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아스트라제네카가 임상 1상 중이던 고형암 타깃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AZD5851의 개발 중단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CAR-T 미개척지인 간세포암(HCC) 신약 개발에서 유틸렉스(263050)의 EU307이 글로벌 선두그룹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최근 연구진과 사업화 전문가들을 강화한 회사는 EU307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기술수출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AZ, 갑작스런 고형암 CAR-T 개발 중단 발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실적발표와 함께 AZD5851에 대해 “전략적 포트폴리오 우선순위 조정으로 임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발표에서 AZD5851에 대해 “전략적 포트폴리오 우선순위 조정으로 임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자료=아스트라제네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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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D5851은 글리피칸-3(GPC3) 항원을 표적으로 하며 면역억제 사이토카인인 TGF-β를 차단하는 CAR-T 세포치료제로 지난 2023년부터 한국, 미국, 일본에서 글로벌 임상 1/2상(ATHENA 연구)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세포치료제 사업의 전략적 재정비”라고 설명할 뿐 구체적인 임상 결과나 중단 배경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번 결정에 따라 향후 중국 아벨제타파마(이하 아벨제타)의 C-CAR031 개발이 어떻게 될 지도 관전포인트다. 아벨제타의 전신인 셀룰러 바이오메디신 그룹(CBMG)은 지난 2023년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개발계약을 맺었는데, 이 계약에 따라 아벨제타는 AZD5851와 동일 구조의 간세포암(HCC) 치료제 후보물질 C-CAR031에 대해 중국 내 개발, 제조, 상용화 권리를 확보해 개발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개발 중단과는 별개로 고형암 치료에서 CAR-T 플랫폼의 유효성은 꾸준히 입증되는 중이다. 미국 메카인 베일러 의대에서 개발된 GPC3-CAR-T(IL15.CAR) 치료제는 GPC3 양성 간세포암 환자에서 33%의 반응률을 보였고, 혈액암 CAR-T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해 노바티스로 기술이전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의 칼 준 교수팀은 IL-18 사이토카인을 탑재한 huCART19-IL18을 통해 기존 CAR-T 대비 보다 우수한 치료효능을 확인한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가 AZD5851의 개발 중단을 공식화함에 따라, 현재 임상 데이터가 공개된 GPC3 타깃 CAR-T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은 EU307을 포함해 4파전으로 추려졌다. 네 개의 후보물질 모두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상태로, 아직 임상 2상에 진입한 물질은 없다.
유틸렉스, EU307 몸값 높일 비기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전략적 후퇴는 유틸렉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틸렉스는 EU307의 파이프라인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환자 선별 정밀화 △적응증 확대 두 가지가 핵심 축이다.
먼저 환자 선별 정밀화는 지금보다 EU307의 객관적반응률(ORR)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단순히 GPC3 양성 HCC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누적된 임상 1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를 세밀하게 선별해 냄으로써 ‘EU307에 더 잘 반응할’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유틸렉스는 진행 중인 EU307 임상 1상에서 종양이 줄어드는 반응(PR·부분관해)을 보인 환자를 GPC3 발현 수준에 따라 나눠 분석했는데 이 분석 결과를 활용할 계획이다. 임요한 유틸렉스 의과학본부장(상무)은 “임상 대상자를 GPC3 발현 수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 특정 발현 범위 내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회사는 앞으로 임상에서 이 기준을 반영해 약효가 잘 나타나는 환자를 선별하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적응증을 확대해 다른 고형암으로도 환자군을 넓혀 타깃 시장을 확장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관련 연구는 시작됐다. EU307은 GPC3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 핵심인데, GPC3는 정상 간 조직에서는 발현되지 않지만 HCC에서 70~80%로 발현율이 높아 애초 HCC를 주요 적응증으로 설계했었다. 하지만 최근 관련 논문들에 따르면 폐암, 육종암, 난소암 등에서도 GPC3 발현률이 20~50%에 달한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회사는 이를 감안해 지난해 말 나이스평가정보를 통해 EU307의 약물가치평가를 진행해 GPC3 확장가능성에 대한 1차 검토를 진행했다. 이종수 유틸렉스 사업개발본부장(상무)은 “GPC3는 HCC에서 바이오마커, 예후인자로 잘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임상에서 GPC3 양성 HCC 환자들의 5년 생존율(54.5%)이 GPC3 음성 HCC 환자(87.7%)보다 상당히 낮은 결과를 보이는 등 잠재적 종양치료 표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추가적인 상세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