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바늘 끝이 근육 깊숙이 들어가지 않거나 혈관에 닿으면 백신을 혈류 속으로 직접 주입할 수 있다. 백신을 혈류 속으로 직접 주입하면 백신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부와 근육 사이에 위치한 혈관 중 하나를 공격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부작용 중 하나로 보고된 혈전증이 ‘주삿바늘로 찌르는’ 백신 접종 방법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뮌헨 대학과 이탈리아 연구소는 최근 동물실험에서 코로나19 백신 혈전증은 백신이 혈류에 주입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국내외에서는 백신을 마이크로니들 패치화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 마이크로니들의 활용.(사진=라파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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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주사제나 경구제 의약품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패치에 샤프심 직경 수준의 미세한 바늘을 붙여 피부 속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경피약물전달(TDDS) 기술이다. 백신을 패치화하면 백신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운송·보관하기 위한 콜드체인이 필요하지 않고 백신 접종을 위한 전문의료진도 요구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주사제 고통을 줄이고 경구제 약효를 일정 시간 지속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마이크로니들 시장은 성장성이 높게 평가된다. 퓨쳐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 디바이스 시장은 지난 2019년 6억2160만 달러(약 7200억원)에서 연평균 6.5%씩 성장해 2030년 12억3900만 달러(약 1조4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 세계에서 허가 받은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유효 약물을 패치에 붙이는 기술, 패치에 약물이 일정하게 분포되는 기술, 마이크로니들 패치 대량생산을 구현하는 기술이 쉽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은 의약품을 마이크로니들로 개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라파스(214260)는 앞서나가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회사 중 하나다. 자체적으로 결핵 백신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1차 동물실험에서는 항체 형성을 확인했다. 2차 동물실험 이후 사람 임상에도 진입할 예정이다. 소아마비, B형 간염 백신 패치는 세계 1위 백신 제조업체인 인도 세럼인스티튜트와 공동 개발 중이다. 이미 동물실험에서 기존 주사제보다 적은 용량으로 동등 이상의 효능을 내는 것을 확인했다.
치료제 패치는 개발속도가 좀더 빠르다. 지난달 24일 알레르기성 비염 면역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던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 1상을 신청했다. 마이크로니들 알레르기 면역치료제 임상시험 신청은 전 세계 최초다. 국내 제약사들과 치매 치료제, 비만 치료제 등도 개발하고 있다.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을 대량생산 적합 기술로 구현해 대량생산 체제까지 구축한 최초의 회사”라고 자신했다.
쿼드메디슨 역시 마이크로니들로 주목받는 회사 중 하나다. 쿼드메디슨은 니들 간 오차 없이 대량생산하고, 생산된 니들을 제형화 과정을 거쳐 정교하게 코팅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개발 중인 B형 간염 백신 마이크로니들은 LG화학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현재 전임상 단계로, 임상 1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빌 게이츠 재단과 정부·기업 공동 출자로 탄생한 라이트펀드 지원을 받아 저개발국 영유아에 투약이 용이한 5가 백신 마이트로니들을 개발 중이다. 5가 백신은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 간염,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백신이다.
‘파스 명가’
신신제약(002800) 또한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연구 중이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위한 마이크로니들 개발이 제제 연구 및 비임상 연구 단계에 와 있다. 관절염 치료를 위한 마이크로니들 개발 연구도 검토 중이다. 신신제약 관계자는 “파스 및 패치제의 오랜 연구경력을 보유한 신신제약에서 마이크로니들 연구를 융합해 타 회사보다 고차원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