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듀켐바이오(176750)가 지난해 국내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생산액의 96.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국내 처방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진단제 생산액과 매출도 함께 증가했다.
듀켐바이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5년 품목별 생산실적을 분석한 결과 자사가 공급하는 ‘비자밀’과 ‘뉴라체크’의 합산 생산액이 118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전체 생산액을 기준으로 96.3%에 해당하며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생산액도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2억원에서 2024년 80억3000만원, 지난해 122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증가율은 52.9%다.
같은 기간 비자밀과 뉴라체크의 합산 생산액 증가율은 2024년 12%에서 지난해 55%로 높아졌다. 국내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처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와 맞물린다.
레켐비는 2024년 5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뒤 같은 해 12월 국내에 출시됐다. 투여 대상은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 검사 등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 병리를 확인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실제 처방 확대가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수요로 연결되고 있다. 국내에서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한 아밀로이드 PET 방사성의약품으로는 듀켐바이오가 생산·공급하는 비자밀과 뉴라체크 외에 퓨쳐켐(220100)의 ‘알자뷰’ 등이 사용되고 있다.
생산액 증가는 올해 실제 제품매출로도 이어졌다. 듀켐바이오의 2026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비자밀·뉴라체크 제품매출은 45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32억9000만원보다 38.3% 증가했다. 지난해 두 제품의 연간 매출 약 75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연간 매출의 약 61%를 기록했다.
회사는 검사 수요 증가가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사이클로트론(입자가속기)과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시설, 전문인력 등 고정비 부담이 있는 사업이다. 한 번의 합성으로 복수 환자에게 투여할 물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시설 가동률이 높아지면 단위당 고정비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듀켐바이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4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2024년 약 14%에서 지난해 약 19%로 5%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김상우 듀켐바이오 대표는 “방사성의약품 사업은 사이클로트론과 GMP 제조시설, 방사선 전문인력 등 고정비 비중이 높고 한 번의 합성으로 여러 환자에게 투여할 물량을 생산하는 구조”라며 “검사 수요가 늘어 제조시설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단위당 원가 부담이 낮아져 매출 증가가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추가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도입 여부도 변수다.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는 현재 국내 품목허가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키순라 역시 투여 전 베타 아밀로이드 병리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키순라는 치료 과정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 정도를 확인해 투약 중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개발된 치료제다. 국내 도입 시 치료 대상자 선별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의 아밀로이드 PET 검사 수요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방사성의약품은 일반 의약품과 달리 생산과 공급 거리가 중요하다. 비자밀과 뉴라체크에 사용되는 불소-18(F-18)은 방사능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반감기가 약 110분에 불과해 장기간 보관할 수 없고 생산 당일 의료기관으로 공급해야 한다. 듀켐바이오는 현재 전국 12개 제조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곳이 GMP 인증 시설이다. 회사는 알츠하이머 진단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공급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검사 접근성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듀켐바이오는 지난 5월 대한신경과의사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의사회가 인증한 협력병원을 권역별 검사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PET는 관련 장비를 갖춘 의료기관에서만 검사할 수 있는 만큼 일선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환자를 PET 검사기관으로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가 본격화될수록 치료 대상자를 정확하게 선별하고 치료 경과를 확인하는 진단 인프라의 중요성도 커진다”며 “레켐비에 이어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도입되면 검사 대상과 횟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강화하고 제조소와 검사 인프라 확충에 2027년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