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혁신 신약으로 분류되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성큼 앞서 있는 시장이지만 세계적으로 성장세가 꾸준한 데다 효능이나 가격 면에서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001060)은 덴마크 레오파마에 기술 수출한 아토피 신약 후보물질 ‘JW1601’이 최근 글로벌 임상 2상에 진입했다. 레오파마는 비스테로이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프로토픽으로 이미 아토피 치료제 시장의 큰 손인 기업이다. 프로토픽은 국소 면역 조절제에서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세계 최초의 치료제다.
JW1601은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물로, 히스타민(histamine) H4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세포의 활성과 이동을 차단하고,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의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이중 작용 기전이다. 지난 2018년 전임상 단계에서 JW중외제약이 레오파마에 최대 4억200만 달러(48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JW1601은 가려움증과 염증을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을 보유한 데다 먹는 약으로 개발 중이라는 점에서 특장점이 있다. 염증 위주의 경쟁 제품과 달리 가려움증도 해소하면서 동시에 환자가 쉽게 복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도 갖췄다.
LG화학(051910)은 자가면역질환인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LC510255’에 대해 아토피 피부염으로 적응증을 전환해 개발에 나선다. LC510255는 염증성 장 질환(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을 목표로 개발해온 물질로 중국에서는 임상 2상에 돌입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LC510255에 대한 중국 라이선스를 트랜스테라에 이전한 바 있다.
중국 외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LG화학은 글로벌 임상 2상을 통해 아토피 피부염으로도 치료 적응증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000100)은 알레르기 치료 신약후보 물질 ‘YH35324’를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만성 두드러기, 아토피성 피부염, 중증 천식, 식품 알레르기 등 면역글로불린 E(IgE)가 매개된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후보 물질이다. IgE가 체내 비만세포 등과 결합하면 아토피, 천식 등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이 유발되는데 이를 차단하는 기전이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유한양행은 임상 피험자를 모집하고 있다. 아토피가 있는 건강인 또는 경증의 알레르기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모집하고 있어 아토피를 포함한 범용 약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국내에만 100만명 이상이 앓고 있는 질환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741만 달러(682억원)으로 추산된 국내 아토피 피부염 시장은 오는 2024년 8836만 달러(1049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9.01%에 달한다. 전세계적으로도 2024년 99억 3595만 달러(1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가 아토피 치료제 기술수출에 성공하는 등 글로벌 신약 탄생의 가능성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라며 “전세계 환자 수도 1억3000만명이나 될 만큼 큰 시장이어서 국내 기업들의 개발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