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현대ADM(187660)바이오가 ‘전이암 공포로부터 해방’을 목표로 신약후보물질 ‘페니트리움’(Penetrium)의 병용치료제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를 바탕으로 페니트리움의 상용화는 물론 다국적 제약·바이오사와 협업까지 이뤄낸다는 목표도 세웠다.
 | 김수정 현대ADM바이오 연구소장. (사진=현대AD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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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ADM은 신약 후보물질 ‘페니트리움’(Penetrium)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1상 승인되면, 바로 환자 임상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로드맵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 접근 차단’ 문제, 즉 가짜 내성(pseudo-resistance)을 극복하기 위한 신개념 항암치료 전략의 유효성을 확인할 방침이다. 페니트리움은 종양미세환경(TME) 내 세포외기질(ECM) 구조를 선택적으로 해체해 면역세포와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에 도달할 수 있도록 물리적 통로를 복구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게 특징이다.
효과가 확인되면 전이암으로 사망하는 환자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으로 암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는 1000만 명을 초과하며, 이 중 90% 이상은 전이암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대ADM이 페니트리움을 통해 키트루다와 병용치료제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는 이유는 가장 빠른 상용화가 가능해서다. 로드맵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상반기 이후 병용치료제용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트루다는 현재 세계에서 1600건 이상의 임상이 진행 중인 글로벌 표준 면역항암제다.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주요 적응증에 대한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향후 시장 경쟁력은 가격보다는 적용 대상 확대와 병용 전략의 유연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현대ADM은 판단하고 있다. 이번 임상을 주도하고 있는 김수정 현대ADM 연구소장을 이날 만나 페니트리움의 가치와 향후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기존 항암제의 한계는
△최초의 항암제가 개발된 후 80여 년 동안 화학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수많은 항암제가 개발됐다. 이들 기존 항암제는 반복 투여하면 원발암의 치료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이암의 원인이 됐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암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연간 암으로 인한 사망자 중 90% 이상이 전이암이었다.
-한계의 원인은
△기존 항암제의 한계는 ‘암세포의 생존구조’를 잘못 이해한 데에서 비롯됐다. 암은 암세포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섬유아세포가 병리적으로 변질된 암연관 섬유아세포(CAF)와 CAF가 만든 병리적 ECM에 둘러싸여 생존한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 자체를 타깃으로 설계됐다. 항암제가 치료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약물이 암세포에 도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항암제를 반복 투여하게 되면 CAF가 병리적 ECM을 만들고 이는 항암제의 침투를 차단한다. 결국 항암제는 암세포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게 돼 치료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암세포가 항암제에 저항성을 가진 ‘진짜내성’(true-resistance)과 구분해 가짜내성이라고 한다. 가짜내성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아무리 효능이 뛰어난 항암제라도 원발암을 치료할 수 없다. 결국 기존 항암치료의 실패 원인은 항암제의 효능 때문이 아니라 항암제가 암세포에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세포의 전이 경로’를 이해하지 못한 데도 기존 항암제의 한계다. 원발암세포 주변의 CAF가 만든 병리적 ECM이 혈류를 통해 전이가 예정된 다른 장기에 이동해 전이 예정인 암의 생존 환경을 미리 조성한다. 이와 같은 생존 환경이 조성된 뒤에 암세포가 ‘조성된 생존 환경’에 안착한다. 결과적으로 암의 전이를 막기 위해서는 CAF를 제거하고 ECM을 정상화해야 한다. CAF를 제거하지 못하고 ECM을 정상화하지 못하는 기존 항암제로는 암 전이를 막을 수 없다.
-원발암의 지속적 치료와 암 전이 방지 전략은
△항암제를 반복 투여해도 원발암에 대한 치료효과가 지속되도록 하고, 암 전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짜내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짜내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리적 ECM을 정상화해야 한다. 병리적 ECM을 정상화하려면 정상 섬유아세포의 손상 없이 암연관 섬유아세포인 CAF만을 제거해야 한다.
