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등장, 국내 기업들 ‘다가 백신’으로 돌파 가능할까
  • 잇따르는 변이 등장에 ‘변이 원샷 원킬’ 다가 백신 주목
    유바이오로직스, 랩지노믹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개발 계획 밝혀
    개발 초기인데다 효과 입증 어려울 거란 지적도
    화이자 등 기존 백신 오미크론에 얼마나 대항할지 주목해야
  • 등록 2021-11-29 오후 3:04:41
  • 수정 2021-11-29 오후 4:49:57
[이데일리 김명선 기자]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다가 백신’으로 후발주자로서의 단점을 만회하고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Omicron)’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미 여러 변이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겠다 밝힌 바 있는 국내 제약사들에 관심이 집중된다.

다가 백신에 대한 수요는 충분할 전망이어서 국내 개발사들에게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다. 새로운 변이가 나올 때마다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서다. 다만 ‘효과 입증’과 ‘개발 기간 단축’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1가 백신도 만들지 못했는데 다가 백신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에 전 세계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맞긴 싫은데…’ 변이 한 번에 잡을 ‘다가 백신’ 주목

오미크론은 지난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 모양 단백질인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32개의 돌연변이를 지녔다. 전 세계를 휩쓴 델타 변이(16개)두 배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투하는 열쇠 역할을 한다. 대부분 코로나19 백신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다. 그러나 변이가 많을수록 기존 백신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파력과 백신 저항률이 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오미크론은 ‘관심 변이’ 상태를 거치지 않고 ‘우려 변이’로 곧바로 지정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 증상과 전파력, 백신 효과 등을 따져 관심 변이와 그보다 더 예의 주시하는 우려 변이로 나눠 관리한다. 26일(현지 시각) WHO는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된 지 사흘 만에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알파·베타·감마·델타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외에 관심 변이도 에타·요타·카파·람다·뮤 등 5종이 있다.

지난해 12월 알파와 베타, 올해 1월과 5월 감마와 델타, 그리고 11월 오미크론 변이 등 우려 변이가 잇따라 등장하며 ‘모든 변이에 대항할 백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중 주목받는 게 다가 백신이다. 다가 백신은 항원이 여러 개인 백신으로 백신 하나로 여러 변이 바이러스를 잡는 게 목표다.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이 우한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을 항원으로 개발했다면, 다가 백신은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각각 만들어 혼합한다. 여러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항원을 추가해도 다가 백신이라 부른다.

국내 백신 연구·개발 업체 상당수는 다가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유바이오로직스(206650), 랩지노믹스(084650), 진원생명과학(011000)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의 주가는 들썩이는 분위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3일 종가 23만9500원에서 26일 27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유바이오로직스는 3만4800원에서 3만5500원으로 올랐으며, 랩지노믹스는 2만3100원에서 3만1400원으로 크게 뛰었다. 진원생명과학도 2만4750원에서 2만7600원으로 올랐다.

우려 변이가 잇따라 등장하며 ‘모든 변이에 대항할 백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중 주목받는 게 다가 백신이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기업들, 아직은 비임상 혹은 개발 초기 단계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임상3상 계획을 신청한 ‘유코벡-19’ 외에 다가 백신에 대한 비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기존 우한 바이러스 항원 외에 델타 등 변이 항원을 추가해 실험한다. 새로운 변이가 나올 때마다 변이 항원을 추가하지만, 아직 비임상 단계라 (어떤 변이 항원을 대상으로 할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 오미크론 변이 항원 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랩지노믹스는 우한·델타·베타 바이러스 항원을 탑재한 3가 백신 ‘LGP-V01’의 동물실험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회사에 따르면 T, B 면역세포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랩지노믹스는 내년 임상 1/2상, 내후년에는 3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일단은 최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한 ‘GBP510’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임상3상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GBP510을 먼저 개발한 이후 (다가 백신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새로운 변이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방인권 기자)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은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항원을 추가한 방식이다. 제넥신은 기존의 스파이크단백질 항원에 뉴클리오캡시드 항원을 추가 탑재한 DNA 백신 ‘GX-19N’에 대한 글로벌 임상 2/3상 중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 뉴클리오캡시드 유전자를 넣어 한 백신으로 대부분 변이를 커버할 수 있는 쪽으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부스터샷용 백신으로 임상 전략을 바꿨다. 진원생명과학은 스파이크 항원에 T세포 능력을 더욱 강화하는 ‘ORF3a’를 추가한 DNA 백신 ‘GLS-5310’ 국내 임상 2a상 중이다.

“항원 많아질수록 신체 부담도 커져”…개발 기간 단축도 숙제

다가 백신은 기존에 상업화된 백신과는 차별점이 있다. 다가 백신 원리상 새로운 변이가 나올 때마다 변이항원을 추가해 연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접종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이다. 국내 한 약대 교수는 “현재 나와 있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은 모두 스파이크단백질 항원만을 표적으로 한 1가 백신”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mRNA 백신은 아직 각각의 변이항원에 대한 백신을 혼합해보지 않았다. 변이가 나올 때마다 각각의 변이에 대해 따로 백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가 백신의 효과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모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려는 목적으로 개발하다 다가 백신의 항원 양이 많아지면 몸에 부담이 돼 오히려 작동을 안 할 가능성이 커진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 변이항원을 추가해 혼합하는 방식보다는 각각 백신을 따로 개발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는 이유”라고 했다. 다만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각각 용량이 30㎍(마이크로그램), 100㎍이다. 우리는 스파이크단백질 항원 10㎍, 델타 항원 10㎍, 오미크론 항원 10㎍을 넣은 30㎍ 백신을 만드는 식으로 용량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가 백신도 못 만든 국내 제약사들이 다가 백신을 실제로 내놓을 수 있는지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기석 교수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독감 백신도 1가 백신을 만들고 난 다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 예방의학과 교수는 “임상에 돌입한 백신을 가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임상에 들어갔다는 말은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산 백신을 개발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플랫폼을 구축해뒀다면 다가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이야기가 아예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화이자와 등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얼마나 효과를 보이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화이자 등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얼마나 대항할 수 있을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다가 백신으로 변이 바이러스를 빨리 따라잡는 건 유의미하다. 다만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도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연구한 임상 데이터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만약 효과가 입증되지 않으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다가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들은 효과를 입증하는 동시에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게 관건이다. 모더나도 변이 바이러스 동시 대응이 가능한 다가 백신 후보 물질 2종을 개발 중이라 밝혀 한층 경쟁은 치열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전은 알려졌고 변이항원만 추가로 검증하면 된다. 그러나 임상 대상군 등 식약처 요구사항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sunl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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