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우주의약 전문기업 스페이스린텍이 국내 최초 우주의약 연구 모듈 발사 성공해 우주정거장 실험에 착수했다.
 | 마이클 핀케(Michael Fincke)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스페이스린텍의 우주의약 연구모듈 BEE-PC1을 들고 있다. (사진=스페이스린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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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린텍은 자사가 개발한 국내 최초 우주의약 연구 모듈 BEE-PC1이 지난달 25일 성공적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한 후 현재 미세중력 환경에서 우주의약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BEE-PC1은 지난 8월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엑스(SpaceX)의 33번째 상업 보급 서비스 미션(CRS-33)을 통해 발사됐다. 스페이스린텍은 대한민국 우주의학 연구 사상 최초로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의약 실험을 수행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가동 중인 BEE-PC1은 자동화된 우주의약 연구 플랫폼으로 기존 우주바이오 실험이 우주비행사의 수동 개입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단백질 결정 성장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쟁사 대비 뚜렷한 기술적 차별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 스페이스린텍의 설명이다.
이번 우주 실험을 통해 지상에서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고정밀 단백질 구조 데이터를 직접 획득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는 항암제 및 난치병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 기업들도 우주정거장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활용해 항체 항암제 제형 개선, 당뇨병 치료제 개발 등에서 혁신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 약 4개월간 진행될 BEE-PC1의 국제우주정거장 실험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의 협력을 통해 분석되며 차세대 폐암치료제 개발의 핵심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바이오업계는 국내 우주생명과학 연구 역량 확보의 첫걸음이자 향후 한국형 우주제약 플랫폼 구축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페이스린텍은 우주항공청(KASA)의 누리호 4차·5차 탑재, 국제 협력 네트워킹 참여 기회 제공 등과 같은 지속적인 지원 사업이 이번 연구 성과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린텍은 우주항공청이 출자해 지난해 10월 결성한 컴퍼니케이 뉴스페이스 펀드에서 투자를 받기도 했다.
스페이스린텍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의 의료 난제 극복 우주의학 혁신의료기술개발(I-BTS-UP 임무 PM 조영재) 과제에 주관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린텍은 4년 6개월간 90억원 규모로 우주정거장에서의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하는 신약 연구개발 및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학순 스페이스린텍 대표는 “이번 연구는 대한민국 바이오 연구가 지상에서 우주로 확장되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미세중력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성과들이 향후 암, 치매 등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적인 수단으로 제공할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내 제약사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맨버(Jeffrey Manber) 보이저 테크놀로지스(Voyager Technologies) 국제우주정거장 담당 사장은 “보이저의 우주정거장 연구 플랫폼 인프라를 활용한 BEE-PC1 모듈의 우주 입성을 환영한다”며 “스페이스린텍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과 함께 의학과 기술 발전을 추진하고 지구상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보이저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