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근긴장이상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3대 운동 질환 중 하나입니다. 세계 최초로 근긴장이상증 발병 원인을 밝힌 만큼 빠르게 상용화할 자신이 있습니다.”
![](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5/02/PS25020700331.jpg) | 김대수 HLB뉴로토브 대표가 지난 1월 15일 대전 KAIST 본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HL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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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수 HLB뉴로토브 대표는 최근 대전 KAIST 본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올해 근긴장이상증 치료제 국내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예정이고 3년 내 상용화가 목표”라며 이 같이 밝혔다.
뉴로토브는 김대수 카이스트(KAIST) 교수가 지난 2021년 설립한 바이오텍으로 근긴장이상증과 파킨슨병 등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HLB(028300)에 160억원에 인수되면서 HLB뉴로토브로 사명을 바꿨다.
김 교수는 행동유전학의 권위자이자 뇌를 연구하는 뇌 과학자다. 카이스트에서 유전학 및 신경과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뉴욕주립대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신경생리학을 연구했다. 2004년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했고 현재 뇌인지과학과 전임교수를 지내는 중이다.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과 여러 대중 과학서 저술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회사가 보유한 대표 파이프라인은 근긴장이상증 치료제 ‘NT-1’과 파킨슨병 치료제 ‘NT-3’이다. 두 타깃 질환 모두 발병 원인이 불분명해 근본적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세계 최초 근긴장이상증 원인 밝혀”구체적으로 근긴장이상증은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의 긴장이 증가하며 통증과 함께 몸의 일부 또는 전신이 뒤틀리는 병이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나올 정도로 오래 전부터 인류를 괴롭혀 왔으며,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도 이 질환을 앓았다고 알려진다. 현재 쓰이는 치료법으로는 보툴리눔 톡신 주사, 뇌 심부 전기자극 수술(DBS) 등이 있으나 내성과 부작용 등 한계가 있다.
HLB뉴로토브는 다양한 근긴장이상증 환자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육이 뒤틀려 근긴장이상을 유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회사의 근긴장이상증 후보물질 NT-1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과활성화되는 세로토닌 2A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다만 NT-1은 HLB뉴로토브가 자체 개발한 후보물질은 아니다. 미국에서 임상 3상까지 마쳤으나 상업화되지 않았고 특허도 만료된 사노피의 수면장애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한 것이다.
NT-1은 세로토닌 수용체에 직접 결합해 과활성화 작용을 막는 기전이며, 현재 경구용으로 개발 중이다. 경구용임에도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이 50%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대표는 “그 동안 근긴장이상증 치료제 개발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원인을 몰라 개발에 실패했다”며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도 근긴장이상증을 앓았다. 그만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근긴장이상증 치료제 시장은 지속 성장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관련 시장 규모는 2023년 1억3070만달러(약 1900억원)에서 오는 2031년 1억5500만달러(약 2240억원)로 연 평균 3.2% 성장할 전망이다.
“뇌세포 ‘환경’을 바꿔 파킨슨 정복 도전”HLB뉴로토브의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NT-3도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다. 뇌 시상핵에서 발생하는 ‘반발성 흥분신호’를 차단하겠다는 논리다. 도파민 세포 없이도 파킨슨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인 것이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내 신경세포가 소실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들을 도파민 신경세포 내 축적되는 독성 알파시누클레인을 타깃하는 약물을 개발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HLB뉴로토브는 도파민 세포가 사멸할 때 급증하는 칼슘과 칼슘 채널 ‘CaV 3.1’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도파민 세포가 죽기 전 칼슘이 엄청나게 증가한다는 걸 발견했다. 칼슘 때문에 도파민 세포가 사멸한다는 것이다. 칼슘이 증가하는 이유는 칼슘 채널 ‘CaV 3.1’ 때문”이라며 “우리가 개발한 약물은 이 칼슘 채널 숫자를 죽이는 약물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도파민 사멸을 막는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되진 않았지만 NT-3은 동물실험에서 하루 만에 증상이 개선됨이 확인됐다. 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 형태의 RNA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주사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올해부터 2년 간 독성 테스트를 거친 후 2027년 말 임상 1상 진입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