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68년 역사를 지닌 동성제약(002210). 한때 ‘정로환’과 ‘훼미닌’으로 국민 건강을 책임졌던 제약 명가가 이제 부도와 경영권 분쟁 속에 벼랑 끝에 몰렸다. 12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개편 표 대결이 진행된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창업주 고(故) 이선규 회장의 장남이자 동성제약에서 48년을 몸담아온 이긍구 고문은 경영권분쟁 전문 채널인 로코TV를 통해 “아버님의 피와 땀이 어린 회사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현실이 비통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 이긍구 동성제약 창업주 장남(사진=로코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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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문은 이선규 창업주의 장남이자 이양구 전 회장의 형이다. 1977년 동성제약에 입사해 공장 품질관리실장으로 근무를 시작한 그는 1981년 개발부장을 거쳐 1983년 대표이사에 올랐고, 2001년 회장직을 수행했다. 이후 2008년 창업주가 별세한 뒤에는 상임 고문으로 근무하며 회사를 지켜왔다.
이 고문은 동성제약 몰락의 이유로 “본업을 외면한 투자와 밀실 경영”을 꼽았다. 그는 “아버님은 은행 차입조차 하지 않고 회사를 성장시키셨다”며 “그러나 이양구 전 회장은 제약과 무관한 사업에 뛰어들고, 측근 몇몇만 믿고 회사를 운영하며 결국 수백억 적자를 내고 말았다”고 말했다.
특히 △본업 외 사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 △임원 책임 의식 부재 △전문가 양성 소홀 △대표의 도박성 투자 등을 구체적인 몰락 원인으로 꼽혔다.
동성제약은 이양구 대표이사직 재임 시절 수백억원의 직간접적인 손실을 끼쳤고, 이 고문은 “그 이상의 자금 유용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 몰락의 배경에는 막내 이양구 전 회장의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도 자리했다.
그는 법인 자금을 유용해 개인 채무와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했으며, 조카 나원균 현 대표와 누나인 이경희 오마샤리프화장품 전 대표 명의까지 무단으로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처럼 가족 안에서 벌어진 경영권 다툼은 큰 상처로 남았다.
이 고문은 “아버님이 생전에 막내 이양구 전 회장이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며 뒤로 선친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크게 분노하셨다”며 “창업주의 아들이 선친을 제치고 지분을 쌓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친께서 피땀 흘려 이뤄놓은 회사가 하루아침에 외부로 넘어간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다시 경영권을 찾겠다고 나서는 것도 언어도단”이라고 덧붙였다.
이 고문은 예상치 못한 사태 앞에서 주주와 임직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동성제약은 나원균 대표가 경영권을 맡은 이후 다시 제약 본업에 집중하며 조직 안정화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고문은 “조카 대표와 임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회사가 하나로 뭉치고 있다”며 “앞으로 제약회사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