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외친지도 수년째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물론 개별 기업마다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최근 중견제약사인 ○○제약은 9년동안 약값의 약 20%를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로 제공했다는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있다. 총 규모만 400억원대인데다 연루된 병의원이 수백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불법 리베이트건은 1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법 리베이트는 구조적인 문제다. 업계가 근절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근절되기 어렵다.”
업계 내에서도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쉽사리 근절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업계는 몇 년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공정 거래 자율 준수 프로그램(CP)을 자발적으로 도입해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선언했다. 여기에 업계는 이보다 더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국제 인증 제도 반부패경영시스템 ‘ISO 37001’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ISO 37001은 조직 내 부패 발생 가능성을 시스템으로 차단하기 위한 정책, 절차 및 통제 시스템을 규정하는 국제 표준이다. 국내 대부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도입한 상태다. 여기에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자정노력은 ‘진정성있는’ 기업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라 불법 리베이트 근절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복제약(제네릭)에 집중돼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경쟁자가 없거나 드문 혁신신약이 아니라 경쟁자가 무수히 많은 복제약이 기업별 핵심 사업 아이템이다. 그렇다보니 자사 의약품이 처방되기 위해 의사들과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밖에 없고, 성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대형 제약사들은 체질을 바꿔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복제약과 도입제품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자체 개발 제품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 여타 많은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에 나서면서 유망 파이프라인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구조와 생태 지형을 바꾸기 위한 적극적인 M&A가 필요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간 M&A도 정답이 될 수 있고,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거나 이전하는 것을 활성화하는 것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리베이트를 소멸시킬수 있는 촉매제가 될수 있다. 여기에 정부도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칼을 좀 더 날카롭게 갈아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