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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루닛(328130)이 AI 디지털 병리 솔루션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동반진단(CDx)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미래 루닛의 성장을 견인할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항암제 개발 및 처방에 동반진단이 의무화되면서 무한한 시장성과 글로벌 최고의 AI 기술력으로 잭팟을 터뜨릴 수 있어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제형변경(IV→SC) 플랫폼 기술로 다수 글로벌 빅파마의 파트너사로 떠오른 알테오젠처럼 무궁무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루닛이 항암제 AI 바이오마커 솔루션 ‘루닛 스코프’를 통해 글로벌 동반진단 제품을 개발 중이다. 현재 최소 15개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연구 및 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중 공개가 된 파트너는 아스트라제네카, 제넨텍이다.
동반진단이란 환자가 특정 치료제의 표적에 부합하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암세포 관련 단백질 및 돌연변이 발현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치료 효과가 높은 환자를 선별해 지용 절감과 환자 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다. 치료제 개발사에는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을 높이고, 적용 환자군을 더욱 넓힐 수 있어 매출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환자도 제약사도 환영할 수밖에 없는 동반진단 솔루션으로 국내 의료 AI 기업인 루닛이 주목받고 있다.
 | 성공적인 항암제+동반진단 사례.(자료=루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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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은 왜 동반진단을 선택했나...“동반진단은 정해진 미래”전문가들은 동반진단을 ‘정해진 미래’로 정의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큰 마켓을 보유한 미국에서 FDA는 신약 개발시 동반진단 제품도 같이 개발하도록 했다. FDA는 2014년 ‘Guidance for Industry: In Vitro Companion Diagnostic Devices’라는 체외 동반진단 지침을 발표했다. 약물 개발 초기단계부터 동반진단 필요성을 파악해 약물과 동반진단의 동시 개발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2016년과 2018년에는 동반진단 동시개발 지침 초안 발표를 통해 본격적인 치료제와 동반진단 동시개발을 의무화했다. 2020년에는 항암제와 동반진단 개발 및 분류, 2023년에는 특정 동반진단과 사용되는 항암제 파일럿 프로그램 지침을 발표했다.
실제로 키트루다(MSD), 타그리소(아스트라제네카), 허셉틴(로슈) 같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는 PD-L1, TMB, EGFR, HER2 같은 동반진단 바이오마커를 같이 허가받아 환자 처방에 활용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1세대 FGFR 타깃 폐암치료제 이레사는 로슈 동반진단 제품을 통해 처방된다. 로슈 HER2 타깃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도 로슈 자회사 파운데이션 메디신이 개발한 동반진단 제품을 활용한다. 키트루다의 경우 관련 바이오마커로 PD-L1, MSI, TMB가 있는데, 바이오마커 활용시 임상성공 확률은 3배 증가하고, 임상 비용은 1/4로 감소한다.
옵디보보다 늦게 출시한 키트루다가 항암제 시장 1위를 기록하고 나아가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으로 성장한 것에는 동반진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5년 출시한 키트루다는 2011년(동반진단 의무화 전) 먼저 출시된 옵디보에 2017년까지 매출이 뒤처졌다. 하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옵디보와의 매출 격차를 3배 이상으로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키트루다의 경우 바이오마커를 사용해 환자 반응률(치료효과) 파악이 가능해 의사 75%가 선호했고, 이는 바이오마커 및 동반진단 제품이 있는 치료제가 시장에서 더 잘 팔리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항암제에 있어 동반진단은 현재이자 정해진 미래”라고 말했다.
루닛 관계자도 “동반진단 개념은 이미 자리 잡고 있다. 항암제 개발시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자체 분석으로 동반진단을 진행했던 제약사도 기허가받아 출시된 항암제에 환자 치료군을 더욱 넓혀 줄 수 있는 새로운 동반진단 제품을 적용하고자 공동개발이나 임상을 진행한다”며 “새로운 적응증이나 신규 개발되는 신약도 동반진단을 통해 기회를 넓히기 위해 AI 진단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반진단, 왜 루닛인가...“패스 AI 앞서는 기술력”과거 1세대 화학항암제와 2세대 표적항암제의 경우 동반진단은 주로 표적 치료에 초점을 맞춘 NGS 기반 바이오마커 패널이 활용됐다. 게놈 프로파일링으로 정확하지만,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검사 결과까지 2~3주 정도 소요됐다. 반면 루닛이 개발한 루닛 스코프의 경우 AI와 포괄적인 조직학적 프로파일링으로 새로운 접근 방식을 택했다. 검사 정확도를 높였고, 결과까지 3일 미만이 소요된다.
글로벌 동반진단 시장은 2027년까지 30조원 규모로 전망되는데, 경쟁은 제한적이다. 리더그룹은 △미국 패스AI(PATHAI) △프랑스 오킨(OWKIN) △한국 루닛으로 3파전 양상이다. 패스AI는 로슈, BMS를 파트너사로 두고 있고, 오우킨은 같은 프랑스 기업인 사노피가 파트너사다. 루닛은 아스트라제네카, 제넨텍과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고, 다수 글로벌 제약사와도 계약 및 협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기술적으로 루닛이 더 뛰어나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2021년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가던트헬스가 한국의 알려지지 않았던 의료AI 기업 루닛에 투자하기 위해 검토를 진행하던 과정 중 패스AI와 직접 성능 비교 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루닛의 루닛 스코프가 더 우월한 성능을 입증해 3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관련 사이언스 의학 논문 수는 루닛이 150건 이상인 반면 패스AI는 10여건에 불과하다. SCI 임팩트 팩터(IF) 10 이상 논문수도 루닛은 10건 이상으로 5건에 불과한 패스AI를 앞섰다. 프랑스 오킨은 AI 신약개발쪽에 좀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동반진단은 항암제 개발 성공 확률과 환자 치료 효율은 물론 치료 가능군도 확대한다. 특히 항암제 반응률의 경우 기존 진단법 대비 루닛 스코프가 훨씬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항암제 반응률에 대한 기준은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되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으로 임상 1상 및 임상 2상에서 30%이상의 객관적 반응률(ORR)이 나와야 후속 임상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 면역항암제 단독 임상 1상에 루닛 스코프를 사용한 결과 기존 검사 반응율 21.9%에서 62.5%로 40% 정도 증가했다. 임상 2상에서도 기존 반응률 28.9%에서 75%로 50% 가량 증가했다. 루닛 관계자는 “이는 루닛 스코프를 통한 임상 시 약제 반응률이 높아져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규제기간의 허가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루닛은 면역항암제뿐만 아니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타깃을 확장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ADC 항암신약으로는 2019년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해 FDA 허가를 받은 엔허투가 가장 유명한데, 지난해 매출은 5764억엔(5조6000억원)에 달한다. 엔허투가 공격적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고, 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ADC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면역항암제와는 또 다른 시장 창출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루닛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한 EGFR 타깃 외에도 다양한 분야 확장 계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닛 측도 루닛 스코프와 ADC 관련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루닛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은 단순 EGFR만 타깃으로 계약한 것이 아니다. 총계약 내부에 다양한 세부 계약이 존재한다. 이를 확장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언급했다. 한승연 NH증권 연구원은 “루닛 스코프 역량 고려 시 아스트라제네카와의 논의 과정에서 기존 EGFR 외 ADC 등 신규 타깃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