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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 개발사’ 앱티스가 우주신약개발 뛰어든 이유
  • 등록 2025-03-13 오후 5:12:59
  • 수정 2025-03-13 오후 5:12:59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최근 우주정거장에서 우주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도하는 내용의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가 화제가 됐다. 아직 우주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은 시도되지 않았지만 우주 환경을 이용한 신약개발은 2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최근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이 잇달아 우주 신약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국내에서도 최초로 해당 분야에 출사표를 낸 바이오기업이 생겼다. 바로 동아에스티(170900)가 2023년 12월 인수한 자회사 앱티스다.

한태동 앱티스 대표 (사진=동아에스티)
앱티스는 ADC 신약 개발사로 3세대 기술인 선택적 링커 접합 기술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ADC뿐 아니라 AOC(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접합), ARC(방사성물질을 접합), ISAC(면역자극항체 접합), 표적단백질분해치료제(TPD) 기반 ADC(DAC), 이중항체 ADC 등 다양한 차세대 ADC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엔 우주 환경에서 ADC에 활용할 항체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앱티스, 우주에서 생산한 항체로 ADC 신약후보물질 제조 도전

국내 바이오벤처 앱티스는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K-헬스미래추진단이 주관한 제2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의료 난제 극복 우주의학 혁신의료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되며 우주 신약개발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ARPA-H 프로젝트는 국가 보건의료 난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고비용·고난도이나 파급 효과가 큰 임무 중심형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

앱티스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의료난제 극복 우주의학 혁신의료기술 개발 분야로 우주환경에서의 신약개발이 주요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주의학기업 스페이스린텍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하대병원, 보이저스페이스앤나사(Voyagerspace&NASA), 하버드의과대학 등 총 6개 기관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다. 일종의 ‘K-우주신약개발 드림팀’을 구성한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의학 기업인 스페이스린텍도 항체를 생산하지만 앱티스는 ADC의 중간체로 활용한 항체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 앱티스의 경우 우주에서 생산한 항체를 최종 의약품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ADC를 만들기 위한 중간체로 활용하기 때문에 보다 지구로 돌아왔을 때 중력의 영향이 덜할 것으로 예측된다.

앱티스는 우주환경에서 생산된 항체를 이용한 항체·약물 접합체(ADC) 신약 후보물질의 제작과 최적화 과정, 평가를 담당하게 된다. 이를 통해 ADC 설계 초기 단계부터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한태동 앱티스 대표는 “ADC를 만드는데 쓰일 항체, 즉 중간체를 우주에서 고(高)생산성으로 만들어서 테스트하는 게 앱티스의 임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과제에서 앱티스는 Claudin 18.2 항체 기반의 ADC 치료제인 A‘T-211’ 물질에 대해 우주에서 항체를 생산한 후 이를 활용하여 2단계를 거쳐 최종 화합물을 합성해 기존 물질과 동등하게 생산되는지 개념검증(POC)할 예정”이라며 “신규 파이프라인에 활용되는 항체를 이용한 추가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앱티스가 사실상 바이오업체 중 우주를 활용한 신약개발의 선두기업이 된 셈이다. 우주의학 분야로 넓혀서 볼 경우에는 3년 전에 우주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한 보령(003850)도 있지만, 보령의 경우 우주 신약개발을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협업 가능한 인프라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에선 글로벌 우주 신약개발을 위한 도전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해당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미 머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ristol Myers Squibb)는 20년 전부터 우주정거장(ISS)에서 신약개발을 연구해 왔다.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도 미세중력 환경에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한 상태다. 스위스와 이스라엘의 합작 바이오텍인 스페이스파마(SpacePharma)는 아예 미세중력 환경에서 원격 제어 가능한 무인 소형 실험실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우주에서 최적화된 신약 생산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왜 우주에서?…“의약품 개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

그렇다면 왜 인류는 우주 환경에서 생산된 항체를 활용해 ADC 신약후보물질 제조에 도전하게 됐을까? 한 대표는 “우주 환경은 지구 중력으로 인한 대류와 침강 현상을 억제해 단백질 결정화를 더욱 균일하고 고순도로 성장시킬 수 있다”며 “이러한 기술은 항체의 구조를 최적화하고 약물 타깃 결합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신약개발은 미세중력 환경과 우주의 극한 조건을 활용해 지구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생물학적·화학적 연구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혁신적인 분야이다. 미세중력, 방사선 노출 등 우주 특유의 환경을 통해 신약을 발견하거나 제형을 개발하고 생산 공정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항체의약품, 바이러스 백신 등 일부 바이오의약품은 우주에서 더 고순도로 효율적으로 생산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에서는 불순물이 줄어들고 물질간 혼합이 최적화돼 더 순수하고 안정적인 의약품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경제적인 이유도 크다. 일반적으로 항체의약품을 생산할 때 배지 1ℓ당 2g 이상의 항체만 생산돼도 양호한 프로세스라고 판단된다. 우주로 가면 미세중력 상태이기 때문에 생산수율이 높아지면서 생산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세계 1위 면역항암제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의 경우 우주에서 제조하는데 성공할 경우 생산비용이 6분의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는 “앞으로 우주 환경에서 신규 타깃 단백질의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해 ADC 설계 초기 단계부터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새로운 파이프라인으로의 확장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주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에서 연구에서 임상시험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암, 희귀질환, 감염성 질환 분야의 신약후보물질 발굴 속도도 높일 계획이다.

한 대표는 우주 신약개발이 의약품 개발의 패러다임을 뒤엎을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주 신약개발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의약품 개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생명공학 기술과 우주과학의 결합은 제약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과 경쟁력을 부여하며 미래 의약품 시장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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