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HLB(028300) 그룹은 10일 펩타이드 제조 GMP 인증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애니젠(196300)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애니젠은 이날 공시를 통해 HLB 그룹 계열 7개 사가 15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50억원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재무적투자자(FI)도 50억원의 유증과 350억원 규모의CB를 인수한다.
자금난에 시달렸던 애니젠은 HLB그룹의 인수로 6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 GLP-1 비만치료제 대비 약효와 약동(PK)을 크게 개선한 신규 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비만치료제를 개발중인 HLB제약과의 협업 시너지도 기대된다.
국내 유일의 펩타이드 제조 GMP인증 공장을 보유한 애니젠의 펩타이드 합성 및 정제 기술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도 인정 받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애니젠이 개발한 펩타이드 소재만 5000가지가 넘으며, 활용분야도 의료용 소재 및 치료제는 물론 화장품 등 미용 분야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애니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현재 원료 의약 생산시설에 cGMP 인증 심사도 앞두고 있다. 인증을 받으면 주력 제품인 ‘류프로렐린(Leuprorelin)’과 ‘가니렐릭스(Ganirelix)’ 원료의약품을 비롯 다양한 펩타이드 원료의약품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류프로렐린과 가니렐릭스 원료의약품은 애니젠 대표 단백질 수용체(GPCR, G-protein coupled receptor) 기능조절 펩타이드로, 류프로렐린은 사춘기 초기에 나타나는 성조숙, 전립선암, 자궁내막증 치료제, 가니렐릭스는 조기배란을 억제하는 난임 치료제다.
유전, 환경적인 이유로 난임치료제 의약품 시장규모는 매년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시장만 60억 달러(약 8조60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애니젠은 진행 중인 항암 분야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HLB 그룹의 주력 신약 파이프라인이 항암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니젠이 보유한 펩타이드 치료제 개발 기술이 항암분야로 확장될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애니젠이 다양한 항균 펩타이드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점에서, 항균 펩타이드로 임상단계에서 패혈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 HLB사이언스와의 협업도 기대된다.
HLB그룹은 바이오 계열사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협업 시스템 ‘HBS(HLB Bio eco-System)’를 공고히 해온 만큼, 애니젠의 펩타이드 기술은 ‘펩타이드-약물 접합체(PDC)’ 등 보다 진보된 형태의 항암제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임창윤 HLB그룹 M&A 총괄 부회장은 “애니젠은 세계 최고 펩타이드 전문가인 김재일 박사가 설립해 25년간 펩타이드 연구에 집중해온 기업”이라며 “HLB 그룹의 자금과 기술력이 더해진 만큼 앞으로 CDMO 사업강화를 통한 안정적 매출 확대와 함께 비만ㆍ당뇨 치료제는 물론 항암제, 항생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임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