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국내 AI(인공지능) 신약개발 지평에서 스탠다임이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유사 회사 가운데 비상장 단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투자를 유치했고 SK㈜를 주요 재무적투자자(SI)로 유치해 초기부터 화제였다. 모든 투자유치는 김진한 전 대표(공동창업자) 체제에서 이뤄졌다. 김 대표는 작년 말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이유로 스탠다임을 퇴사했다. 퇴사 당시 보유 지분의 무상 양도 및 3년간 경업금지 준수가 조건이었다.
그를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김 전 대표의 퇴사에 적지 않은 실망을 느낀 게 사실이다. 그간 회사의 ‘얼굴’을 담당했던 인물의 이탈에 시장에서도 스탠다임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는 눈치다. 현임 송상옥 대표(공동창업자)는 스탠다임의 실무를 담당했던 주역으로,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건재하다며 연말 기술성 평가에 재도전해 내년 하반기까지 기업공개(IPO)를 이룬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왼쪽부터 추연성 각자대표, 윤소정 CSO(공동창업자), 송상옥 각자대표(공동창업자), 최기석 CFO(사진=스탠다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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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는 그대로13일 이데일리와 만난 송상옥 스탠다임 대표는 “창업 10년, 누적 조달금 800억원 이상인데 성과가 없다는 지적을 통감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그간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이제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우선 국내 기술이전부터 출발해 작게나마 신약 파이프라인의 매출을 일으키고, B2B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마련하겠다. 이를 기반으로 기평에 재도전하고 빠르면 내년 하반기 IPO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송 대표는 “삼성종기원 재직 당시 창업을 원했던 김진한 전 대표의 설득에 저와 윤소정 CSO(과학총괄임원)가 공동창업에 나섰다. 추진력을 가지고 불을 당긴 김 전 대표가 사업 전면에 서서 투자유치 등 사업개발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나, 내부에서 AI모델개발 등 실무를 수행한 저희는 하던 대로 꾸준히 R&D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송상옥 대표로 말하면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에서 학·석·박사를 졸업했다. 박사학위 내용은 공정시스템 분야에 기계학습을 적용해 화학플랜트를 진단하는 연구였다. 이후 미국 코넬대학교와 피츠버그 메디컬센터(UPMC)에서 총 6년간 바이오 분야 연구를 수행했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바이오신약그룹에 합류해 계산과학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윤소정 CSO는 포항공대 물리학 석사, 동대학원에서 시스템 생물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삼성종기원 바이오소재그룹에 입사한 이력이다.
여기에 2023년부터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념검증을 담당할 전문가로 추연성 각자대표를 외부영입했다. 추 대표는 일리노이대학교 약학박사를 졸업하고 LG생명과학(현 LG화학) 부사장을 지냈다.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를 취득한 ‘팩티브’의 개발 주역이다. 그와 함께 김영관 CDO, 정인석 CTO가 회사에 합류했다.
상장 재도전에 있어 작년 재무총괄임원(CFO)도 새롭게 맞이했다. 최기석 신임 CFO는 KPMG 회계사 출신으로 전자책 회사 리디에서 CFO를 맡은 이력이다.
스탠다임은 2021년 IPO를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통과등급인 A·BBB 에 못미치는 BBB·BBB 등급으로 고배를 마셨다. 나이스디앤비, 보건산업진흥원이 평가기관이었다. AI 신약개발 플랫폼의 경쟁력은 인정받았지만 이를 입증할 실물 신약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R&D)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적받은 내용을 보완하고자 R&D를 확장시켰고 현재 신규타깃 항암신약 후보로 저분자물질 파이프라인 ‘MP103’의 대장암 대상 물질 도출을 진행 중이다. 국내 조기 기술이전으로 매출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가적으로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로 매달 1억원의 매출을 낼 것이란 계획이다.
 | (자료=스탠다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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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밸류로 50억 조달스탠다임은 두 차례의 구조조정으로 80명에서 현재 27명으로 축소한 소수정예로 움직이고 있다. 신약연구소에 8명, AI연구소에 15명, 나머지는 운영인력이다. 영국, 미국에 열었던 사무소는 잠정적으로 닫았다.
현재 버닝레이트는 매달 5억원가량이다. 2023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88억원이던 것을 감안하면 잔여 현금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그나마 작년말 송 대표와 윤 CSO가 공동창업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도합 5억원을 회사에 투입했다. 주당 1만원에 총 5만주를 인수했다. 현재 진행 중인 5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은 이보다도 디스카운트된 몸값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송 대표는 “올해 기술성평가 통과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펀딩을 진행 중이다. 아직 진행 중이라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확약(커밋)했고 이달 말 정도 클로징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조달인 2021년 7월 시리즈 C때의 포스트밸류는 약 2300억원이었으며 지금 프리밸류는 시리즈 B 정도 수준이다. 김진한 전 대표가 회사에 무상양도한 구주까지 섞어 매력적인 가격에 펀딩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탠다임의 주요 FI는 SK㈜, 카카오벤처스, L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파빌리온캐피탈, SKS PE, 대신 PE, DSC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캐피탈, 원익투자파트너스, 산업은행, SK케미칼, 라이프코어파트너스, CNH캐피탈, K브릿지벤처스, 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 웰컴자산운용(옛 에셋원)이다.
 | (자료=스탠다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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