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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돋보기]엔지켐생명과학 통계없는 성공 발표…거래소 “CRO 확인서 제출요구”
  • 1차 평가변수 P값 비공개 상태로 ‘성공’ 발표
  • 같은 적응증 미국 바이오텍 임상은 통계 공개
  • 거래소 “자의적 해석 성공 발표 제재 대상이다”
  • CRO에서 성공이라는 확인받은 서류 제출 요청
  • 엔지켐 “FDA에서 P값 설정 안 해도 된다 했다”
  • 등록 2021-10-21 오후 4:46:10
  • 수정 2021-10-21 오후 4:46:42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이 통계와 피시험자수를 비공개한 상태로 EC-18 글로벌 임상 2상을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있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서 인정한 객관적인 통계가 아닌 자의적인 해석으로 성공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한국거래소 제재 대상이 될수 있어서다. 거래소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엔지켐생명과학에 CRO에서 확인을 받은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황이다.

조도현 엔지켐생명과학 미국법인 대표(왼쪽 세번째)를 비롯한 경영진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티넥 매리어트호텔에서 뉴욕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엔지켐 제공)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19일 중증 구강점막염(SOM) 치료제 파이프라인 EC-18 임상 2상 결과를 공시했다. 1차 평가변수인 중증 구강점막염 지속기간(SOM Duration) 관찰 결과 EC-18 투약군 0일, 위약군 13.5일로, 100%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2차 평가변수인 중증 구강점막염 발생률(SOM Incidence) 결과는 EC-18 투약군 45.5%, 위약군 70%로 위약군 대비 35.0%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다음날 새벽 엔지켐생명과학은 성공적인 임상이라고 공표했다. 미국 뉴저지주 티넥 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뉴욕특파원단 간담회를 통해 “구강점막염 치료제 EC-18의 미국 임상 2상은 완전한 성공”이라며 “신약과 연관된 중대 이상 반응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성까지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엔지켐생명과학은 P값뿐만 아니라 투약군과 위약군에 참여한 각각의 환자수(n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임상 시험에서 P값의 기준은 중요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통상적으로 1차평가지표 P값이 0.05 이상 나왔을 경우 해당 임상은 실패(Fail)라고 하고, 0.05 이하는 성공(Pass)적인 임상이라고 표현한다. 1차 평가지표는 영어로 Primary endpoint, 임상 시험을 하는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거래소 코스닥 공시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상 결과는 통계적 유의성을 공시해야 한다.

이데일리 취재 이후 거래소는 엔지켐생명과학 측에 내일(22일)까지 추가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엔지켐생명과학에 정정공시를 요청했으나, 대표이사와 공시책임자, 공시담당자 모두 P값 없이 현재 공개한 데이터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탑라인 지표라고 답했다”며 “이것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성공인지, CRO의 객관적인 확인을 받은 판단인지 확인 요청을 했다. CRO로부터 해당 공시가 통계적인 유의성을 충족한 탑라인이라는 공식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지금 미국 시차가 있어서 내일 중으로 보내주기로 확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탑라인은 결과가 바뀌면 안된다.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CSR)에서 결과가 바뀌면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추후 실패라고 나온다면 회사 측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확인도 받았다. (투자자)손해를 다 책임지겠다는 뜻이다”며 “만약에 CRO에서 탑라인 데이터 성공이라고 나온 게 아니라 자의적으로 판단한 공시라면 탑라인 데이터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 정말 문제 있는 거다”고 덧붙였다.

(왼쪽)엔지켐생명과학 EC-18 임상 2상 공시에는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 반면 (오른쪽)코스닥 A사는 공시가이드라인에 맞춰 통계적 유의성 결과를 공시했다. (자료=금감원)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환자에게 유효한지 결과 도출을 빨리하기 위해서 임상계획서(IND) 신청할 때 FDA가 P값을 검증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FDA에 제출한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결과를 공시했고, 거래소가 통과시켜 준 것”이라며 “유의미한 P값을 활용하려면 일단 모집 환자수 자체가 굉장히 많아야 한다. 환자 구강점막염 특수성 때문에 그 정도 n수는 설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탑라인은 저희가 공개하고자 하는 정보, 공개할 수 있는 정보 등 형식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CSR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상태에선 P값을 공개할 수 없다. P값이 없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투여군과 위약군 참여 환자수 비공개와 관련해서는 “n수 자체는 충분히 확보가 돼 있는데, 거래소와 자료 검토를 통해 공개하기로 협의된 내용만 내보냈다. 공시에 나오지 않은 내용은 비공개를 유지하기로 거래소와 논의도 마쳤다. 그건 지금 단계에서 공개하기 어렵다. 12월 안에 CSR 나오면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엔지켐생명과학 공시와 같은 날 중증 구강점막염 임상 결과를 발표한 미국 바이오텍 갈레라테라퓨틱스(Galera Therapeutics)는 P값을 공개했다. 갈레라테라퓨틱스는 “중증 구강점막염 치료제 아바소파셈(avasopasem)의 임상 3상 결과 P값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차 평가변수에서 아바소파셈 투여군이 중증 구강점막염 발병률이 16% 상대적으로 감소했으나, P값이 0.113이 나왔다. 2차 평가변수는 중증 구강점막염 지속기간이 아바소파셈 투여군에서 56% 감소, P값은 0.011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갈레라테라퓨틱스 멜 소렌센(Mel Sorensen) 사장 겸 최고책임자는 “이전 시험처럼 데이터에서 중증 구강점막염의 발생률, 기간 및 중증도가 감소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임상 시험의 1차 평가변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고, 이 사실에 놀라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갈레라테라퓨틱스의 주가는 나스닥 시장에서 하루 만에 70% 이상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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