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부광약품(003000)이 룬드벡과 공동연구 중인 리보핵산(RN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 자회사를 콘테라파마에서 분사한다. 콘테라파마는 중추신경계(CNS) 질환에 집중하는 동안 RNA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플랫폼을 기반으로한 공동개발, 연구진전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장기적으로 해당 자회사를 별도로 기업공개(IPO)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18일 오전 부광약품은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이제영 대표와 부광약품 신약개발 자회사인 콘테라파마의 토마스 세이거 대표이사, 전 OCI홀딩스 이사회 의장이자 지난 3월부터 부광약품 회장으로 재임 중인 안미정 회장이 자리했다.
지난 10월20일 부광약품은 덴마크 소재 신약개발자회사 콘테라파마가 룬드벡과 RNA 표적치료제 공동연구 및 라이선스 옵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는데, 공동연구 대상이 기존 파이프라인이 아닌 RNA 플랫폼이어서 시장의 의문을 샀다. 이전까지는 콘테라파마가 RNA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는 계획이 외부에 알려진 적 없어서다.
이에 대해 세이거 대표는 “지난 2021년 처음 콘테라파마에 와서 새 모달리티(치료접근법)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특히 RNA 플랫폼이 당시 (코로나19 백신 등으로) 업계 관심도가 높고 회사가 위치한 코펜하겐에 RNA 관련 글로벌 수준의 과학자들이 많아 접근이 용이했으므로 차세대 모달리티로 결정하게 됐다”며 “지금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제약·바이오회사들과 (기술수출 등을) 논의 중인 파이프라인들이 있으므로 추후 더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 왼쪽부터 토마스 세이거 콘테라파마 대표이사, 안미정 부광약품 회장,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 김지헌 부광약품 연구개발 본부장(전무)이 18일 오전 콘테라파마 및 향후 신약개발 전략에 대해 기업설명회(IR)를 통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나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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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드벡 선급금, 4분기 수령…RNA플랫폼은 스핀오프 덴마크의 CNS 전문 제약사 룬드벡은 국내에 에이프릴바이오(397030)의 파트너사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와 룬드벡 딜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 규모와 범위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선급금(업프론트)과 각 타깃별 연구비 전액을 룬드벡으로부터 지원받고 신약개발 단계마다 성과에 따른 마일스톤 및 상업화 성공에 따른 로열티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중 선급금의 경우 오는 4분기 중 수령하면 금액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세이거 대표는 룬드벡이 콘테라파마를 파트너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룬드백이 기존에 보유한 타깃이 있었는데 이를 더 이상 발전시킬 길이 없다고 생각해오던 와중에 우리의 RNA 플랫폼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면 룬드벡의 전략적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라며 “룬드벡의 엄격한 실사를 거쳤고 우리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잠재적 (파트너십 체결) 대상이었는데 우리가 최종적으로 선택됐다는 것이 우리의 플랫폼이 얼마나 가치있는지 방증한다”고 했다.
콘테라파마 스핀오프 이야기는 안미정 회장의 입에서 나왔다. 변리사 출신의 안 회장은 특허법인, 바이오텍 에스엘바이젠 대표이사 등의 경력을 쌓아 부광약품에 온 인물이다. 부임 초기부터 안 회장의 역할이 어떤 것일지 시장의 관심이 뜨거웠다. 안 회장은 “부광약품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해 차세대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일이 나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며 RNA테라퓨틱스 스핀오프 계획과 국내외 바이오텍과의 지속적인 오픈이노베이션 계획, 부광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들의 향후 운영계획 등을 설명했다.
그는 “콘테라파마로부터 RNA 플랫폼을 떼어내 RNA 테라퓨틱스 전문회사를 신설하겠다”며 “이는 콘테라파마 내부 전문가들과 외부 컨설턴트의 제안에 의한 것이고, 덴마크에서 조속히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가 100% 지분을 갖고 있지만 현재 많은 벤처캐피탈(VC)들이 (투자와 관련해) 노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규어, 프로텍 등도 연구성과를 지켜보고 내년 중에 확장 및 추가 파트너링 등을 결정하고자 한다”고 했다.
 | | 콘테라파마 RNA 플랫폼의 세 축. 어택포인트 디스커버리, 올리고디스크, 스플라이스매트릭스를 중심으로 물질 탐색과 개발에 나설 예정이며, 이 자산은 이른 시일 내 스핀오프된 자회사로 이전될 예정이다.(자료=부광약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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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콘테라는 ‘쑥찜팩’ 같은 회사…성장 지켜봐달라” 이 대표는 “부광약품의 기업가치가 실제 보다 평가절하돼 있다”며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부광약품은 덴마크의 콘테라파마는 물론 싱가포르의 재규어 테라퓨틱스, 이스라엘의 프로텍 테라퓨틱스, 국내 다이나 세라퓨틱스 등 다양한 바이오텍을 인수하거나 해외 제약사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함으로써 지난 2019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가장 큰 기대주였던 파킨슨병 이상운동증치료제 JM-010이 임상 2상에서 실패하면서 부광약품의 신약개발 전략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부광약품이 신약개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때였다. 그런 중에 나온 것이 지난달 룬드벡과의 딜이다.
이 딜을 계기로 콘테라파마의 RNA 개발능력이 부각되며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년간 지속 하락세였던 부광약품의 주가는 CP-012의 임상 1상 결과가 나오고 룬드벡 딜이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느리게나마 오르는 모양새다.
다만 JM-010 임상 2b상 실패로 무기한 연기됐던 콘테라파마의 IPO를 이제와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회사가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은 IPO 말고도 전략적투자자(SI) 유치, 기술수출 등 다양하다”며 “최우선 목표는 콘테라파마가 지속가능하게 잘 되는 방안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부광약품과 콘테라파마의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는 데 있다. 상장을 위한 상장을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부광약품서 만든 ‘쑥찜팩’은 오전에 개봉해서 쓰면 밤 10시에 가장 뜨거워진다. OCI와 부광약품도 이와 비슷하다. 매번 임팩트있게 발표할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꾸준해 IR을 통해 시장과 소통하며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