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김우주 대한백신학회 회장(고려대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 센터장)이 코로나19 발생 만 2년을 맞아 국내 백신산업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전에 없는 위기를 맞아 그간 국내 백신산업이 빠른 성장을 했지만,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향후 2년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다. 키워드로는 ‘휴머니즘’, ‘두려움’, ‘소통’을 꼽았다.
| 김우주 대한백신학회 회장.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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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26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국가주의적인 관점에서 백신산업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려 한다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 사태 앞에서 일부 선진국들이 보여준 ‘백신 이기주의’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아직 제대로 된 백신을 내놓지 못한 국내 기업들의 향후 전략에 대한 조언이기도 하다.
실제 최근 이스라엘 등 주요 국가가 코로나19 4차 접종에 돌입했다. 반면에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는 아직도 1차 접종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지역의 평균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5%대 이하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회장은 “아무리 좋은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되지 않는다면 성공이라 볼 수 없다”며 “개발이 늦더라도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가진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백신산업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큰 전환점을 맞았으며, 다소 늦더라도 이를 과거로 되돌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인류가 겪어 보지 못한 바이러스는 언제든지 다시 등장할 수 있으며, 두려움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은 “현재 국내 20여 개 업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승인을 받고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나, 최종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국내 백신산업 생태계가 성숙하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나 기업이 단순히 현재의 문제 해결과 이익 추구에 집중한다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등이 발생했을 때도 유행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제 결과물을 내놓은 곳이 없었던 것을 반면교사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화이자 등이 코로나19 사태 1년 만에 백신을 개발하고, 최근에는 경구용 치료제까지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장기간 투자와 연구 경험을 꼽은 것이다. 그는 정부 지원과 기업 투자가 전략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우리나라도 백신강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본다.
김 회장은 “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를 비롯한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집중해 최근 2년간 국내 백신산업 생태계는 크게 성장했다”며 “올해 그 결과물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큰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제 조건으로 정부의 소통 강화와 기업의 적절한 전략을 언급했다. 그는 “백신에 대한 루머 등으로 국민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기업들은 임상시험 규제 등으로 백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고, 조율했으면 겪지 않았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대학백신학회와 정몽구백신연구센터 등의 전문가집단에 소통을 맡기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은 우선 국내 시장에서 부스터샷을 타깃해 제품 경쟁력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교두보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