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결국 강스템바이오텍(217730)이 ‘네 번째 주주배정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이번이 마지막 유증이 되려면 자체적인 현금 창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회사는 내년까지 무릎골관절염 치료제 ‘오스카’(OSCA)와 오가노이드로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이계종 강스템바이오텍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이번 유상증자의 개요와 목적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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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스템바이오텍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전경련회관)에서 기업설명회를 열어 이번 유증의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오스카 임상 2a상을 추진하고, 오가노이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수출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게 골자였다.
네 번째 주주 배정 유증…아토피 임상 3상 실패 여파 앞서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어 492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은 의결했다. 보통주 신주 3800만주를 발행할 예정인데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67.8%에 달하는 물량이다. 대규모 유증 소식에 장 초반 강스템바이오텍의 주가는 전일 대비 2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강스템의 주주 배정 유증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8년 7월 360억원, 2021년 378억원, 2023년 125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증에 이어 이번 유증 규모(492억원)까지 합하면 무려 1451억원을 주주를 통해 확보하게 된다.
2023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유증에 나서게 된 데에는 지난해 7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에이디주’의 두 번째 임상 3상이 실패한 탓이 컸다. 당초 강스템바이오텍은 해당 임상에 성공해 퓨어스템-에이디주 상용화에 따라 현금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회사는 제품 출시 이후 국내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시장의 10%를 점유하며 연매출 2000억원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지만 임상 실패로 이 같은 예측은 물거품이 됐다.
이계종 강스템바이오텍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3년 유증 이후) 채 2년이 안 돼 다시 한번 유증을 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아토피치료제 임상이 지난해 7월 목표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현금흐름(cash flow)이 예상했던 방향으로 흐르지 못했던 것에 있다”고 실토했다.
사업화 통해 자체 현금 창출 기반 구축할 계획 2019년 이후 올해 1분기까지 퓨어스템-에이디주 연구개발에 들인 비용은 379억원에 달한다. 오스카 연구개발에는 105억원, 퓨어스템-알에이주에는 38억원 등 총 522억원이 들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연구개발비 외 수익 창출을 위해 줄기세포 화장품 사업을 진행하고 최근에는 일본 시장을 겨냥한 재생의료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오가노이드 사업화를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했다.
문제는 아직 이 같은 사업화 전략이 현금 창출 흐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 재생의료 시장 진출, 오가노이드 사업화로 현금 창출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빨라야 2027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CFO는 “재생의료의 문이 열리면서 강스템바이오텍은 3년 내, 빠르면 2년 내로 임상시험 외에도 자체적인 현금흐름으로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일본 재생의료시장 진출을 통해 퓨어스템-에이디주의 재기를 노린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 2월 자가지방 유래 줄기세포로 제2종 재생의료 제공 승인을 받았으며,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로는 제1종 재생의료는 소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후생노동성 승인을 신청하려고 검토 중이다. 회사는 일본 재생의료 시장 진출을 통해 연매출 500억원 이상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내년 내 재생의료 임상 연구를 개시하고, 반복 투여 임상 2a상을 통해 조기 치료 효과를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배요한 강스템바이오텍 임상개발본부장은 “아토피치료제도 임상 2a상에서 적절한 규모(size)의 임상 데이터가 확보되면 그 기술에 대해 계약을 맺겠다고 한 회사도 있다”고 전했다.
오가노이드 기술 사업화를 통한 현금 창출도 모색한다. 강스템은 이미 지난해부터 피부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통해 화장품, 의료기기, 의약품 효능 검사·기전 검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드름, 미백, 유전성 질환 등에 대한 평가법도 개발하고 탈모 환자에 대한 모발 형성 모낭 이식 치료제나 창상 치료를 위한 피부 이식 치료제 개발도 검토 중이다.
내년 글로벌 기술수출 노려…후보 기업 이니셜도 전격 공개 이러한 사업화보다 더 빠른 현금 유입 방안로는 ‘내년 내 기술수출 달성’이 제시됐다. 강스템은 내년 내로 무릎골관절염 치료제 ‘오스카’(OSCA), 오가노이드의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강스템은 이번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 중 201억원을 오스카 임상 2a상에 투입, 내년 중 해외 기술이전을 성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배 본부장은 “오스카 임상 1상 결과가 이제까지 발표해온 자료 중 제일 좋은 것은 분명하고 연골, 연골하골 개선도 분명하다”면서도 “경우에 따라 더 빨리 (기술이전) 계약이 진행될 수 있지만 계약의 크기가 커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면 빠른 계약보다는 더 큰 (규모의) 계약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오스카보다 오가노이드의 기술이전 성과가 더 빨리 도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물실험 대체 평가법으로 활용되는 오가노이드는 오스카처럼 의약품으로 허가를 취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오가노이드의 경우 다양한 질환 및 이식 치료제로 확장 가능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패키지 딜을 통해 딜 사이즈를 키울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어해관 강스템바이오텍 사업개발본부장은 “오가노이드는 상업적으로 허가를 받을 상황은 아니다”라며 “자체적으로 동물실험 대체를 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 창출이) 좀 더 빨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오스카는 12개월 장기추적 결과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허가를 얻지 않아도 되는 오가노이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파트너링 현황도 공개했다. 오스카의 경우 일본의 T사, 유럽의 G사, P사, H사, 미국 혹은 다국적 회사인 Z사, E사 등과 파트너링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62조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귀띔한 E사는 일라이 릴리(Eli Lilly)로 추정된다. 오가노이드로 파트너링을 논의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다국적 기업 A사, J사, E사, B사와 유럽의 E사 등이 있다고 전했다.
배 본부장은 “목록에 있는 회사 중 상당수가 기밀유지계약(CDA)을 체결했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기술이전은 CDA→물질이전계약(MTA)→실사→텀시트 수령→기술이전 순으로 이뤄진다. 이 중 실사와 텀시트 수령은 순서가 뒤바뀔 수도 있다. CDA는 기술이전 논의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체결되는 계약으로, 글로벌 평균 통계상 CDA 단계에서 기술이전까지 성공할 가능성은 1.9%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이 CFO는 “CFO로서 제 목표는 앞으로 증자는 없다는 것”이라며 “2년 전에는 아토피를 통해 현금 유입을 늘리겠다고 계획을 잡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다시 한번 유증이 반복됐다. 이러한 교훈을 통해 신사업뿐 아니라 내재적으로 현금흐름이 필요한 사업을 구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