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지난 3월 신약개발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이수앱지스(086890)가 새로 세운 신약개발전략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회사는 이중·다중항체 신약 개발에 몰두해 항체전문기업으로서의 정체성 안에서 적극적인 기술도입 및 오픈이노베이션을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이르면 3년 내 ‘빅 딜’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기술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암·염증질환 중심으로 이중항체치료제 개발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정수현 이수앱지스 부사장은 “신약개발 전략의 두 가지 키워드는 항체 모달리티와 ‘I&I’”라며 이 같이 말했다.
 | |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정수현 이수앱지스 부사장이 신약개발전략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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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부사장은 “기존에 많이 활용하는 메인 타깃과 신규 타깃을 조합함으로써 신약개발 속도를 단축할 것”이라며 “3년 이내에는 GLP톡스(비임상독성시험)에 들어갈 정도의 개발 진척 상황을 만들 것이며 여기서 도출한 전임상 데이터로 기술수출 논의를 적극적으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PD-1과 신규 타깃, 혈관내피성장인자(VEGF)와 신규 타깃을 조합하는 식으로, 많이 사용되는 블록버스터급 항체의약품의 기존 타깃과 신규 타깃 간의 조합으로 다중타깃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회사가 주로 타깃할 적응증으로는 I&I, 즉 면역과 염증(Immunology & inflammation) 질환을 꼽았다. 대표적으로 암, 염증, 섬유화, 신경질환 등이다. “암세포 자체를 타깃하기보다는 면역환경을 조절하고 항체를 다중 타깃함으로써 반응률이 20~30%를 넘지 못하는 현존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수앱지스는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술도입할 파트너사를 물색 중이다. 동시에 자체적으로 임상 2상을 마쳐 미국 바이오텍에 기술수출한 항체치료제 ISU104(성분명 바레세타맙)의 개발도 이어갈 방침이다. 정 부사장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이 타깃하는 항체가 ErbB2, ISU104는 동일 계열인 ErbB3를 타깃하는 항체치료제”라며 “ISU104 자체로도 항체치료제가 될 수 있지만 다양한 모달리티와 결합한 신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ISU104의 경우 지난해 이수앱지스와 기술이전 딜을 맺은 미국 파트너사가 ISU104를 자사 모달리티에 적용한 신약후보물질 도출을 마치고 연내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다는 목표다.
신약개발에 전력쏟아 기업가치 재평가 목표 이수앱지스는 지난 2020년 이래 연 평균 1건씩 기술수출 실적을 내왔지만 △오리지널약이 이미 존재하는 약으로 자체 개발한 혁신신약의 기술수출이 아니라는 점 △기술이전 규모가 크거나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된 것이 아니라는 점으로 인해 해당 딜들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3년 내 빅 딜’이라는 회사의 선언은 그래서 ‘기존의 기술수출과는 다른 기술수출이 될 것’이라는 다짐이기도 하다.
 |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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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동아에스티(170900)(동아ST) 출신의 유준수 대표이사가 신임 대표로 선임되면서 회사는 그간 부진했던 신약개발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줄곧 달려왔다. 신약개발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지난 8월에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정 부사장은 “회사가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내년에는 신규 타깃을 구체화할 수 있을 만큼 개발 성과가 가시화돼 IR을 통해 소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신약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되리라고도 봤다. 그는 “이수앱지스가 ‘신약개발사’보다는 ‘제약사’로 대중 사이에서 인식되면서 상대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았다”며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바이오텍들이 투자를 받기 어려워면서 자체 매출로 신약개발이 가능한 이수앱지스의 장점이 더 부각돼 신약개발 성과와 시너지를 내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신약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게 되면 지금과 같은 두 자릿 수 영업이익률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수앱지스는 2023년 설립 이래 첫 연간 흑자전환을 기록했고, 이후 꾸준히 이익 폭을 높여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22%까지 올렸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56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26%였다.
정 부사장은 “내년 연구개발 비용은 올해 연구개발 비용의 2배 수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흑자기조는 계속 유지하겠다. ‘애브서틴’, ‘파바갈’ 등 회사의 주력품목의 수출국이 한 곳씩 확장될 때마다 100억원 안팎의 추가 매출이 생기고 있다. 기존 제품들의 매출은 아직 피크세일즈에 도달하지 않았으므로 경상개발비가 증가하면서도 매출이 늘어나 선순환 구조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