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노이드 산업, 2025년께부터 현실화 시작”
  • 정초록 생명연 책임연구원 인터뷰
  • 새로운 임상연구 플랫폼으로 출발한 '오가노이드'
  • 재생치료제, 미니 장기 등으로 활용성 다양
  • 국내 기술력, 해외 최상위 그룹 대비 90% 수준
  • "2025년경부터 관련 기술 성과 나오기 시작할 것"
  • 등록 2022-01-25 오후 4:59:03
  • 수정 2022-01-25 오후 4:59:03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최근 국내외 바이오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연구 대상 중 하나는 ‘오가노이드(organoid)’다. 업계에서는 주로 ‘약물 평가를 위한 새로운 임상 연구플랫폼’, ‘재생치료제’, ‘3차원 바이오프린팅(3D 프린팅)’, ‘장기 이식의 대안이 될 생체 유사 장기’ 등 다양한 수식어와 함께 오가노이드를 언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오가노이드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 ‘휘브레흐트 오가노이드 테크놀로지(HUB·허브)’가 있다. 이 회사는 오가노이드란 개념을 처음 만든 한스 클래버스 네덜란드 휘브레흐트대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는 오가노이드 관련 임상 플랫폼과 재생치료제를 개발하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3D프린팅을 활용한 인공 조직 및 장기 개발기업 ‘티앤알바이오팹(246710)’ 등이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지난해 7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7800억원이며, 매년 20% 이상 성장해 2027년에는 3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가노이드 기술의 현주소와 산업화 가능성에 대해 정초록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줄기세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에게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정 책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정초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이데일리와 화상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ZOOM 화면 캡쳐)


△오가노이드는 어떻게 시작됐나

2009년경 클래버스 교수가 ‘환자의 장기를 실험실에서 쓰는 것이 오가노이드다(A patient’s organ in a lab is organoid)’라고 정의했다. 오가노이드가 이때 처음 개발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줄기세포 연구가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 클래버스 교수가 장기와 유사하게 자란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연구용으로 쓸 수 있겠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이런 세포에 ‘오가노이드’란 표현으로 불렀다. 이를통해 오가노이드란 용어가 학계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약물의 독성이나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 플랫폼으로서 오가노이드란 개념이 나온 것이다.

△오가노이드를 ‘미니 장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기술이 발전해 ‘잘하면 오가노이드를 이식용 장기로도 쓸 수 있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이 요즘 회자되는 ‘미니 장기 또는 생체 유사 장기’ 등으로 해석돼 전달되고 있다. 장기 이식을 할 정도로 오가노이드를 구성하려면 성인의 장기와 비슷한 모양과 크기를 유해야하며, 그 기능도 재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관련 기술이 매우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3D프린팅으로 미니 장기를 만들 수는 없나.

인공관절이나 치아처럼 ‘강도가 있는 조직(하드티슈)’은 지금도 알지네이트라는 세포 잉크를 활용해 3D프린팅하면 잘 만들 수 있다. 알지네이트는 4도 정도에 온도에서 액체로 있다가 칼슘을 섞으면 젤로 굳어지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간이나 심장 등 실제 우리의 장기처럼 ‘부드러운 조직(소프트티슈)’은 다르다. 이런 세포들은 칼슘에 약해 알지네이트를 쓸 수가 없다. 때문에 각 장기에 맞게 3D프린팅 가능한 세포 잉크를 개발하고 그에 맞는 3D프린팅 장비도 추가로 개발돼야 한다. 현재까지는 소프트 티슈 관련 미니 장기 기술은 가시권에 들어오지 못한 상태다.

△그렇다면 가장 빠르게 오가노이드를 산업화할 수 분야는 무엇인가

신약 개발 과정이나 환자에게 처치할 약물 독성을 판단하는 임상 연구플랫폼과 재생치료제로 활용하는 분야다. 제가 속한 생명연은 현재 실험체를 위한 임상 연구플랫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7년부터 ‘인공실험체 기반 개인 맞춤 질환 모델 사업’이라는 과제를 직접 이끌고 있다. 이는 오가노이드 기반 생체모사시스템을 만들어 질병의 원인이나, 약물 독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2025년경 약 1cm 수준의 큰 오가노이드 실험체로 약물을 평가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분야는 어떠한가

장이나 간 등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한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배아줄기세포(ESC)나 역분화해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는 암 발생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성숙한 장기 오가노이드를 수mm 이하 수준으로 배양한 다음, 이런 물질을 주입해 조직을 재생시키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재생치료제는 기술적으로 구현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오가노이드를 키우려면 특허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생체 환경에서 세포가 자라듯이 오가노이드를 키우려면 여러 물질이 들어간 특수 환경을 만들어 줘야한다. 예를 들면 장 오가노이드 관련 특허는 이를 처음 만든 클래버스팀이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물질을 그대로 만들지 않고 일부 조정하면 재생치료제로 개발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임상이 잘 진행돼 유럽에 허가를 신청하면 배타적으로 나올 수 있겠지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국내 기술력과 해외 기술력을 비교한다면

최상위급인 클래버스팀과 그가 속한 허브라는 기업과 비교할 때 국내 전반적인 오가노이드 기술력은 그들의 85~90%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세부 분야에서는 이를 넘어서는 부분도 있다. 대학이나 병원의 연구팀들은 여러 질환에 대한 오가노이드를 설계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려는 산업계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오가노이드 관련 산업은 언제쯤 실현될 수 있나.

앞서 말했듯 미니 장기의 관점에서 오가노이드 기술은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다. 2030년경이 크기 확대, 고기능 재현, 안전성 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들이 마련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재생치료제나 임상 연구플랫폼 등의 산업은 이보다 빨리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기관의 허가 과정과 환자에게 도달 가능한 산업적 유통 기반이 마련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2025~2030년 사이에 국내외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다.

김진호 기자 tw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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