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바이오 벤처 선바이오의 코스닥 상장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코넥스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서, PEG(폴리에틸렌글리콜 고분자)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PEG 관련 국내 최고 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기술성 평가도 높은 등급으로 통과하면서 코스닥 상장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2일 투자업계(IB)에 따르면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선바이오가 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A와 A를 획득했다. 다만 선바이오는 상장 트랙은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선바이오 측은 “코스닥 이전 상장 시기와 방법은 주관사인 하나금융투자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선바이오는 1997년 설립된 PEG 기술기반 신약개발 기업으로, PEG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 최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다양한 PEG 유도체 소재들과 약물전달 시스템(DDS) 기술 핵심인 PEGylation(페길레이션) 기술로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 의약품 전달체 등을 개발하고 있다. 2016년 코넥스 시장에 입성, 2일 기준 시가총액은 4140억원으로 툴젠에 이어 2위에 올라있는 코넥스 대장주로 꼽힌다.
| 선바이오가 구축한 PEG 유도체 라이브러리.(자료=선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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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Gylation 기술이 핵심선바이오는 PEG를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공유 결합해 타깃의 약리적 성질을 향싱시키는 핵심 기술인 페길레이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페길레이션 최적화 기술과 완제 기술까지 더해 플랫폼 기술로 진화시켰다. 선바이오 측은 “20여 년간의 PEG 관련 기술 연구로 200여 종의 PEG 유도체 소재 라이브러리를 구축했고, 페길레이션 기술을 응용해 바이오시밀러 등을 개발해 상용화시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바이오는 2000년 PEG 기반 C형 간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고, 2002년에는 호중구감소증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2003년 인도 제약사 인타스(Intas)사에 기술수출했다. 해당 바이오시밀러는 2007년 인도에서 세계 최초로 승인받았고, 2018년에는 EU와 캐나다에서 승인을 받았다. 2019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신청해, 지난해 3월 제조시설에 대해 FDA 실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실사가 연기된 상태다.
특히 PEG 관련 기술은 세계 최고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PEG 유도체 생산 능력을 보유한 기업은 선바이오를 비롯해 미국 넥타, 일본 국적의 글로벌 화학기업인 NOF 코퍼레이션, 중국 젠켐 정도다. 여기에 페길레이션 기술까지 보유한 곳은 선바이오와 넥타뿐이다.
| 선바이오 PEG 기술로 개발된 호중구 감소증 바이오시밀러.(사진=선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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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이어 모더나도 주목선바이오와 기술 제휴를 체결한 해외 기업도 10여 개 기업에 달한다. 미국 카란도, 바이오사이트, 바이오사이언스, 큐라텍 바이오로직스, 인도 인타스, 중국 파마 솔루션 등이다. 올해 2월에는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제조에 사용되는 PEG 유도체를 화이자에 공급키로 했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원료 공급사인 독일 에보닉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애보닉사가 화이자에 공급하는 형식이다. 또한 3월에는 선바이오가 개발한 신규 PEG 유도체 기술을 미국에 특허 출원했다. 선바이오는 국내와 미국, 유럽에서 PEG 관련 기술은 물론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신약, 산소운반체, 바이오 의료기기 등 30여개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또 다른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모더나사와 신규 mRNA 전달체 개발을 위한 PEG 유도체 기술이전 협의를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더나 사와 지난 3월부터 기술이전을 전제로 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아직 초기 단계로 자사 PEG 유도체 기술에 모더나사가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선바이오는 PEG 유도체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조시설도 구축한 상태다. 2017년 GMP 대량생산 시설을 구축했고, 2018년 유럽의약품청(EMA) 실사를 완료했다. 호중구 감소증 바이오시밀러 유럽 시장 출시 및 거래업체들의 수요증가에 대비해 2023년 제2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PEG 기반 개발 중인 의약품도 다수다. 바이오베터로 개발 중인 만성신장질환, 통풍 치료제 등과 구강건조증, 산소운반체(인공혈액) 등이다. 이 중 동물실험중인 인공혈액은 전 세계 시장 규모가 약 500조원에 달하는데다, 1980년대부터 10개 기업이 개발에 나섰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승인받은 제품이 없어 시장 선점이 가능한 시장으로 꼽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선바이오는 PEG 관련 기술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페길레이션 등 PEG 응용 기술은 선바이오와 함께 넥타가 보유하고 있지만, 넥타는 2005년 이후 신약개발에 집중하면서 PEG 관련 사업은 중단한 상태다. 반면 선바이오는 PEG 기반 다양한 신약 개발로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스닥 이전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높은 등급으로 통과한 만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다면 기업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