-페니트리움은 무엇인가
△모회사인 현대바이오(048410)사이언스와 함께 기존 항암치료 실패의 근본 원인이 약물이 암세포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는 ‘약물 도달 실패’에 있음을 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사는 약물이 암세포에 제대로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해 왔다. 각종 연구를 통해 마침내 정상 섬유아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아니하면서도 병리적 ECM을 만드는 CAF만을 제거해 가짜내성을 해결하는 작용기전을 가진 페니트리움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페니트리움이 획기적인 병용치료제라 자신하는 이유는
△페니트리움은 암세포만을 타깃으로 하는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병리적 ECM을 만드는 CAF를 직접 타깃하는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다. 페니트리움을 투여하면 정상 섬유아세포의 손상 없이 ECM을 경화시키는 CAF만이 선택적으로 제거되고 병리적 ECM은 정상화된다. 그 결과 항암제가 암세포에 제대로 전달돼 원발암에 대한 치료효과가 지속되고, 암 전이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페니트리움은 병리적 CAF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면서도 정상 섬유아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는 페니트리움이 정상 조직을 보존하면서 병리적 종양 구조만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항암제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페니트리움 효능을 주장하는 근거는
△임상 결과에 있다. 마우스 실험, 반려견 실험 및 환자 유래 췌장암 오가노이드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삼중음성유방암(TNBC) 세포를 마우스에 이식해 실시한 실험 결과, 면역항암제 단독 투여 시 원발암은 22.04%, 전이암은 69.26% 각 감소한 반면, 면역항암제와 페니트리움 투여 시 원발암은 59.07%, 전이암은 96.06% 감소라는 결과가 확인됐다. 비소세포폐암(NSCLC) 세포를 마우스에 이식하여 실시한 실험 결과, 베바시주맙 단독 투여군의 전이 억제율이 33%였던 반면, 페니트리움과 표적항암제(베바시주맙) 병용 투여군의 전이 억제율은 100%였다. 자연발생 유선암에 걸린 반려견 대상 동물실험 결과, 자체 개발 항암제 폴리탁셀과 페니트리움을 병용 투여했을 때 전이암의 종양 크기 감소효과가 자체 개발한 췌장암 치료제 ‘폴리탁셀’ 단독 투여군 대비 최대 3.39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의 췌장암 조직으로 만든 오가노이드 실험 결과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확인했다. 표준항암제(젬시타빈)을 고농도로 투여했을 때 암연관 CAF와 ECM이 함께 존재하면 약물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에 페니트리움을 병용 투여했을 때 정상 섬유아세포의 손상 없이 CAF만 제거돼 암세포 생존율이 0%로 수렴함을 확인했다.
-페니트리움 상용화를 통한 궁극적 목표는
△마우스 실험, 반려견 실험 및 오가노이드 실험에서 모두 페니트리움을 기존 항암제와 병용 투여 시 페니트리움이 CAF를 제거하고 병리적 ECM을 정상화해 원발암뿐만 아니라 전이암도 동시에 치료함이 확인됐다. 이러한 일관된 실험 결과는 페니트리움이 종전의 항암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전을 가진 ‘퍼스트 인 클래스’ ‘CAF 선택적 제거 항암제’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페니트리움의 탄생은 ‘고통스러운 암치료 시대’에 마침표를 의미한다. 일상을 영위하면서 편안하게 암을 치료하는 ‘전이암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시대’의 출발이기도 하다. 현대ADM과 현대바이오는 페니트리움을 활용한 동물 효능 실험에서도 화학항암제(파클리탁셀), 표적항암제(베바시주맙), 면역항암제(PD-1 억제제) 등 다양한 치료제들과 병용 시 가짜내성을 제거하고 항암 효과를 회복하는 현상을 확인한 바 있다. 이는 가짜내성이 모든 항암제의 실패에 공통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원인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