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내 바이오 업계의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는 절대적으로 기업공개(IPO, 상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최근 새롭게 창업한 회사나 발전하고 있는 기술의 소화가 불가능하다. 다양한 엑시트 속에서 다양한 창업이 생겨나고 그러면서 산업의 사이즈(규모)가 커진다.”
국내 1위 벤처케피탈(VC)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이끄는 황만순(사진) 대표는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약 바이오의 인수합병(M&A)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강조했다. 서울대 약학대학 출신의 황 대표는 유한양행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1년 창업투자회사인 한국바이오기술투자에 입사하며 자본시장과 연을 맺은 한국 대표 바이오 벤처캐피탈리스트다.
황 대표는 “기술의 융합과 사람의 협업이라는 관점에서도 M&A는 필수적”이라며 “하나의 신약과 한 분야의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M&A를 통해 가령 3개의 신약과 3개 분야의 유통에서 강점을 가게 되면 그 효과는 3배 이상으로 커진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크로스라이센싱 등)을 통해 그 가치를 10~20배로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대표는 또 “자본의 크기와 글로벌 프리전스(지명도)에서도 인수합병은 필수적”이라며 “M&A를 통해 절대적인 자본의 크기가 커지면 확장성이 달라지고 인지도도 커져 향후 또다른 인수합병에서도 유리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수합병과 관련 대기업의 역할론을 지적했다. 황 대표는 “돈의 문제뿐 아니라 이미 확보한 글로벌 프리전스(지명도)도 대기업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며 “과거처럼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로 움직여야 하는 대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분야와 기술에 대해 인수합병을 통한 접근을 제외하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주가로 표현되는 기업가치 측면에서 특허권에 기초한 독점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약 바이오는 대기업에도 매력적”이라며 “성장성이 유망한 산업 가운데 규모가 큰 산업으로는 제약 바이오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1400조원)는 세계 자동차(600조원), 반도체(400조원) 시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
황 대표는 국내 제약 바이오업계의 인수합병이 활발하지 못한 배경에 대해 “M&A는 기본적으로 자본이 필요하지만 아직 국내의 많은 기업이 기업을 상속하는 데 우선순위가 있다”며 “상속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지분율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주식교환을 통한 M&A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사회는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회사의 기업가치 상승 및 지속가능한 부가가치를 위해서만 일을 해야 하는데, 아직 국내 이사회 운영은 최대주주나 대표이사의 이익과 더 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