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국내 최초로 개발한 비만약이 내년 선보일 전망이다. 한미약품(128940)은 자체 개발중인 GLP-1 계열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우수한 임상 3상 중간 톱라인 데이터를 27일 공개했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연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신청 후 내년 하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 비만 파이프라인’(Hanmi Obesity Pipeline·H.O.P) 프로젝트가 추진 중인 5종 이상의 비만약 포트폴리오 중 첫 번째 내용으로, 업계는 한미의 비만약 연구개발(R&D)에 주목하고 있다.
 | | (이미지=챗지피티 생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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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에 있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사연이 있는 물질이다. 지난 2015년 프랑스 사노피에 지속형 당뇨 신약으로 기술이전 했다가 5년만에 반환받은 바 있다. 이후 한미약품이 개발을 지속해 비만 신약으로 허가를 앞뒀다. 글로벌 기술이전으로 주목받았던 시점부터 반환이라는 굴곡을 거쳐 10년이 넘는 신약개발 대장정이 마무리를 바라보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3상 연구는 64주차까지 투약, 관찰하는 과제이나 연내 허가신청 계획을 염두해 40주차 중간 톱라인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번 임상은 국내 여러 대학병원에서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자 448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과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평행 비교 방식으로 설계됐다. 체중 변화율 및 체중 감소율이 5% 이상인 시험대상자 비율에 대한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군의 위약군 대비 우월성을 평가하는 목적으로 수행됐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투약 40주차 시점 분석 결과, 5% 이상 체중이 감량된 시험 대상자는 79.42%(위약 14.49%)였으며, 10% 이상 몸무게가 빠진 대상자는 49.46%(위약 6.52%), 15% 이상은 19.86%(위약 2.90%)로 나타났다. 기저치 대비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군의 평균 체중 변화율은 -9.75%로, 위약 투여군 -0.95%와 대비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임상 결과에서 초고도비만이 아닌 BMI 30 이하 ‘여성’에게서 타 시험 대상자 대비 더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시험 대상자 중 BMI 30kg/㎡ 미만 군의 체중 변화율은 -12.20%로, 소그룹 분석군 중 가장 높은 체중 감소율을 보였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기존 약물 대비 안전성 프로파일도 앞섰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들의 경우, 구토나 오심, 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사례 발현 비율이 높다. 반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관련 이상사례가 기존에 알려진 발현율 대비 두자릿수 이상 비율로 적은 결과가 확인되는 등 비만 치료 접근성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우수한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능은 타 GLP-1 제품들과 비교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포인트다.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및 써큘레이션 (Circulation) 등 다수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약 4000여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글로벌 심혈관계 안정성 연구(CVOT)에서 주요 심혈관계 및 신장 질환 사건 발생 위험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한편, H.O.P 프로젝트는 한미그룹 창업주 임성기 선대회장의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선두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체중감량에 따른 근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오히려 증가시키는 차세대 비만신약의 글로벌 R&D는 한미약품 R&D센터 최인영 센터장(전무)이, 이번에 중간 톱라인 결과를 발표한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개발 및 상용화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제품개발본부 김나영 본부장(전무)이 주도한다.
현재 H.O.P 프로젝트는 총 6개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신약 외에도 체중 감량과 연관된 대사질환 분야에서 더 많은 혁신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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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과체중 및 비만 1단계에 최적화된 GLP-1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근손실을 최소화하며 체중 감량 효능을 극대화한 삼중작용제 ‘HM15275’ △체중 감량과 근육량 증가를 동시에 유도하는 세계 최초 기전의 신약 ‘HM17321’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경구·패치형 제제 △디지털 융합의약품 등으로 이어진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내년 하반기 국내 출시될 예정이며, 신개념 비만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HM17321은 지난 9월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HM17321의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31년이다.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는 지난 7월 미국 FDA에 임상 2상 진입을 위한 IND를 제출하여 승인받아, 곧 2상 임상에 돌입하게 된다.
한미약품은 오는 11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2025 미국비만학회(ObesityWeek) 에서 HM15275와 HM17321 관련 4건의 주요 연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외산 제품 대비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전망이며 공급 부족 및 품절 이슈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순차적으로 선보일 다른 H.O.P 프로젝트를 위해서 첫 단추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공적 론칭에 한미의 역량을 더욱 집중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