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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병원에서 태동하는 과학 기술들이 있다. 회사의 형태로 발전시키기에는 아직 농익지 않은, ‘날것의 과학’이다. 환자에게 획기적인 가치를 일으킬 수 있을 혁신의 씨앗이지만 이를 제대로 키워내기에는 관심도, 지원도 부족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국 보스턴 지역에는 바로 이 공백을 채우는 단체가 있다. 하버드 의과대와 연계된 ‘매스 제너럴 브리검 이노베이션’(Mass General Brigham Innovation·MGB 이노베이션)이다.

MGB의 혁신 창출 모델은 국내 유수의 병원들이 벤치마킹 해봄직하다. 이데일리는 27일~28일 서울시 영등포구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2025 KDDF 글로벌 바이오텍 쇼케이스>에 참가자로 내한한 디온 코바야시(Dione Kobayashi) MGB이노베이션 총괄에게 한국과의 협업 가능성 등을 물었다.

디온 코바야시(Dione Kobayashi) 매스제너럴브리검 이노베이션, 테라퓨틱스 부문 총괄(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하버드 의과대 연계 보스턴 지역 5개 병원, ‘액셀러레이팅’

디온 코바야시 총괄은 MGB이노베이션의 치료제 부문 총괄이자 파트너다. 미국 MIT 학사, 하와이대학교 석사,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제넨텍(Genentech), 일란(Elan), 화이자(Pfizer)에서 희귀질환 등 적응증을 연구책임자로 이끈 이력이다.

MGB이노베이션이란 MGB의 상업화전단계(pre-commercial) 중개펀드(translational fund)인 앰플리파이(Amplify)를 운영하는 주체다. 5개 MGB 병원에서 창출되는 약물, 진단, 의료기기 전영역의 초기 물질 또는 기술을 프리 시드 단계에서 액셀러레이팅하는 역할이다.

연계 병원 5곳은 매사추세츠주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브리검 여성 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매스 안이비인후과(Mass Eye and Ear), 매클린(McLean), 스펄딩 재활병원(Spaulding Rehabilitation)이다. 또한 자체 병원이 없는 하버드 의과대학과 연구를 함께하는 점이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울산대 의대가 서울 아산병원과 연계된 것과 유사하다.

외부 LP투자자를 모아 펀드를 조성하는 벤처펀드와 달리 MGB이노베이션은 MGB 자체가 유일한 ‘LP’다. MGB에서 창출되는 연 20억 달러(약 2조 7500억원)의 리서치 펀딩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미국에서 가장 큰 ‘병원 기반 연구 사업’이다.

MGB이노베이션은 물질고도화, 특허전략 등을 보조해 병원에서 기원한 기술로 ‘뉴코’(NewCo)를 설립하거나 기술이전 성과를 내는 것에 조력한다. 이 과정에서 ‘뉴코’ 설립을 위해 필요한 추가적 기술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글로벌 협력도 진행하며, 인도, 중국과 뉴코를 만든 이력이 있다. 이들은 아직 ‘스텔스모드’로, 회사명은 미공개에 부치고 있다.

MGB이노베이션에는 딜(deal) 체결, 신약개발, 진단, 의료기기, 디지털/AI, 지식재산권(IP) 등에 경험을 가진 6인이 팀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 중심에 있는 이가 코바야시 총괄이다.

이데일리와 만난 코바야시 총괄은 “(나는) 미국 하와이주 출신이고 한국인 피도 섞여 있다”며 “앞으로 한국과도 협업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디온 코바야시(Dione Kobayashi) MGB이노베이션 총괄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가치 변곡점(inflection point) 일으키고 싶다”

코바야시 총괄은 “한국에 직접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기술에 친숙한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길을 건널 때 콘크리트 바닥에 녹색불이 들어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바이오를 ‘넥스트 반도체’로 키우고 있다고 하는데, 그럴만한 기술력과 야망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한국 바이오텍들과 미팅을 진행하고 피드백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 기술력이나 전략이 인상적인 곳들이 있었다”며 “한국시장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아직 덜 알려진 점, 창업가 정신이 강한 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코바야시 총괄이 관심을 두는 영역은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해줄 기술이다. 특히 희귀질환, 뇌종양 등 난치성 영역에서 환자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기술을 살피고 있다.

그는 “희귀 유전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단백질이 부재하거나, 너무 많은 단백질이 생성되는 등, 뚜렷한 질병의 원인이 있다. 약 개발에 있어 굉장히 리스크가 없는 셈”이라며 “유전자편집을 통한 희귀질환 치료제, 그리고 최근 가장 각광 받고 있는 타겟단백질분해제(TPD)에도 관심이 크다. TPD의 경우 항암제에만 집중되었다가 최근에는 면역질환, 중추신경계질환 방면으로 확장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코바야시 총괄에게는 뚜렷한 투자 철학이 있다. 그는 “투자유치를 받은 곳은 해당 자금으로 1년 반에서 최대 2년간 운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신개념의 기술이라 하더라도 임상 진입까지 3년 이상이 걸린다면, 투자금을 가지고 기간내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나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주체라면 투자유치 시점에 반드시 물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투자금을 활용해 물질 가치를 고도화를 시키는 단계여야 한다. (내 투자를 통해) 가치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약물에 반응할 환자군 선정, 특정 바이오마커에 대한 전략 또한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코바야시는 “앰플리파이는 매해 MGB로부터 운용자금을 투입받는다. 펀드 만기 기한이 없고 에버그린(ever-green)하다는 특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극초기 단계에 투자를 하는 성격 때문에 투자규모는 크지 않다. 연간 최대 1000만 달러(약 140억원)를 투자하고 프로젝트별로 50만 달러~300만 달러(한화 6억원~40억원)를 투입한다. 앰플리파이는 2022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총 9건의 투자를 집행했고 누적 투자금은 1750만 달러(약 240억원)다.

더 큰 투자를 위해서는 MGB벤처펀드와 다리를 놓을 수 있다. MGB벤처펀드는 2008년 설립되어 현재까지 3개 펀드를 결성했고 도합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갖추고 있다. 이 펀드들은 일반 벤처펀드와 마찬가지로 만기가 있다.

코바야시 총괄은 “브리검에서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한인 과학자가 있다면 협력할 수 있다. 혹은 브리검 기술과 시너지를 일으킬 만한 물질이 있다면 우리가 투자를 진행하거나 뉴코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