1/2상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